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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궁궐' 감독 "'센과 치히로' 표절 논란, 근거 없는 비교"(일문일답)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2016-08-31 14:51 송고 | 2016-08-31 18:40 최종수정
영화 '달빛궁궐' 측이 작품 공개 후, 관객들이 궁금해할 모든 것을 담은 김현주 감독의 질의응답을 공개했다.
9월7일 개봉하는 '달빛궁궐'은 600년 만에 깨어난 창덕궁에서 펼쳐지는 열세살 소녀의 궁궐 판타지 어드벤처물이다. 

'달빛궁궐'은 지난 24일 진행된 언론시사회 이전부터 연관검색어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함께 뜨는 등 표절 논란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김현주 감독은 언론시사회 당시 어떤 면에서 표절 논란을 제기하는지 역으로 질문했다. 이후 그는 이를 둘러싼 자신의 생각을 밝혔고 한국 애니메이션 창작자로서의 고충도 함께 전했다. 

김현주 감독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달빛궁궐'(김현주 감독)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질문을 듣고 있다. © News1star DB
김현주 감독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달빛궁궐'(김현주 감독)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질문을 듣고 있다. © News1star DB

이하 김현주 감독의 일문일답.

▲ 창작자로서 '달빛궁궐'의 표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면?
A. 솔직히 처음엔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에서 걱정해주는 말을 해줘서 알게 됐다. 영화 본편이 공개되기도 전에 예고편을 캡처한 몇몇 장면만으로도 논란이 됐다는 것이 놀라웠다. '달빛궁궐'은 오랫동안 공들여 제작했고 많은 스태프들의 열정과 노력이 숨어있는 작품이다.

언론시사회 이후, 본편을 본 기자분들이 정확한 평가를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본다면 표절은 애초에 얘깃거리도 되지 않는다. 일본 애니메이션과의 근거 없는 비교보다 오히려 독창성과 잠재적 힘을 지닌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의 현주소에 대해 열띤 토론이 펼쳐지길 바란다.
특히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영역은 근 10여 년간 극도로 어려운 시기였다. 애니메이션은 많은 자본과 경험치를 필요로 하는 장르지만 우리나라 창작 애니메이션은 아직도 시작 단계다. 유아용 애니메이션은 많은 경험치가 축적되어 있지만, 조금만 연령대를 넓히려는 시도를 하면 아직도 시장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반응한다.

창작자로서 추구하는 메시지의 수위와 관객이 원하는 요구를 결합하고 조절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내가 판단을 그르치면 그 영향이 창작 애니메이션 전체에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한 컷 한 컷 그리는 애니메이션은 정말 정직하여 그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매체다. 그 여정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어 만든 것이 엔딩크레딧이다. 영화 속 각종 캐릭터와 동작들이 한국의 문화를 어떻게 반영했고, 또 어떠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관객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영화를 위해 아이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설문까지 했다고 하는데 특별한 이유는?
A. 보통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인기 있는 캐릭터, 완구, 원작이 있지만 '달빛궁궐'은 나의 소설 '궁궐에서 온 초대장'(2010)이 원작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많이 가졌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거기에는 성적 고민, 부모님에 대한 갈등, 폭력을 빼고 나면 ‘자신이 보잘것없다고 느껴질 때'가 가장 많았다.

초등학생 때는 자신이 힘없는 존재인 것 같고,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게 되는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고민을 가진 친구들에게 "나에게 기회를 주면 나도 잘할 수 있어"라는 현주리의 대사 같은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특히 감독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들이 즐길 수 있고,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주인공을 소녀로 해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반 친구들에게도 트렌드를 물어보고 그 눈높이에 맞춰서 실망시키지 않는 액션 장면들도 넣으면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 장영실 최고의 발명품인 물시계 ‘자격루’라는 소재를 다룬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영화는 처음에는 '아주 평범한 소녀가 세계를 구한다'는 애니메이션의 보편적인 플롯에서 시작했다. 그렇다면 '달빛궁궐'이라는 달빛세계의 시스템은 무엇일지 구상하면서 거대한 물시계 자격루라는 아이템에 착안하게 됐다.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지하에 가면 자격루 복원 모형이 실제로 있다. 그 모형을 보고 굉장히 반했었고, 규모도 굉장히 크고 실제로 옛날에 자동으로 돌아가는 거대한 시스템을 설계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매혹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창작자로서 그 아이템을 갖고 '달빛궁궐'의 이야기와 결합하게 됐다. 

▲ 영화 속 주요 장면을 위한 특별한 제작과정을 공개한다면?
A. 영화 초반, 창덕궁 인정전에 나오는 액션신을 위해서 무술 감독님과 스턴트맨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또한 무용하는 장면들도 마찬가지로 실제로 안무를 짜고, 그걸 촬영을 해서 애니메이션 액팅으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옷 짓는 장면을 위해서는 규중칠우와 한복 자체의 선에 익숙해져야 했기 때문에 한복 짓는 것도 직접 배웠고 내 아이들에게 입혀보며 실질적이고 디테일한 검수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화면이 더욱 풍성하게 채워지길 바랐고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봤을 법한 동작과 춤이 아닌 '달빛궁궐'만의 그림들로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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