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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본회의 무산·의장실 점거…정기국회 첫날부터 파행

與, 정세균 국회의장 개회사에 반발·본회의 거부
丁, 사과·사회권 이양 거부…與, 2시간 의장실 농성

(서울=뉴스1) 최종무 기자, 서송희 기자, 김정률 기자, 이정우 기자 | 2016-09-02 01:20 송고
정진석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의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을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2016.9.1/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20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시작부터 파행으로 얼룩졌다.

1일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었던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과 김재형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등이 무산됐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야당 단독으로 진행됐고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도 불발됐다.

발단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였다.

정 의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국회의장은 영어로 '스피커'(speaker)인데 상석에 앉아 위엄을 지키는 '체어맨'(chairman)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로 쓴소리 좀 하겠다"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여권에서 민감하게 생각하는 현안을 꺼냈다.

그는 "국민의 공복인 고위공직자,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자리는 티끌만한 허물도 태산처럼 관리해야 하는 자리"라며 "민정수석은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자리다. 그런데 그 당사자가 그 직을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고 했다. 우 수석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정 의장은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주장했고, 사드 배치에 대해선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이 행정부의 일에, 그것도 여야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정치적 현안들에 대해 이처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 의장의 이날 발언은 무당적을 의무화할 정도로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국회의장으로서 부적절한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기에 충분했다.

당장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연설 도중 여당 의원석에서는 "사과하세요"라는 고성이 터져나오는가 하면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개회사가 끝나자마자 "국회의장의 태도가 아니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새누리당은 개회식 직후 예정됐던 단체 기념사진 촬영도 거부했다.

새누리당은 개회식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정 의장을 성토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정 의장의 개회사에 대해 "중증의 깊은 대선병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내년 대선에서 본인이 나가든 자기가 과거 소속된 정당이 집권하기 위한 대권병 이외에 다른 걸로 해석이 안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도발"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국회의장을 믿고 상대하고 국회 의사일정을 맡길 수 없다"며 "의장의 납득할만한 사과조치가 후속되지 않으면 새누리당은 이 시간부터 정기국회 의사일정에 임하지 않겠다"고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에 대한 사퇴촉구결의문을 채택하고, 국회 윤리위 제소 방침도 세웠다.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회의장실을 찾아 항의를 하면서 정 의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개회사 관련 입장표명을 통해 어떠한 정치적 의도 없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현안에 대한 입장을 사심없이 얘기했다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면서 "추경 등 시급한 현안처리를 위한 본회의 참석을 여야 의원들께 간곡히 요청한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추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두 차례에 걸쳐 의장실을 방문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자 밤 10시 25분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 의장을 향해 "추경이 시급하니 사회권을 부의장에 넘겨라. 여당도 좋고 야당도 좋으니 사회권을 넘기라"고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 의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지금 누구 때문에 추경 처리가 뒤로 미뤄지고 국회가 파행되고 있는데 아무일 없다는 듯이 의장 사과를 듣지 않고 추경 처리를 하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정 의장과 새누리당의 갈등 속에 급기야 새누리당 의원 70여명이 국회의장실을 사실상 점거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밤 의장 비서실장 등 의장실 직원들의 저지를 뚫고 의장실로 몰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고성과 폭언이 오가는 등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의장실을 점거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정 의장이 정기국회 개회사를 강력 성토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의 항의를 한참 듣고 있던 정 의장은 "여러분들은 지금 예의를 넘으셨다. 지금 이게 뭐하자는 거냐"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이게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이 상태로는 대화를 나눌 수 없으니 돌아가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늘의 파행은 국회의장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며 "최소한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 의장이 2일 아침까지 합리적인 방안을 알려주기로 하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약 1시간 50분 동안의 의장실 점거를 풀었다.

새누리당의 격앙된 반응과는 달리 야당 측은 정 의장의 개회사에 대해 "잘했다", "할 말을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국회 일정을 보이콧 한 새누리당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당답지 못하다"라고 비판했고, 같은 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거슬리는 소리가 있다고 다 (의사일정을) 거부하면 어떻게 여당을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역시 "중차대한 추경을 보이콧해 버리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ykjm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