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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다는' 국내맥주 경쟁력강화 , 가격인상으로 '불똥' 튀나

맥주, 20년간 식음료 중 가격 인상률 가장 낮아
"낡은 규제로 품질·가격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2016-08-30 16:29 송고 | 2016-08-30 17:32 최종수정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코너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고 있다. © News1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맥주시장의 경쟁력 활성화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수입맥주에 대한 역차별 규제 완화를 논의하는 동시에 일부 국산 맥주업체들의 독과점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지만 국내 맥주업체들이 가격 인상요인을 반영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좋은 원료를 쓰지 못한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기 때문이다.
국산맥주는 제품값을 대폭 내려 수입맥주와 경쟁하기도 어렵다.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국산맥주의 가격 인하 한계점이 뚜렷한 반면 수입맥주는 맥주는 매년 낮아지고 있는 관세 등의 영향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국산맥주 제조업체들이 제품 값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력 확보에 나설 경우 전반적인 맥주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저렴한 수입맥주에 맞서기 위해서는 고품질·가격 맥주 제조, 제품 다양화(연구·개발 비용 소요) 쪽으로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가격 못 올려서 좋은 재료 못쓴다"…사실일까?
30일 공정위가 맥주산업에 대한 연구용역 대상자로부터 보고받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주류가격은 신고제로 돼 있지만 사실상 승인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행법상 맥주 제조장 출고가를 변경하는 업체는 2일 변경일로부터 2일 이내에 출고가 변경 신고서를 관할 세무서에 제출해야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맥주사업자가 가격변경신고서 제출 이전에 국세청에 가격인상 계획을 알리면 국세청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서 인상 여부에 대해 결정한다.

이에 따라 맥주는 지난 20년 동안 전체 식음료 제품군 중 최저인상 품목이 됐다. 조사 결과 이 기간 소비자물가는 81.2% 상승했고, 식품(주류·음료 제외)가 126.6% 오른 반면 맥주는 21.7% 상승하는데 그쳤다.

맥주사업자들의 경우 기존 제품 가격을 변경하거나 신제품에 대한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서는 건별로 가격을 승인받아야 하는데 이에 따라 시장 상황에 맞는 유연한 제품가격 설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연구를 맡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좋은 원료를 사용해서 가격이 높아지는 프리미엄 맥주 제품을 개발하는데도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라고 보고서에 기재했다.

정부의 맥주가격 인상요인 억제가 국내 맥주 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맥주업체 관계자는 "맥주 가격인상 요인이 충분한데도 수년째 눈치만 보며 가격을 못올리는 상황"이라며 "그렇다고해서 섣불리 가격을 올리면 수입맥주에 시장을 통째로 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산맥주, 가격 낮춰 경쟁력 확보하기 어려운 까닭

수년째 맥주가격을 동결해온 제조업체들 입장에서는 반대로 값을 내려 수입맥주의 약진을 저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수입맥주는 2011년 이후 연평균 수입량 기준 30.5%, 금액기준 24.8%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국내 전체 맥주시장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업소용을 제외한 가정용 매출부문에서는 수입맥주의 점유율이 40%에 달한다.

이는 최근 가정에서 주류를 가볍게 즐기는 문화와 맥주나 와인 등 저도주 선호현상이 확산되고 있고 다양한 맛의 맥주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다양한 해외 브랜드 맥주 수입량이 늘어난 영향이다.

또 수입맥주 업체들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1만원에 4캔' 등의 저렴해 보이는 것처럼 판매하고 있는 부분도 작용했다.

수입맥주가 마치 저렴해 보이는 것처럼 마케팅할 수 있는 것은 관세 인하 효과로 원가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맥주에 적용되는 기본 관세율은 30%이지만 자유무역협정(FTA) 각국과의 체결로 인해 2012년 이후 단계적으로 관세가 낮아지고 있다. 반면 국산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은 변하지않고 있다.

국내 맥주 제조사 관계자는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라면서도 "현행 규제상 값을 올려 좋은 원재료를 써서 맛으로 승부를 내기도 어렵고 값을 내려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j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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