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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진상규명⑥]물결처럼 번진 릴레이 단식…"주목해 주세요"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6-09-08 05:30 송고 | 2016-09-08 09:29 최종수정
편집자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3차 청문회가 지난 2일 끝났다. 백서 작성도 이달 말까지가 기한이다. 정부는 이미 특조위 종료를 선언했고 특별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내달 해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특조위의 노력에도 세월호 참사의 실체는 여전히 손에 닿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2년 5개월을 정리한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면 단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8.2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하루 단식도 이렇게 힘든데, 유가족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그나마 유가족들이 단식을 중단한 게 다행입니다."

6일 오후 3시쯤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농성장에서 만난 시민 김모씨(42)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 시민단체에 속한 그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보장을 촉구하며 이날 아침부터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었다. 
전날 밤 세월호 유가족들이 "야당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무기한 단식을 일단 중단했지만 시민들의 릴레이 단식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전국 500여개의 시민단체가 속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관계자와 정의당 대전시당 당원들, 일반 시민 등이 세월호 농성장에서 단식을 이어갔다.

◇물결처럼 번진 릴레이 단식…시민 1000여명 동참

단식에 동조한 시민들이 부르짖는 것은 세월호 진실규명과 더불어 세월호특조위 활동 보장이다. 정부와 세월호 유가족 사이에서 특조위 활동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특조위는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최대 1년6개월을 활동할 수 있게 규정돼 있다. 정부는 세월호특별법 시행일인 2015년 1월1일을 특조위가 구성된 날이라고 보고 올해 6월 특조위 활동이 종료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특조위는 정부로부터 예산을 배정받은 2015년 8월7일을 특조위가 구성된 날로 보고 2017년 2월3일까지 활동기간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 6월30일 특조위 예산지급을 중단하고 활동을 강제로 종료시켰다. 이에 반발해 이석태 특조위원장은 지난 7월27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유가족 역시 지난 8월 중순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특조위와 유가족들의 힘겨운 싸움에 시민사회단체와 학술단체, 정치권 등이 함께 나서기 시작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전국교수노조, 학술단체협의회 등이 동조 단식에 나섰으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구의역참사 시민대책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도 농성장을 찾아 릴레이 단식을 이어갔다.

세월호 희생자가족 대책위 등에 따르면 시민 릴레이 동조단식은 1000여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특조위 활동보장에 대한 릴레이 단식이 파도처럼 일어난 셈이다.

릴레이 단식에 동참하고 있다는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은 "연대회의에 소속된 시민단체들이 하루 혹은 한달씩 돌아가면서 이곳을 찾아 단식을 하고 있다"며 "단식 보다는 이 자리에 함께하면서 계속 잊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조위가 해체되면 세월호가 인양돼도 조사할 곳이 없다"며 "정부에서는 특조위 활동이 혈세 낭비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였다.

릴레이 단식에는 교계 관계자와 문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세월호 농성장 한쪽에서 조용히 기도를 하던 강테오 수녀는 "더 필요한 곳에 오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단식을 동참하며 유족들의 심정을 함께 느끼고 시간날 때마다 계속 기도를 한다"라고 말했다.

진보적 문인들의 모임인 한국작가회의는 "세월호특조위의 현재 상황이 2년 전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며 8월 중순부터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동조 단식에 참여했다. 

단식 행렬은 해외까지도 퍼져나갔다.

페이스북 페이지 '세월호를 기억하는 해외 동포들의 릴레이 단식'에 따르면 7일 현재 751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페이지에는 1800여개의 '좋아요' 반응이 달렸다.

단식에 동참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교포는 "일일 동조 단식을 마치면서 한국에서 투쟁하는 분들의 명단을 보고 한숨과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며 "이렇게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의 사건 진상을 밝히는 것이 어려운지 답답하기만 한 하루였다"고 소감을 남겼다.

미국 시카고의 또 다른 교포는 "미국 노동절 연휴를 맞이해 참석한 단체캠핑에서 다른 교포들과 함께 단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며 "조금의 힘이라도 보태고자 멀리서도 계속 세월호를 기억하고 지지하겠다고 이번 단식을 통해 다짐했다"라고 전했다.

◇꿈쩍않는 정부…"단식 안하면 주목 자체도 안해"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은 "이처럼 파도 같이 밀려오는 단식 물결에도 정부는 꿈쩍하지 않고 있다"며 "단식이란 게 목숨을 걸고 하는 건데, 이러다 유가족 누구 한명이라도 잘못됐으면 대책이 있었겠느냐"라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정부는 단식농성 이후에도 특조위 활동에 대한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6일에는 야당이 추진해 온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한 연장 법안이 여당의 반대로 상임위 상정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새누리당 소속 위원 9명은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안건조정위원회 회부 요구서를 제출했다.

야당 측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을 요청하면서 단식하고 있는데 그중 일부는 거의 생명이 경각에 달려있을 만큼 위중한 상황"이라 주장했지만, 여당 측은 "특조위가 1년 반 동안 150억원이나 썼고 앞으로 보고서 작성 등의 과정에서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안건조정위는 넘겨받은 안건을 최장 90일 동안 심의할 수 있다. 세월호특조위가 9월 말이면 강제해산 될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안건조정위원회 심사를 거치는 90일 동안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에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특조위 활동보장이 사실상 물건너 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의 진실규명에 대한 단식은 특조위가 출범하기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4년 세월호참사 유가족 고 김유민양의 부친 김영오씨의 단식농성을 시작으로 동조 단식이 시민사회단체 등 사이에서 들불처럼 번져간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가족 대책위 등에 따르면 당시 릴레이 단식에 참여한 시민은 2만명이 넘어섰다. 이들은 수사권·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했고 2014년 10월 여야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합의했다.

동조단식에 참여한 시민 한모씨(52)는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최후에 선택할 수 있는 보루는 곡기를 끊는 수밖에 없다"며 "단식을 하지 않으면 주목 자체를 하지도 않는 정치권이 참으로 원망스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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