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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IN]'아수라' 정우성, 악인 가면 속 애처로운 사람 냄새

(서울=뉴스1스타) 유수경 기자 | 2016-09-25 08:30 송고
아수라(阿修羅)는 축생계와 인간계 사이에 있는 중생을 뜻한다. 얼굴은 삼면이고 손은 여섯 개로, 원래 싸움의 신이었으나 부처님에게 귀의하여 불법을 지키는 신이 됐다. 싸움과 시비 걸기를 좋아하는 인간은 아수라로부터 전생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아수라 중생들이 사는 세계는 서로 다투며 싸우는 곳이다.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는 제목인 아수라에 대해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작품은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악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가상의 도시 안남시는 불법, 범죄가 판치는 지옥과 같은 곳이다.

정우성이 생존형 비리 형사 한도경으로, 황정민이 악덕 시장 박성배로 분했다. 곽도원은 독종 검사 김차인을, 주지훈은 선에서 악으로 향하는 문선모를 연기한다. 정만식은 검찰수사관 도창학 역을 맡아 집요함을 보여준다.

정우성의 연기가 눈길을 끈다. © News1star/ '아수라' 스틸, 포스터
정우성의 연기가 눈길을 끈다. © News1star/ '아수라' 스틸, 포스터


한도경은 박성배의 하수인이다. 그의 이복동생과 결혼했지만 아내는 말기암 환자다. 아내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박성배에게 목줄을 잡힌 그는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다. 개처럼 명령에 따르다 큰 사고에 휘말리고, 아끼는 후배 문선모를 박성배의 수하로 보낸다. 이때 수상한 냄새를 맡은 김차인과 도창학이 따라 붙으면서 한도경을 옭아맨다. 한도경은 이쪽 저쪽에서 얻어 맞으면서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간다. 한편 박성배의 밑에서 문선모는 돈과 권력의 맛을 보고 악인으로 변해간다.

'아수라'가 여타 영화들과 노선을 달리 하는 건 결국은 악과 악의 대결이란 점이다. 어두운 도시 안남시에서 선인은 찾기 힘들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인정 없는 사회 구조 속에서 모두가 악인으로 살아간다. 특히 황정민이 연기하는 박성배는 절대악에 가깝다. 도시를 피로 물들이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 한도경에게서는 희미하게나마 사람 냄새가 풍긴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그는 처한 상황 때문에 악마에게 영혼을 판 나약한 존재다. 아내의 병원비와 수술비에 목을 걸었고, 약점을 잡히면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는다. 선악에 대한 고민 없이 폭주하는 '아수라' 속 캐릭터들과 다른 점은 일말의 회개와 혼란이 그를 뒤덮고 있다는 점이다. 악인으로 변해가는 문선모의 모습에 분노와 책임을 느끼고, 진절머리 나는 현실에 대한 도피 욕구도 엿보인다.

정우성은 한도경이 발 붙이고 있는 애매한 지점에 잘 안착한 듯 보인다. 이는 한도경 만큼은 완전한 악인으로 설정하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도와도 연관을 맺고 있다. 악으로 점철된 세상에서 스스로의 무능함을 느끼며 좌절하고 폭주하는 모습, 현실과 즉각적으로 타협하는 자세, 답답하고 바보 같은 구석이 있는 사내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 씁쓸한 웃음이 터진다.(실제로 시사회 당시 곳곳에서 관객들의 웃음이 새어나왔다.)

액션 연기에도 혼신의 힘을 쏟았다. 김성수 감독과 허명행 무술감독은 테크닉과 잘 짜여진 합을 배제하고 날 것의 리얼한 액션을 그려내려 노력했다. 정우성의 카 체이스 신은 특히 고생을 많이 한 장면으로 꼽힌다. 폭우 속 미끄러지는 도로 위에서 촬영했고 정우성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연기했다. 대역을 쓰지 않은 덕에 광기에 사로잡힌 한도경의 얼굴과 감정이 스크린을 고스란히 뚫고 나온다. 

평소 지나치게 선한 정우성의 이미지가 거친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으나, 그래서 절대악이 아닌 한도경은 정우성에게 잘 맞는 옷이 아니었나 싶다. '아수라'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uu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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