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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취업하길!" 1만원에 '사진+정장 대여+헤어' 착한사진관

취준생 위해 '착한'가게 3총사 뭉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2016-09-24 18:53 송고
"사진이 마음에 든다며 메일 받을 땐 무척 뿌듯해요." 이정운 사진가는 그동안 취업준비생 200여 명의 사진을 찍었다.

   
"오른쪽 어깨가 내려가 있어요. 살짝만 올리시겠어요? 자, 찍겠습니다. 하나, 둘." 
 
카메라 플래시가 환하게 터졌다. 이정운 사진가가 찍은 사진이 노트북 컴퓨터와 데스크톱 모니터 화면에 동시에 나타났다. 모니터는 손님을 향해 있었다.  
    
"어깨는 수평이 돼서 좋아요. 그런데 입꼬리가 한쪽만 올라갔어요. 다시 찍을게요."
 
사진가가 '썩소'를 지적하자 이정석 씨(28) 얼굴이 붉어졌다. 대여섯 번 시도 끝에 양 입가에 미소 번진 사진이 최종 낙점. 스물여덟 취업준비생의 이력서를 장식할 증명사진이다.
◇3총사 의기투합…열린사진관, 10분 만에 결성  

22일 서울 합정동 바라봄사진관 스튜디오. 이곳은 매주 목요일마다 '열린사진관'으로 변한다. 다른 요일에는 각자 본래 자기 사업을 하다가 목요일 하루(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취준생을 위한 열린사진관으로 변신한다.

지난 4월21일 문을 연 이 사진관은 세 가게의 합작품. 헤어 및 메이크업을 맡은 김청경 오테르(홍대점), 정장 대여를 맡은 열린옷장, 사진을 찍어주는 바라봄사진관이 취준생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의기투합했다.
 
열린사진관의 강점은 가격. 후보정 작업 포함한 사진촬영은 5000원, 정장 대여는 무료다. 머리손질·화장은 성별에 따라 다른데, 헤어스타일링의 경우 남성 5000원, 여성 1만원. 메이크업은 남성 5000원, 여성 3만원이다.

"'어느 시대보다 취업을 위해 분투하는 요즘 청년들 위해 우리 사진관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력서 사진을 찍어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정장도 필요해 열린옷장 김소령 공동대표에게 연락했더니 때마침 하고 싶었던 일이래요. 오테르도 사회공헌에 관심 많은 곳이라 김진광 원장이 흔쾌히 합류하겠다고 했고요."
  
열린사진관을 기획한 바라봄사진관 나종민 대표(사진 제공: 바라봄사진관)
열린사진관을 기획한 바라봄사진관 나종민 대표(사진 제공: 바라봄사진관)

바라봄사진관 나종민 대표는 열린사진관 결성이 전화통화 10분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고 했다. 지난 4월 초 떠오른 아이디어는 맘 맞는 '동지'들 덕분에 보름여 만에 현실화됐다.

◇상승곡선 그리는 예약자 수…취업시즌 맞아 '껑충'       
열린사진관을 찾는 사람들 수도 꾸준히 늘었다. 7명(5월), 34명(7월)을 기록했던 전체이용자수가 9월엔 61명으로 껑충 뛰었다. "홍보를 따로 하진 않았지만 서서히 입소문이 난 것 같아요. 하반기 취업시즌이 시작되기도 했고요." 열린사진관 '옷장지기' 박중길 씨가 말했다. 
  
옷장지기의 주된 역할은 정장 관리다. "재킷은 바라봄사진관에 보관해뒀다가 한 달 주기로 가져가서 세탁해요. 블라우스나 와이셔츠는 매주 깨끗한 옷으로 교체하고요."  

대학 졸업한 지 5년 된 박 씨는 '후배'들이 자신이 권해준 재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하다고 했다. "저도 취업 준비할 때 옷 때문에 고민 많이 했어요. 열린사진관 오시는 분들이 옷값 걱정 없이 사진 찍을 수 있으니 흐뭇하죠."

열린사진관엔 남성 재킷 95~120, 여성은 44~110까지 사이즈별로 정장이 구비돼 있다. (사진 제공: 바라봄사진관)
열린사진관엔 남성 재킷 95~120, 여성은 44~110까지 사이즈별로 정장이 구비돼 있다. (사진 제공: 바라봄사진관)

  
열린사진관 시작부터 취준생 사진 촬영을 도맡아 온 이정운 사진가. 지금까지 200여 명의 증명사진을 책임졌다. 6개월 여정의 소감을 묻자 ‘보람과 아쉬움’이란 답이 돌아왔다. "사실 항상 아쉬워요. 더 많은 분들을 찍어 드리고 싶은데 인원 제한이 있으니까요."

그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그의 카메라 앞에 섰다. 7년 가까이 준비한 공무원 시험을 접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30대 후반 남성, 결혼 후 살림하고 아이 키우다 재취업에 도전한 경력단절여성, 용기 내서 이력서 쓰려고 사진관 문을 두드린 노숙자. 
 
"어떤 분들은 '어디 잘 찍나 보자' 하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쏘아보기도 해요. 그래도 20분 넘게 촬영 하다보면 표정이 서서히 변해요. 저도 만족하고 손님도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을 때 보람을 느끼죠."

이 씨는 촬영 후 보정작업을 거쳐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준다. 메일 말미에 빼놓지 않고 쓰는 말. "이 사진으로 입사하시고 사원증 찍으러 다시 오세요." 

◇싼 가격에 서비스까지 '굿'…이용자들 '엄지 척'         

대학 졸업을 앞둔 이승은 씨(여, 22)는 "친구들은 머리하고, 메이크업 받고, 사진 찍는 데 10만 원 들었다고 했다"며 "저는 오늘 헤어·메이크업·정장 대여·사진 촬영 다 합해서 4만5000원밖에 안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졸업, 구직 중인 이정석 씨(남, 28)는 "주변 선배나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머리손질과 메이크업, 사진 촬영에 7만 원정도 썼다고 하더라"면서 "가격이 저렴해 대충 찍어주실 줄 알았는데 어깨 위치나 표정까지 세심하게 챙겨주셔서 고마웠다. 사진이 마음에 쏙 든다"고 했다.

재취업 준비 중인 정수연 씨(여, 27)는 "열린사진관에 온 건 정장 때문이었다. 마땅한 정장이 없었는데, 여기선 정장까지 무료 대여해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 4학년 윤춘구 씨(남, 25)는 "헤어스타일링이 100점이다(웃음). 주위 친구들에게 열린사진관을 추천해줄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열린사진관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예약(070-4325-7521)을 받는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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