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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 골라죽인다…2년후 차원이 다른 기술수출 보게 될 것"

[바이오 프런티어⑤]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이사
유도미사일형 항암기술 '2세대 ADC기술' 선두

(대전=뉴스1)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 | 2016-09-28 15:18 송고 | 2017-02-13 18:06 최종수정
김용주 레고켐바이오대표© News1
김용주 레고켐바이오대표© News1

"중국 제약사인 푸싱제약과 '2세대 허셉틴-ADC'를 개발 중입니다. 기존 유방암 표적치료제 허셉틴 약물에 항체를 달아주는 2세대 ADC(항체·약물 결합체)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2017년말이나 2018년 초에 전임상(동물실험) 결과가 나오면 차원이 다른 기술수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이사(60·사진)는 최근 대전 본사에서 진행한 <뉴스1>과 인터뷰에서 원천기술인 2세대 ADC 기술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유도미사일형 항암기술…'2세대 ADC 기술'이 핵심경쟁력

ADC는 항체에 항암물질을 달아주는 기술로 무기로 치면 일종의 유도미사일이다. 특정 항체가 암세포를 향해 유도미사일처럼 날아가면 연결고리가 달린 항암약물이 탄두처럼 같이 이동해 암세포만 공격하는 메커니즘이다.

항체는 목표로 삼은 암세포만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약효가 뛰어나다. 이 기술은 몸속에 투여된 표적치료제가 혈액 속을 떠돌며 암세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항체와 항암약물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기술력이 관건이다. 
김 대표가 회사 몸집을 단번에 키울 시점을 2년 뒤로 예상한 것은 중국에서 2세대 허셉틴-ADC 임상결과가 나오면 기술사용료가 치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앞서 국내 대형 제약사 녹십자와 동물실험을 통해 우수한 기술력을 확인했지만 공식 전임상이 아니어서 협상력에 아쉬움이 있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 푸싱제약에게 2세대 ADC 기술을 중국에서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200억원을 받았다. 이를 글로벌 가치로 환산하면 2000억원에 육박한다.

김 대표는 "전임상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푸싱제약이 조달하고 향후 우수한 결과가 나오면 레고켐바이오는 아무런 비용 부담 없이 확보한 기술의 가치가 덩달아 높아진다"고 말했다.

현재 ADC 기술 사용료(로열티)는 항체 1개당 글로벌 기준으로 2억~3억달러(2218억~3327억원)를 형성하고 있다. 가장 우수한 ADC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이 독식하는 구조로 중국 전임상 결과에 따라 레고켐바이오는 강력한 협상무기를 갖게 된다. 단순계산으로도 수천억원대 매출이 기대된다.

© News1
◇"확장성 높은 플랫폼 기술…우리가 선두"

항암제는 문제의 암을 집중공격하는 표적치료가 되지 않으면 시장성이 없다.  이 때문에 ADC 기술은 오는 2020년 1500억달러(16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 총아로 떠올랐다. 

또 ADC 기술수출은 기술 자체를 넘기는 게 아니라 로열티를 받고 특정제품에 사용할 권리를 주는 형태다. 따라서 얼마든지 다른 제약사와 추가 협상이 가능한 수출 플랫폼이다. 이 기술을 적용한 치료제가 상품화되면 추가로 로열티까지 받는다.  

김 대표는 "전 세계에서 진정한 2세대 ADC 기술을 확보한 바이오업체는 많아야 2~3곳에 불과한데 그중 레고켐바이오가 선두에 섰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협력업체인 푸싱제약이 앞서 ADC 기술업체인 미국 엠브렉스를 인수했는데도 추가로 레고켐바이오와 손을 잡은 것도 기술력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허셉틴이 약효를 보이는 유방암은 전체 환자의 20~30% 수준인데 반해 레고켐 기술을 적용한 동물실험에선 위암이나 난소암에도 치료 효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ADC 기술만으로 적응증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세대 ADC 기술은 항체와 항암물질이 몸속 종양을 찾는 과정에서 연결고리가 수시로 끊기고 엉뚱하게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부작용이 많았다. 실제 1세대 ADC 기술을 적용한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백혈병 치료제 '마일로타그(Mylotarg)'가 효능 부족으로 2010년 시장에서 철수한 게 단적인 사례다.

