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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밀리면 대선까지 밀린다…여야, 국감 첫날부터 강대강 대치

與 단식투쟁까지 총동원…野 예정대로 국감 대결양상
국감·내년 대선 고려한 여야 힘겨루기 예고편 성격

(서울=뉴스1) 곽선미 기자, 김영신 기자, 서미선 기자, 박승주 기자 | 2016-09-26 13:55 송고 | 2016-09-26 14:41 최종수정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16.9.26/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여야가 26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두고 '강대강'(强對强)으로 부딪히고 있다. 여당은 이날부터 시작되는 국감일정은 물론 향후 국회일정까지 잠정적으로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맹공을 쏟아붙고 있고 야당도 국감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더욱이 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해임건의안 표결 과정에서 야당을 노골적으로 대변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한층 강도높은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향후 정국에서 이를 둘러싼 양측의 날선 대치가 예상된다.

여야의 끝 모를 대치는 정기국회의 기선잡기 성격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나아가 여소야대(與小野大)의 달라진 정치지형에서 이번에 밀리면 내년 대선까지 끌려다닐 수 있다는 여야의 속내도 작용하고 있다.

◇투쟁의지 불태우는 與…피켓시위에 단식투쟁까지

새누리당은 26일에도 오전부터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갖고 투쟁의지를 불태웠다. 전날 심야-새벽 의원총회를 가진 직후였는데도 상당수 의원들이 참석해 야당에 대한 성토를 쏟아냈다.
특히 지난 24일 해임건의안 표결 처리 직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했던 정진석 원내대표는 다소 수척한 모습으로 이날 의총장에 나타나 '대야 투쟁'에 선봉에 서겠다고 밝혔다. 당지도부 재신임으로 원내대표직을 유지한 그는 정세균 국회의장도 항의 차원에서 정 의원으로 호칭했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정 의원(정세균 의장)과 두 야당에 의해 70년 가까이 이뤄놓은 헌법과 국회법, 의회 민주주의가 파괴됐다.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며 "이 싸움은 국민과 헌법, 국회법, 의회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정의로운 싸움이 될 것이고 원내대표로서 그 싸움의 최선두에 서서 모든 것을 걸고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총에서 정 의장이 해임건의안 표결 당시 한 야당 의원과 나눈 녹취록을 두고도 맹폭을 가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 의원의 녹취록을 들었고 충격적이었다. 그분은 대한민국 입법부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며 "해임건의안을 명분없이 날치기 처리한 것을 스스로 고백했다. 즉각 국회의장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브리핑과 의총 발언을 통해 "정 의장이 국회법을 위반하고 야당과 작당을 했다"며 "흠결이 없는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내세워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 어버이연합 청문회를 연계했다"고 지적했다.

김순례, 백승주 의원 등 초선의원들도 "야당은 곡기를 끊고도 (투쟁을) 하는데 새누리당은 금수저라서 못하는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김순례),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역사에 있어 책임을 져야 해서 투쟁해야 한다"(백승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맨입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빌미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법률지원단의 법률 자문을 통해 정 의장에 대해 윤리위 제소, 허위공문서 작성, 집무집행금지 가처분신청, 권한쟁의심판 등을 두루 검토하는 등 법적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이정현 대표는 이날부터 정 의장 사퇴 시까지 국회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비박(非박근혜)계 수장 김무성 전 대표와 친박(親박근혜)계 핵심 최경환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릴레이 1인 피켓시위'에 돌입했다.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가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지연되고 있다. 2016.9.26./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巨野 힘 확인한 야권…국감 일정 예정대로 진행

야권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이번에 해임건의안을 표결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공조 모드로 국정감사를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야권은 정세균 국회의장에 맹폭을 가하는 여당에 맞서 정 의장을 비호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 상황을 고려해 국감 일정을 2~3일 미루자고 제안한 데 대해 민주당은 '강행'을 고수한 반면 국민의당은 온라인 의총 등을 통해 다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현재로서는 야권의 단독 국감에 따른 '반쪽 국감'의 비판을 고려해서 국민의당은 정 의장에 보조를 맞춰 '국감 연기'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의 국회일정 보이콧에 대해 "새누리당이 살펴야 할 것은 대통령의 심기가 아닌, 국민의 심기"라며 "새누리당의 국감 파업은 민생파업이자 민생 포기선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추 대표는 "우리라도 민생과 안전, 경제를 지키겠다"며 "새누리당이 파업을 하더라도 국회는 해야 할 일을 하겠다. 우리 당은 더욱 의연하게 민생을 살리는 길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어떤 이유로도 국감을 보이콧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국감이) 반쪽 국감으로 시작하게 돼 대단히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 의장 '맨입 발언'이 불거진 녹취록에 대해서도 "(정 의장은) 세월호특별조사위 기간 연장과 어버이연합청문회 중 여당이 양보하고 야당은 해임건의안 포기를 종용했다"며 "그것은 중립성 위반발언이 아니라 극한 대치를 막기 위한 중재자의 모습"이라고 사실상 변호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사상 처음 집권여당이 국정감사를 보이콧하고 있다. 지난 주말 국회에서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필리버스터를 하는 해외토픽감 연습을 보고 웃었다"며 "오늘 야당이 상임위원장인 곳은 국감을 실시하고 여당이 상임위원장인 곳은 국민의당 의원들이나 야당 의원들은 참석해 정시에 착석한 뒤 사회권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의 '맨입 발언'에 대한 여당의 비판에 대해 "자기들이 하면 로맨스이고 야당이하면 불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치는 대화와 타협, 협상의 산물이다. 이것을 두고 마치 거래를 한 것처럼 비난하면, 새누리당은 왜 '개헌 특위를 주겠다. 그러면 해임건의안을 취소해달라'(고 했느냐)"라고 직격했다.

◇與野 국감 물론 대선까지 고려한 날선 기싸움

이처럼 여야가 상호 강공모드로 대치하고 있는 것은 이번 국정감사를 비롯한 정기국회 기싸움 성격이 강하다. 실제 여야 내부 기류를 들어보면 "이번을 계기 삼아 기선 제압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에 밀리면 국정감사 증인 채택, 예산정국 등에서 번번이 밀릴 수 있다는 지적에 한치의 물러섬없는 대결 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야권은 거야(巨野)의 힘을 재확인하면서 힘있게 내년 정국까지 이 여세를 몰아가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고 여당도 정권재창출을 위해 지금부터 내부 세(勢) 결속과 강공 드라이브를 다짐하면서 대결 양상이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은 결기를 보이지 못하고 야권에 힘없이 무너지면 내년 대선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반대로 야당은 여소야대 상황을 이용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복안이다. 이번 정기국회도 문제지만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양측의 힘겨루기의 예고편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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