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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프로젝트' 놓친 한국 '왕따'…뇌지도 연구 나선다

[지능정보사회로 가자]<중-①> '뇌지도' 큰장선다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2016-09-28 08:10 송고
미국을 주도로 선진국들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뇌 지도'에 주목하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News1
미국을 주도로 선진국들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뇌 지도'에 주목하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News1


"26년전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놓친 뼈아픈 실수를 또 반복해서야 되겠습니까?"
1990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등 6개국의 과학자들이 '달착륙'에 버금가는 역사적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바로 생명체의 모든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게놈을 해독해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 인간게놈 프로젝트다.

미국 주도로 이뤄진 이 연구로 2000년 99%의 유전자 지도가 탄생했고 2003년 완성됐다. 10년 넘게 연구자들이 인간의 유전자를 구성하는 DNA의 염기배열 순서를 밝히는동안 축적된 기술과 장비들은 '블루오션'을 열었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연구비 1달러당 140달러의 경제효과를 창출했다.

이제 선진국들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뇌지도'에 주목하고 있다. 1000억개의 신경세포(뉴런)로 구성된 신경망을 밝히고 재구성하는 뇌연구 프로젝트에 전세계의 두뇌들이 모여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개발에도 뇌연구는 필수다.

전문가들 전세계적으로 뇌연구를 위한 '큰 장'이 들어선 만큼, 우리나라도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게놈 프로젝트를 놓친 실책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미지의 블루오션' 뇌…융합연구의 '꽃'

뇌는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돼 있다. 신경세포 사이에는 일정간격으로 끊어진 틈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시냅스라 불리는 연결부위다. 시냅스는 화학적,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며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뇌에서 신호전달이 안되면 뇌의 명령체계가 무너져 인지, 기억, 운동 등의 장애가 생긴다.
인간의 뇌는 1.4㎏에 불과할 정도로 작지만 그 속은 1000억개의 신경세포(뉴런)가 1000조개의 시냅스로 얼기설기 연결돼 활발하게 기능하는 매우 중요한 중추신경계 기관이다.(출처=이미지투데이) © News1
인간의 뇌는 1.4㎏에 불과할 정도로 작지만 그 속은 1000억개의 신경세포(뉴런)가 1000조개의 시냅스로 얼기설기 연결돼 활발하게 기능하는 매우 중요한 중추신경계 기관이다.(출처=이미지투데이) © News1

정작 뇌는 아직까지 모르는 부분이 더 많은 미지의 영역이다. 하지만 '소우주'로 불리는 뇌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전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에 뇌관련 질환이 늘어나면서 뇌연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또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분야로 간주된 인공지능 연구의 발달도 뇌연구를 촉진시키고 있다. 인공지능(AI)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결국 인간의 '뇌'이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을 꺾은 구글의 '알파고'에서 검증됐듯 인공지능의 학습 및 연산 능력은 막강하다. 하지만 뇌의 추론능력, 직관력을 따라잡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인간의 뇌를 닮은' 뉴로모픽(Neuromorphic) 기술개발의 근간에는 뇌의 비밀이 자리잡고 있다.

알파고의 '뇌' 역할을 한 신경망과 이에 기초한 딥러닝 기술을 개발해 인공지능 연구에 일대 변혁을 일으킨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도 어릴 때부터 남달랐던 뇌에 대한 호기심이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도 인지신경과학으로 박사를 받고 뇌연구에 집중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면 이질적인 영역으로 간주돼온 뇌연구로 확대·접목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뇌연구는 영역을 초월하는 융합연구의 정점에 서있다. 뇌연구는 신경과학, 뇌질환, 뇌공학, 뇌인지 등 크게 4가지 분야로 나뉘는데 의학, 생리학, 공학, 인지심리학 등 여타 학문을 총망라한다. 뇌관련 융합기술의 미래가 무궁무진하다는 말이다.

정성진 한국뇌연구원 정책센터장은 "최근 촉발된 알파고를 비롯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미래산업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시발점"이라며 "인공지능의 최대 이슈가 바로 인간의 뇌를 모사한 인공지능"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뇌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보유하고 활용하느냐에 우리 미래가 달려있다"며 "특히 뇌연구는 첨단과학의 최전선이자 최후의 연구분야라 국가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고 강조했다.

◇'게놈'의 실책…뇌연구, 뒤처지면 안돼 

뇌연구는 첨단과학의 최전선이자 최후의 연구분야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신기술 개발로 이어질 융합연구의 핵심이기도 하다.  

미국,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1980년대 초반부터 뇌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본격적인 뇌연구에 뛰어들었다. 

미국은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앞으로 10년동안 30억달러(3조6000억원)를 투자하는 '브레인 이니셔티브' 사업을 선포했다. 이는 '인간 두뇌 지도' '인간 두뇌 케넥톰' 연구로 불린다. EU 역시 10년간 10억유로(1조2500억원) 연구비를 투입해 인간 뇌와 비슷한 규모와 기능을 갖춘 인공신경망을 개발하는 '인간 두뇌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일본도 이화학연구소를 통해 연간 30억엔(330억원) 예산으로 2014년부터 '혁신 뇌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우리 정부도 지난 5월 향후 10년간 3400억원을 투입, 뇌연구의 기반 마련을 위한 '뇌과학 발전전략'을 세웠다. 뇌지도가 핵심이다. 뇌지도는 뇌의 구조적, 기능적 연결성을 수치화·시각화한 데이터 베이스(DB)다. 뇌지도만 있다면 특정 뇌부위, 뇌회로의 변화와 긴밀히 연관돼 있는 뇌질환의 정확한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해진다. 특히, 한국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의 차별적 우위를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고위 뇌기능의 주요 영역인 대뇌피질(후두정엽)연구에 주력할 방침이다.

선웅 고려대학교 교수는 "우리 스스로 뇌지도 프로젝트 연구를 통해 2020년 이후 가시화될 선진국의 뇌연구 완성 시점을 쫓아가야 한다"며 "뒤처지지 않고 우리도 따라가야 개발을 통해 파생되는 산업에서 우리 몫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10년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140배의 경제 효과를 냈다"며 "(뇌연구 분야에서) 우리도 가만히 있으면 정말 큰일 나겠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2b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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