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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만에 지하철·철도 파업…출근길 대란 없었다

"아직까지 출근길 지장없지만 낮시간, 퇴근길 우려"
"파업 이해한다" vs "제 밥그릇 챙기기" 찬반 엇갈려

(서울=뉴스1) 사건팀 | 2016-09-27 09:11 송고 | 2016-09-27 14:01 최종수정
지하철노조와 철도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 등에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한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서둘러 출근을 하고 있다. 2016.9.2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산하 전국철도노조와 지하철노조가 정부의 성과연봉제 등에 반대하며 27일 파업을 시작했다.

철도노조와 지하철노조가 함께 파업하는 것은 지난 1994년 6월 전국기관차지부협의회와 전국지하철노조협의회가 근로기준법 준수 등을 요구하며 공동파업을 진행한 지 22년 만이다.

아직 파업 초반이기에 대부분의 출근길 시민들은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면서도 파업이 장기화돼 출퇴근길에 지장을 입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파업과 그 이유가 된 성과연봉제 등에 대해서도 갖가지 입장이 엇갈렷다.  

◇"아직 출근길 영향 없어…낮시간, 퇴근길 우려"

27일 오전 8시 서울지하철 2호선과 5호선, 중앙선이 지나는 왕십리역은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직장인과 학생, 시민들로 붐볐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지하철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 아직까지 출근길에 별다른 영향은 없는 듯 했다.

역사 내에서 김밥 등을 판매하는 한 분식점 사장은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다만 조금 이른 시간부터 아침을 챙기러 오는 시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도 출근길보다는 낮 시간대와 퇴근길을 우려하는 눈치였다.

서울지하철 1호선을 이용한 직장인 정모씨(25·여)는 "출근길에 배차시간도 일정했고 지하철 도착하는 시간도 틀리지 않았다.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면서도 "낮시간에 점심 약속이 있어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지하철 운행을 낮에는 조금 조정한다고 해서 불편할 것 같다. 걸어가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25) 역시 "아직까지 파업을 했는지 별로 체감은 오지 않는다"며 "퇴근을 오후 6시쯤 하는데 그때가 되면 약간 불편할 듯하다"라고 밝혔다.

KTX 등 철도 이용도 아직까지 큰 불편은 없다는 목소리다.

KTX를 이용해 세종으로 출퇴근을 하는 윤모씨(27·여)는 "사전에 코레일 앱을 통해서 파업 사실을 안내받았다. 그리고 주로 이용하는 출근 시간에는 열차가 정상 운행되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파업 이해한다" vs "제 밥그릇 챙기기"

양 노조가 파업을 한다는 사실은 언론보도나 지하철 측의 공지 등을 통해 대부분의 시민들이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파업과 성과연봉제 등에 대해서는 찬반 입장이 엇갈렸다.

직장인 정모씨(25·여)는 "파업이 장기화 되면 불편하기는 하겠지만 같은 노동자 신세라 서로 이해하고 살아야 되지 않겠나 하고 생각한다"며 "그 사람들도 파업이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원만히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까치산역에서 광화문역까지 5호선을 이용하는 직장인 박모씨(31)는 "이번 파업이 연봉을 성과제로 하고 해고를 더 쉽게하는 노동개혁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민들 불편 주지 않으려고 출근길 정상 운행하면서 하는 파업에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A씨(60)는 "지하철 파업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며 "결국 자기들 이익 챙긴다는 것인데 지하철은 시민들의 발인데 그렇게 하면 안된다. 입장을 바꿔서 불편을 겪는 시민들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파업의 이유가 된 성과연봉제 등에 대해서도 갖가지 의견이 나왔다.

직장인 김모씨(43)는 "다른 사기업이나 외부에서는 다 성과 연봉제 도입하고 있는데, 저렇게 안하겠다고 하면서 연봉제를 고수 하는 것은 결국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하철 7호선을 이용하는 직장인 박모씨(28)는 "만약 성과를 측정할만한 정확한 기준이 명시되어 있다면 도입할 수 있다고 보지만 민간기업에서 성과제를 한다고 해서 공공기관까지 따라가야 한다는 식이면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공공기관에서는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성과제 도입으로 공공기관 근로자들의 의욕을 잃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학생 이모씨(24·여)는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정부의 소통 방식이 문제가 있어서"라며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도입을 할 때 노조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충분한 협의 하에 진행했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철도·지하철 공동파업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서울 청량리역 선상광장에서 열린 성과연봉제 저지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청량리 성북지구 철도노조원들이 성과연봉제를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6.9.2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시 "출퇴근시간 정상운행, 낮 시간대는 조정"

이번 지하철 파업으로 영향을 받는 곳은 지하철 1~8호선이다. 9호선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들 노조는 "노사합의도 사회적 합의도 없는 정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불법 이사회까지 벌이면서 강행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과 정규직화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우선돼야 한다. 시민 생명과 안전도 돈벌이 성과 만능주의 아래에서는 지켜질 수 없다"고 파업이유를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지하철 파업에 대비해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해 출퇴근시간 지하철을 평소와 같이 정상운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낮시간 혼잡도가 낮은 시간대에는 운행률을 평상시에 80~85%로 낮출 예정이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법상 필수유지인력과 퇴직자·협력업체직원 등 외부지원인력을 확보했고 서울시 직원 300여명도 역사에 배치됐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지하철파업이 시작되면 불편이 없도록 SNS·시 홈페이지 등으로 수시로 지하철 운행상황이나 비상수송대책을 확인해주시기 바란다"며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지하철은 정상운행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파업이 최대한 빨리 끝날 수 있도록 정부와 노조의 조치를 당부했다.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에서 만난 오모씨(27)는 "무기한 파업이라고 들었는데 언제까지 대체인력으로 떼울 수 있겠느냐"라면서 "양 측 합의가 하루빨리 이뤄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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