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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원클릭] 제일생명 사거리를 기억하시나요?

알리안츠 인수 당시 기대와 달리 참패, 헐값 받고 철수
노사 갈등 여전…안방보험 매각 무산 시 '폐업' 우려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2016-09-12 15:43 송고 | 2016-09-12 17:36 최종수정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제일생명 사거리'를 기억하시나요. 한때 제일생명 빌딩은 강남의 중심이었습니다. 지금의 교보타워 사거리가 2003년 들어서기 전만 해도 제일생명 빌딩은 근방의 상징적인 건물이었습니다.

제일생명은 대한생명에 이어 두 번째로 설립된 생명보험사입니다. 국내 4위의 잘나가던 보험사가 1999년 외환 위기로 휘청이면서 독일의 알리안츠 그룹으로 넘어갔습니다.
© News1
알리안츠생명이 제일생명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선진국 보험사 시스템이 수혈되면서 보험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습니다.

초반에는 독일 알리안츠 경영진들이 한국 회사로 넘어와, 알리안츠생명을 키우려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습니다. 우선 외형적인 몸집을 불리기 위해 7~8%대 고금리 상품을 대거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안방보험이 동양생명 인수 후 일시납 저축성 보험 상품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지요. 

알리안츠생명은 여성 위주의 보험설계사 시장에 남성설계사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풍부한 금융지식을 가진 전문가가 고객의 미래를 설계해준다는 콘셉트로 남성설계사 유치에 거액을 쏟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알리안츠 그룹은 한국 보험시장에서 결과적으로 참패했습니다. 경직된 서열 체계, 성과 상관없이 연차가 쌓이면 연봉도 오르는 임금 체계 등 특유의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강성 노조와 갈등을 봉합하지도 못했습니다.

결국, 독일 알리안츠 그룹은 국내 보험 시장에 1조3000억원을 들여놓고도 국내 진출 17년만인 지난 4월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35억원의 전무후무한 헐값으로 중국 안방보험에 넘기고 쓸쓸히 퇴장한 겁니다.

안방보험이 '구조조정'을 인수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알리안츠생명을 샀지만, 오랜 시간 굳어진 사내 문화를 바뀌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5월 실시한 명예퇴직으로 200여명의 직원이 퇴사했지만, 노사 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인력감축과 퇴직금 누진제 폐지 등 고용조건을 두고 사측과 노조가 첨예하게 대립 중입니다. 

이번에도 사측의 양보만을 바라면서 노조가 물러서지 않으면 제일생명은 아예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안방보험 매각이 무산되면 폐업에 이를 수도 있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입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때 강남의 상징이었던 옛 제일생명의 부활이 가능할지는 노조의 손에 달려있다"고 착잡함을 표현했습니다.


junoo5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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