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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에서 그룹총수로, 그리고 파산...현재현의 '추락'

검사생활하다 이양구 회장 장녀와 결혼, 기업인으로
금융사 일궜으나 유동성위기 못견디고 파멸의 길로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2016-09-19 22:44 송고 | 2016-09-19 22:45 최종수정
현재현 전 동양그룹회장. 2014.1.14/뉴스1
현재현 전 동양그룹회장. 2014.1.14/뉴스1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67)이 결국 파산했다. 법조계의 기린아에서 기업총수에 올랐던 현 전 회장이지만 결국 유죄 판결에 이어 파산까지 결정되면서 극과 극을 오가는 인생굴곡을 갖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3단독 권창환 판사는 19일 동양그룹 '사기성' CP 발행·판매로 피해를 입은 A씨 등이 현 전 회장에 대해 신청한 개인파산 신청을 받아들였다.

◇ 잘나가던 법조인에서 그룹 총수까지

공식적인 '무일푼' 신세가 된 현 전 회장은 젊은 시절 성공한 법조인의 길을 걷던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고려대 총장을 지낸 조부와 이화여대 교수를 지낸 부친을 둔 교육자 가문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 3학년 때 사법고시에 합격하면서 앞길이 열렸다.
1975년 부산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지만 법조인 생활은 길지 않았다. 1976년 동양그룹 이양구 회장의 장녀 이혜경 씨와 결혼하면서 부터다. 이듬해인 1977년 29세의 나이로 검찰에 사표를 낸 뒤 동양그룹의 '부마'로 다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이어 1979년에 미국 스탠퍼드 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뒤 국제금융을 전공하면서 차기 그룹 후계자 수업을 시작한다. 귀국 이후 장인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1983년 동양시멘트 사장이 된 뒤 이어 일국증권(현 동양증권)을 인수하며 금융업에도 진출한다.

1986년에는 장인인 이양구 회장과 함께 동양증권 회장에 이름을 올리면서 재계를 놀라게 했다. 창업 회장이 직계 2세도 아니고 사위와 같은 직함을 갖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어 1989년 이 회장이 별세하자 사위였던 현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승계한다. '백년손님'에서 '주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동양캐피탈과 동양오리온투자신탁 등의 금융 계열사를 차례로 추가하면서 그룹을 시멘트 회사에서 금융회사로 변모시킨다.

◇ 2010년 그룹 유동성 위기…상환능력 없이 CP·회사채 1조 넘게 팔아

법조인에서 기업인으로, 나아가 그룹의 총수까지 하게 된 현 전 회장이 다시 법원을 들락거리게 된 건 지난 2010년부터다.

당시 현 회장은 앞서 2006년 한일합섬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합병 대상인 회사를 담보로 매수자금을 조달하는 LBO(차입인수) 방식을 동원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당시 현 회장은 자신이 검사생활을 시작했던 부산지검에서 수사를 받았다.

때맞춰 그룹도 위기에 처했다. 2010년 그룹 지주사 격인 동양메이저(구 동양시멘트)가 자본잠식상태에 빠지며 동양생명 지분 및 창원ㆍ대구 지역 부지 등을 팔아야 했다.

그러나 위기는 그치지 않았다. 동양생명을 매각하는 초강수에도 불구하고 1조원가 넘는 차입금이 남았다. 동양그룹 경영진들과 공모해 상환능력이 없는 CP(기업어음)와 회사채 등 1조2958억원 어치를 개인 투자자 3700여명에게 판매한 것이 2013년 유동성 위기로 부메랑됐다.

현 전 회장은 처제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담철곤 오리온 회장에게 구원요청을 보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자 현 전 회장은 채권단과 협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재계와 투자자에게 충격을 던졌다.

이어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불완전판매 정황과 계열사 부당지원, 동양시멘트 주가조작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현 전 회장은 결국 구속기소된 뒤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형을 확정받았다.

◇ 남은 재산 법원 직권 조사 뒤 채권자에게 배당 예정

한편 이번 파산은 현 전 회장이 신청한 것이 아니라 CP투자자들이 신청했다. 이번처럼 채권자가 파산신청을 하는 때에는 그 채권의 존재와 파산 원인인 사실을 소명해야 한다.

현 전 회장 명의의 재산으로는 서울 성북동 주택과 미술품 경매 대금 공탁금, 티와이머니대부 주식 16만주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법원은 파산관재인을 선임해 현 전 회장의 재산을 조사한 다음 이를 매각해 채권자들에게 배당할 예정이다.

제1차 채권자 집회는 오는 12월21일 열릴 예정이다. 현재 신고된 채권자는 370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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