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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39년 만에 침몰, 대마불사 신화도 끝났다

채권단 "유동성 지원" 불가…법정관리 行
구조조정 대원칙 고수, 해운업계 '쓰나미' 일듯

(서울=뉴스1) 오상헌 기자, 문창석 기자, 전준우 기자, 김민성 기자 | 2016-08-30 18:49 송고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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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이 창립 39년 만에 글로벌 해운 시황 불황의 파도를 넘지 못하고 사실상 좌초됐다. 채권단이 신규자금 지원 불가를 결정하면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후 청산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가 침몰하면서 '대마불사'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주주 정상화 의지 미약, 구조조정 원칙 훼손 안 돼"
한진해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4개 채권은행은 30일 회의를 열어 한진그룹이 요청한 6000억원 규모의 한진해운 신규자금 지원안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한진이 제시한 자구안(4000~5000억원)은 전체 부족자금(1조~1조3000억원) 대비 상당히 부족하다"며 "대주주(한진그룹)의 회사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미약하고 경영정상화를 이루기에도 크게 부족한 수준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신규자금 6000억원을 지원하더라도 상거래 채권 연체액(6500억원)에도 못 미쳐 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한진해운은 내년 말까지 부족자금이 최악에는 1조7000억원에 달하고 2018년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주주가 있는 민간기업의 유동성은 '자구 노력'으로 해결한다는 '구조조정 대원칙'도 크게 작용했다. 현대증권(1조2500억원) 매각 등 자구안으로 정상화 기반을 마련한 현대상선과의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양대 해운선사에 대해선 동일한 방식의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며 "한진해운 대규모 유동성 지원은 구조조정 원칙에 반하고 향후 구조조정에 부정적인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곧 신청, 일각선 '합병론' "현실성 떨어져" 

한진해운은 이날 채권단이 자구안 수용 불가와 자율협약 종료(다음 달 4일 시한) 사실을 통보함에 따라 빠르면 31일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해운 산업의 재활을 위해 그룹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율이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합병론도 거론되지만, 금융당국은 현재로썬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정상화 가능한 기업들의 경우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정상기업(현대상선)과 부실기업(한진해운)을 섞는 것은 어렵다"며 "채권단이 검토했으나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후 우량자산만 따로 떼 현대상선에 붙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남아 있는 한진해운 자산이 많지 않고 법원이 회생보다는 청산을 선택할 공산이 커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다.

◇현대상선 '정상화' 불리하게 작용, 당국·채권단과 '소통' 부족

한진해운은 연초까지만 해도 현대상선보다 생존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하지만 불과 반년 사이 처지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현대상선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성공적으로 졸업하고 조만간 새 CEO(최고경영자)를 선임한 후 정상화 작업을 본격화한다.

해운·금융업계에선 현대상선의 성공적 구조조정이 역설적으로 한진해운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대주주 고통 분담'을 통한 구조조정이란 선례를 남긴 데다 현대상선이 회생하면서 무리하고라도 한진해운을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약해졌다는 점에서다.

한진그룹이 현대그룹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채권단과의 '교감'을 소홀히 한 게 패착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5월 전격적인 자율협약 신청이나 최근 자구안 마련 과정에서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부족해 설득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 침몰로 대우조선해양 사례처럼 '대마불사' 신화가 저물었다고 봐야 한다"며 "한진해운 구조조정은 향후 대기업 구조조정의 '선례'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해운·항만업계 '쓰나미', 은행·회사채 투자자 '손실'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현실화하면서 국내 해운업계와 수출업체들은 '해운 발 쓰나미'에 직면하게 됐다. 회사채 투자자와 한진해운에 돈을 빌려준 채권은행들도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선주협회는 국내 연관산업 피해가 20조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진해운 매출 소멸과 환적화물 감소, 운임폭등 등으로 연간 17조원 대의 손실이 발생하고 은행과 사채 투자자 등이 3조원 이상의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부산 지역 해운항만업계에선 2300명의 일자리 감소가 예상된다. 취약업종인 조선업계도 선박 발주가 줄어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국내 수출입 화주들이 매년 4407억원 운송비를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 등과 긴밀히 협조해 중소협력업체와 연관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수출물량 운송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대상선의 대체 선박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bbo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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