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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도 정복한 인간…"뇌연구는 아직 미지의 영역"

[지능정보사회로 가자]<중-③>최영식 뇌연구원 박사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2016-09-28 08:12 송고
최영식 뇌질환연구부장이 23일 대구 신서동 한국뇌연구원 실험실에서 생체분자를 알아내기위해 무게를 재고 있다. 2016.8.23/뉴스1 © News1 이종현 기자
최영식 뇌질환연구부장이 23일 대구 신서동 한국뇌연구원 실험실에서 생체분자를 알아내기위해 무게를 재고 있다. 2016.8.23/뉴스1 © News1 이종현 기자

"뇌를 연구하면서 종교를 바꿨어요. 원래 불교였는데…"

뇌연구는 동물실험에 의존한다. 최영식 한국뇌연구원 뇌질환연구부장의 실험대상은 '쥐'다. 미지의 뇌를 놓고 서로 교감하는 그에게 쥐는 단순한 실험 도구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래서 '살생'을 금하는 불교를 더이상 믿을 수가 없었단다. 그렇다고 뇌 연구를 멈출 수도 없다.

"뇌세포를 보면 너무 이뻐요."

또다시 그를 현미경 앞에 앉게 하는 것은 미지의 영역인 뇌의 경이로움이다.

인간의 뇌는 1.4㎏에 불과할 정도로 작지만 그 속은 1000억개의 신경세포(뉴런)가 1000조개의 시냅스로 얼기설기 연결돼 활발하게 기능하는 매우 중요한 중추신경계 기관이다.

19세기말 뇌과학의 창시자이자 스페인 의학자인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도 뇌에 매료됐다. 그는 경이로운 신경세포를 나비의 율동에 비유했다. 카할은 "저 영혼의 나비의 날갯짓이 언젠가는 정신적 삶의 비밀을 알려줄 날이 올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말하며 평생을 뇌연구에 매진했다.

21세기에 접어들었지만 뇌의 비밀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최영식 박사는 "우주에는 탐사선도 여러 번 갔고 우주를 보는 창 허블우주망원경도 있다"며 "물리학, 화학분야도 첨단을 걷고 있지만 뇌는 아직까지 거인의 한발자국, 위대한 발견이 없는 분야"라고 말한다. "이제 마지막이 뇌"라는 것이다.

연구 여건은 녹록하지 않다. 우선 살아있는 뇌를 보는 게 하늘의 별따기다. 뇌질환의 시작을 알기 위해서는 발병전 건강한 뇌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국은 뇌 기증이 활발하지만 국내 사정은 그렇지 않다. 뇌연구는 쥐 등 설치류에 주로 의존한다. 인간의 뇌를 연구하기 위해선 영장류 연구가 필수적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뇌연구에 가장 유명한 피실험자가 바로 환자 'H.M'이라는 약자로 불려온 헨리 몰레이슨이다. 1953년 간질을 앓던 그는 편도체, 해마 등 뇌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다. 간질은 나았지만 기억을 잃었다. 현재 시점에서 20~30초만 지나면 새까맣게 잊어버리는 식이다. 2008년 세상을 떠나기전까지 그는 수많은 과학자의 실험대상이 됐다. 기구한 인생이었지만 뇌연구에 크나큰 족적을 남겼다. 기증된 몰레이슨의 뇌는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에 보존돼 있다.

최영식 박사는 "브라질은 100% 뇌를 기증한다"며 "한국은 뇌에 관해선 후진국"이라고 말했다. 뇌연구는 동물실험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뇌연구를 위해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외국과 공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뇌연구원이 한국 대표로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유엔본부에서 열린 국제뇌스테이션(The International Brain Station)에 참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제뇌스테이션은 미국 국무부, 민간과학재단인 카블리재단, 국립과학재단(NSF), 국제파트너십포럼 주도로 설립됐다. 뇌연구 결과를 공유하기 위한 일종의 '뇌과학 플랫폼'이다.

최 박사는 "과거 게놈 프로젝트에 우리나라는 참여하지 못했는데 10년이 지나면 후회하게 됐다"며 "뇌연구는 글로벌 공조가 중요한데 특히 미국처럼 긴 안목을 갖고 연구하는 것이 가장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2b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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