김 대표는 "항암제 개발 회사들은 단점이 많은 1세대보다 2세대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며 "레고켐의 링커기술은 탄탄한데다 동물실험에서 연결기능이 2주간 유지되는 효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레고켐바이오의 2세대 기술은 이런 단점을 극복했다. 이 ADC 플랫폼은 항체 중간에 아미노산 10개를 매달고 링커 기술을 통해 항암약물을 연결한다. 이후 치료제를 환자 몸속에 투여한 후 항체가 암세포와 만나면 그 속에 들어가고 특정 효소가 기폭장치가 돼 항암약물이 바로 작동하는 원리로 만들었다. 미국 등 주요 국가에 특허를 출원했다.

김 대표는 "현재 밝히긴 어렵지만 미국과 유럽 내 여러 회사와 ADC 파이프라인을 구축 중"이라며 "국내 대다수 항체 개발사들도 레고켐 기술을 적용했다. 중국 전임상 결과가 나오면 국제 시장에서 새로운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치료제 없는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美서 공동개발

레고켐바이오의 또 다른 히든카드는 개발이 까다로워 변변한 치료제조차 없는 슈퍼박테리아 그람음성균 항생제인 'LCB10-0200'이다.

김 대표는 2006년 창업 이전에는 LG생명과학 신약연구소장을 역임하며 30년 가까이 항생제를 개발해왔다.

이런 기술력을 토대로 지난 2012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에 1억4000만달러(1552억원) 규모 기술이전을 체결했다. 이후 아스트라제네카  내부 구조조정에 따라 개발권리가 반환됐으나 위기가 기회로 작용했다.

미국 항생제 개발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 테라퓨틱스(Geom Therapeutics)'와 손잡고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LCB10-0200' 개발에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검 측에 글로벌 판권을 주고 기술이전료는 받는 않은 대신 회사 지분과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조건을 성사시켰다"며 "새 항생제가 상업화에 성공하면 단순 기술이전료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체에 치명적인 박테리아는 크게 그람음성균과 그람양성균 두 종류로 나뉘는데, 시장에 출시된 제품 대다수가 그람양성균만 치료한다. 그람음성균은 개발이 까다로워 제약사들은 그람양성균과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시장에 집중해왔다.

그람음성균은 치사율이 매우 높다. 독특한 자기방어 기제로 인해 기존 항생제로는 치료가 어려워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정부가 치료제 개발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현재 글로벌 단위로 약 40조원 규모 시장을 형성한다.

김 대표는 "경구제(먹는 약) 형태로 개발 중인 그람 양성균 치료제 'LCB01-0371'은 다제내성 결핵균을 잡는 용도로 개발하고 있다"며 "임상 2상을  끝내고 희귀의약품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상반기부터는 서울아산병원 등 7개 의료기관과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주사제 형태인 'LCB01-0371' 후보물질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승인을 받고 슈퍼박테리아 치료제로 개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국내 의료기관에서 채취한 박테리아는 미국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며 "항생제 개발은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표시했다.

◇ "상장후 인수한 회사들도 수익에 보탬"

레고켐바이오는 2013년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지난해 11월 의료기기·의료소모품 유통업체 칸메드를 인수해 합병했다. 

또 법정관리를 받던 한불제약을 40억원대 자금을 투입해 인수했고 비슷한 금액을 들여 생산시설을 리모델링했다. 200여개가 넘던 제품 라인도  활용도가 높은 10개 정도로 줄였다.  

김 대표는 "두 회사는 앞으로 레고켐바이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게 된다"며 "칸메드는 올해 180억~200억원 정도 매출이 예상되고 환불제약도 10~11월쯤부터 수익을 올릴 것 같다"고 소개했다.

◇김용주 대표이사는…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이사는 LG생명과학에서 신약연구소장을 역임하며 23년간 항생제 등 신약 개발에 주력해온 연구자 출신 경영자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 화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3년 LG화학 기술연구원에 입사해 2005년 말 회사를 떠나기까지 23년간 신약만 생각하고 달려왔다. 김 대표는 퇴직 후 팀장급 인력 7명과 함께 회사를 설립해 오늘날 레고켐바이오를 만들었다. 창업 당시 함께 일했던 연구자들 대부분이 아직도 회사에 남아 있다. LG생명과학에서는 국내 최초의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Factive) 개발을 주도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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