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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항쟁으로 얻어낸 국정감사권 … 무용지물 만드는 의원들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09-26 16:26 송고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가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지연되고 있다. 2016.9.26./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26일 시작됐지만 이날 예정됐던 모든 상임위가 파행을 겪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정치적 이슈가 국정감사의 발목을 잡았다.

해마다 정기 국정감사를 전후해 국회의원들이 국감을 '정책의 장'이 아닌 '정쟁의 장'으로 만들었던 바람에 일각에서 '국감폐지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은 '정책국감'이 아닌 '정치국감'을 열었고, 분석이 불가할 정도의 많은 양의 자료요청을 남발했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의 관련자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보여주기식' 국감을 해왔던 탓에 해마다 증인은 폭증했다.

그럼에도 국정감사로 인한 대정부 견제기능의 효과가 국정감사에 따른 폐해보다 크다는 판단과 국정감사가 헌법상의 제도라는 이유는 국감의 명맥을 유지시켜왔다. 

◇정쟁으로 행정부 견제기능 손 놓은 국회
6·10민주항쟁의 결과로 태어난 87년 헌법은 유신헌법이 폐지한 국정감사제도를 부활시켰다. 특히 오랜 군부독재시대의 종말을 알리며 등장한 87년 헌법, 즉 현행 헌법은 시민항쟁을 통해 얻어낸 헌법인 만큼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들을 고안해뒀다.

헌법학자들은 군부독재 상황에서 국회의 위상이 행정부에 비해 약했다는 사실에 대한 반성에 따라 국회의 위상을 높이고 강력한 행정견제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국정감사'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한다.

헌법상 국회의 대정부 견제권한은 대표적으로 △탄핵소추권 △국정감사·조사권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해임 건의권 등이다. 특히 국정감사권은 세계 어느 나라 헌법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특수한 제도다.  

그런데 국회의 '대정부 견제권' 가운데 하나인 '국무위원 해임건의권'과 관련된 표결을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다. 여당이 이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면서 20대 국회 첫 국감은 '절름발이' 신세가 됐다.

국회 내 정치세력 사이에 격렬한 정쟁이 발생하면서 국회가 입법부로서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마다 시간에 쫓긴 국감 … 이번에도 ‘하나마나 국감’ 되나?

국회의 정기 국정감사에 '정책국감'이 아닌 '정치국감'이라는 문제가 제기된 지 오래다.

지금까지 국감이 감사대상기관의 '위법성 감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각종 정치적 비리 문제에 관련된 감사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또 국정감사 진행과정 자체가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자신의 정치적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로 이용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국회의원이 행정부의 정책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나 대안제시보다는 '인기영합적'인 감사를 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감사결과가 관련법에 따라 신속히 처리되고, 이러한 사항들이 예산 및 각종 법안심의 등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장에서 질문을 하는데에만 관심을 두고 감사 처리결과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 국감과 관련해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가 국감 전에는 폭주하지만 국감 뒤에는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도 국회의원들이 '보여주기식 국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가 권한확장의 일환으로 중앙기관의 감독을 받는 산하기관마저 국감대상으로 끌어들여 감사대상 기관수를 대폭 늘렸고 증인신청 인원도 폭증하는 추세다.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의 당사자를 '증인'으로 채택하기 위해 정쟁을 거듭하고, 정작 국감을 진행할 시간이 부족해 국감이 졸속으로 진행되기 일쑤였다.

정치적 쟁점의 대상이거나 '인기영합적' 사안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해마다 열렸던 국감은 정부의 정책관련 감사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왔다.  

이 때문에 해마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국정감사 본연의 기능인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대안제시 등 정책지향적인 감사가 아니라 정치적 사안에 관련된 감사에만 초점을 맞춰져 '국감'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올해 국정감사 첫날인 26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의장 사퇴'를 내걸고 단식 돌입을 선언하고, 대다수 상임위 국감이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전을 하는 바람에 올해 국감도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 전망이다.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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