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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할인 30%로 상향?…'애플만 배불리기' 국회가 앞장

지원금 한푼 안내는 애플만 정책수혜 톡톡…"무조건 가격인하만 능사?"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2016-09-26 07:30 송고 | 2016-09-26 15:47 최종수정
애플의 '아이폰7', '아이폰7 플러스'가 지난 16일부터 미국, 중국, 일본 등 28개국에서 일제히 출시된 가운데 미국 뉴욕 애플스토어를 방문한 고객들이 아이폰7를 체험하고 있다. © AFP=News1
애플의 '아이폰7', '아이폰7 플러스'가 지난 16일부터 미국, 중국, 일본 등 28개국에서 일제히 출시된 가운데 미국 뉴욕 애플스토어를 방문한 고객들이 아이폰7를 체험하고 있다. © AFP=News1

20대 국회 첫 정기 국정감사를 앞두고 민생 이슈인 '통신비'가 또다시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도 덩달아 도마위에 돌랐다. 특히 내달 1일이면 시행 2주년이라 16년 만에 '여소야대'의 20대 국회는 단통법 관련 각종 개정안을 발의하며 단통법 공세에 고삐를 한껏 조이고 있다.  
그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현재 20%인 선택약정할인율을 최대 30%로 상향하자는 개정안이다. 과학자 출신으로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매달 내는 각종 세금 및 요금 부담이 만만찮은데 통신료를 10%나 더 할인해준다니 고객 입장에서는 우선 반기고 볼 '희소식'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업계 현실을 외면한 '애플만 배풀리기' 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인하'만 능사면 기업들은 기술개발과 투자를 '뒷전'으로 취급하게 된다. 정부와 국회가 통신비 인하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투자를 촉진하고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업계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통신비 낮춰라" 정부 vs "지금도 싸다" 이통사 싸움에 애플만 '어부리지'
정부는 2014년 10월 단통법을 시행하면서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제도'로 불리는 선택약정할인을 도입했다.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에게도 이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자는 취지에서다. 일명 '20% 요금할인'이다.

도입 때는 할인율이 12%에 불과해 이용효과가 미미했다. 하지만 단통법 도입 이후, 지원금이 줄어 이통사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미래부가 '강제요금 인하' 카드를 빼들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미래부가 지난해 4월 할인율을 20%로 대폭 올린 것.

단통법 도입 이후, '쥐꼬리' 지원금에 비해 월등히 높은 20% 요금할인효과에 너도나도 가입해 현재 1000만명도 넘어섰다. 신규가입자 4명중 1명꼴로 요금할인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고가폰' 이용자들이 환호했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요즘 고가폰의 경우, 지원금보다 요금할인 할인혜택이 훨씬 크다. 예를들어 20% 요금할인으로 월정액 6만5890원의 '599요금제'에 24개월 약정가입하면 매월 1만1980원씩 요금이 할인된다. 24개월 할인 총액은 28만8000원이다. 같은 요금제에 지급되는 지원금 7만~8만원에 비하면서 4배나 많다. 이때문에 고가폰 구매자의 80~90%가 20% 요금할인을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를 누리는 것이 바로 애플이다. 지원금에는 제조사의 판매장려금도 포함돼있다. 하지만 애플은 삼성전자, LG전자와 달리 국내 소비자들에게 지원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다. 

'지원금 곳간'을 완전히 걸어 잠근 애플은 한국 정부와 국회가 만든 20% 요금할인 제도로 어부지리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20대 국회에서는 할인율을 30%로 10%포인트 상향하자고 나섰다. 

애플의 아이폰은 가격이 비싸도 사겠다고 줄을 서는 인기 제품이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때문에 지원금도 한푼 쓰지 않고도 국내 시장에서 입지가 탄탄한 애플에 정부가 알아서 '20% 할인' 혜택까지 바치고 있는 셈이다.

애플의 유일한 '맞수'인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일대 위기에 직면했고 LG전자는 경쟁력을 잃은 채 적자 늪에 빠져있다. 

◇지원금 시장상황 따라 변하는데 요금할인은 '20%강제'…곳곳에 정책오류 

애초에 선택약정할인은 지원금에 '상응'하는 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시장에서 지원금은 제조사별, 제품별, 시기별로 다 다른데 선택약정은 할인율을 20%로 고정해 일괄적으로 적용한다. 

신용현 의원은 20%를 30%로 상향하는 법개정까지 나섰다. 그 근거로 2012년 기준 해외 주요 사업자의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이 평균 25.2% 수준으로 우리(20%)보다 높다는 점을 들었다. 국내 지원금에 상응하는 제도지 해외 지원금에 상응하는 제도가 아닌데도 말이다. 요금인하율의 근거도 희박한데 국민의 환심만 사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통신비 인하라는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20%로 할인율을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외산 애플이 최대 수혜를 누리고 고가폰에 고가요금제를 쓰는 이용층에 혜택이 쏠리는 정책적 오류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단통법의 최대 정책 목표로 '이용자 차별 금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20% 요금할인 제도를 누리는 이용층도 결국 정보에 밝은 20~30대로 집중된다. 20% 요금할인을 선택하는 이용층이 고가폰 고객에 집중된다는 점도 문제다. 할인율이 높아질수록 이같은 이용자 차별은 더 커진다. 

선택약정할인의 '근거'가 되는 지원금 상한제는 3년 일몰이다. 내년 9월 말이면 사라진다는 말이다. 선택약정 할인율도 지원금 상한제 일몰과 연동돼 재조정돼야 한다. 하지만 미래부는 선택약정할인제도, 방통위는 지원금상한제로 주무부처간 '선'만 긋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 방통위에서 지원금상한액을 대폭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때도 미래부는 "방통위 소관"이라며 '나몰라라'라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인위적인 통신비 인하에만 나설 것이 아니라 투자를 촉진하고 규제완화를 통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데 더 초점을 맞춰야 장기적으로 고객도 좋고 산업적,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이득이 더 클 것"이라고 꼬집었다.


2b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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