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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에 불이 났어요. 누가 불을 질렀어요"…'실제 방불' 훈련

[르포]율현터널 화재발생땐 16개 수직구로 최단 3분내 대피
방화범 수직구 비상정차 가상 시나리오…총 250여명 참여

(평택=뉴스1) 진희정 기자 | 2016-09-06 17:00 송고 | 2016-09-06 17:01 최종수정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마산리 율현터널에서 열린 수도권 고속철도 개통대비 비상대응 종합훈련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승객들이 대피하고 있다. 2016.9.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마산리 율현터널에서 열린 수도권 고속철도 개통대비 비상대응 종합훈련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승객들이 대피하고 있다. 2016.9.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알려드립니다. 우리 열차 6호차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동요하지 마시고 침착하게 손수건이나 옷깃으로 코와 입을 막고,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5호차에 승차하신 고객께서는 1호차 쪽으로 이동해주시고 6호차에 승차하신 고객께서는 7호차 쪽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6일 오후 2시 수도권고속철도(SR) 601 열차가 율현터널 동탄~지제역간 운행 중 6호차에서 방화범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다. 객실 내부에서 자체 소화 조치에 나섰지만 불길과 유독가스가 심해 수직구 14번에 비상정차하게 된 것. 승객들은 서로 부축해 가장 가까운 수직구로 빠르게 이동했다.

수직구는 지하터널에서 지상으로 통하는 비상계단과 엘리베이터(24인승), 소화송수관, 환기설비 등이 갖춰진 대피통로다. 율현터널 내에만 2.5∼3.5㎞ 간격으로 16개가 설치돼 있다.

실제 상황을 방불케 했다. 이날 열린 수도권고속철도 개통대비 '비상대응 종합훈련 시나리오'는 15명의 사상자와 재산피해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초기대응반의 승객 대피지원, 119의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송탄보건소의 응급조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16개의 수직구마다 차단구역·118개 소화기 분산 배치
율현터널은 길이 50.3㎞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긴 터널이다. 시속 300㎞의 속도로 고속열차가 운행하게 된다. 강영일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국민들이 안전하게 고속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반복적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수도권고속철도에 운영될 SRT 차량은 모든 객실에 소화기 및 화재경보장치가 설치돼 있고 내장제도 난연성재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훈련을 위해 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훈련이 시작되기 전 비상대피로이자 환기설비 등이 설치돼 있는 수직구로 들어갔다. 8층짜리 건물 높이만큼 지하로 들어가기 위해 수직구에 설치된 24인승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계단은 일반 건물의 비상계단과 비슷한 구조다. 성인남성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올라올 경우 약 3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수직구에서 내려오면 10여m 거리 앞에 열차가 다니는 본선터널과 만나게 된다.

특히 16개 전 수직구에서 본선터널과 만나기 전 수평구간을 차단구역으로 설정했다. 연기가 횡갱 내부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설계돼 비상시 승객들의 안전한 대피와 탈출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각 수직통로 좌우에는 200m씩 총 400m의 연결송수관을 설치해 화재 발생때 소화를 할 수 있다. 수동식 소화기와 자동확산 소화기도 총 118개가 분산 배치돼 있다. 수직구 뿐만 아니라 본선구간엔 약 500m 간격으로 ABC소화기 4개씩 총 464개를 설치해 초기 화재 진압이 가능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각 수직 대피통로 지하에는 CCTV가 설치돼 중앙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승객들의 대피상태 확인과 통제가 가능하다. 대피통로 지상부에는 약 400㎡의 방재구난지역을 마련하고 비상차량 접근로를 확보해 소방차와 구난요원들이 수직구 입출구부를 통해 구난활동을 할 수 있다.

훈련상황에서도 화재작업만 진행된 것이 아니라 송탄소방서에서 56명의 소방인력과 차량 14대가 투입돼 수직구 입출구까지 구조와 구급활동을 펼쳤다.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든 도보로 각 수직구까지는 최단 3분에서 20분이 소요된다.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마산리 율현터널에서 열린 수도권 고속철도 개통대비 비상대응 종합훈련에서 소방관들이 부상당한 승객들을 옮기고 있다. 2016.9.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마산리 율현터널에서 열린 수도권 고속철도 개통대비 비상대응 종합훈련에서 소방관들이 부상당한 승객들을 옮기고 있다. 2016.9.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최정호 차관 "터널 사고 대비 반사적이고 무조건적 반응해야"

장대터널이 늘면서 터널사고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터널'의 흥행도 이러한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붕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히려 화재에 취약한 편이다.

이를테면 2003년 6월 1.9㎞의 서울 홍지문터널 안에서 25인승 교회버스와 승용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40여명이 크게 다쳤고 버스가 넘어지면서 난 불로 연기가 발생했지만 환풍기가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터널 안은 연기로 가득 찼다. 운전자들은 차를 버리고 대피했고 사고 여파로 내부순환로가 3시간 동안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렸다.

같은해 2월에선 대구지하철에서 방화로 인해 19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1년엔 남산1호 터널 안에서 차량 폭발로 화재가 발생해 승객들이 차량을 놔둔 채 대피하는 소동 등이 벌어졌다.

이날 한 시간동안 진행된 훈련을 지켜본 최정호 국토교통부 2차관은 "50㎞에 달하는 최대 터널 구간으로 국민들께서 지하 구간에 대한 비상시 안전문제를 우려하고 있다"며 "오늘 훈련과정에서 도출되고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매뉴얼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계획된 훈련을 보면서 조금은 안심할 수 있지만 실제상황은 이보다 더 긴박하게 흐를 것"이라며 "화재 뿐만 아니라 단전, 탈선 등 가능한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비하고 훈련을 해 무조건적이고 반사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고속철도 운영사인 김복환 SR 대표이사도 "중앙과 철도시설공단, 철도공사 SR의 협조가 유기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면서 "국민의 안전은 우리가 지킨다라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훈련은 수도권고속철도를 건설한 철도시설공단에서 주관하고 경기도재난안전본부, 평택시청, 송탄소방서, 송탄보건소, 평택소방서, 평택경찰서, 철도사법경찰대, 철도공사 및 운영사인 SR 등 250여명이 참여했다.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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