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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다문화섬⑥] 다문화학생 10만명, 학교 안팎에서 바라본 아이들

언어·문화 장벽 '심각'…전문인력 양성 필요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2016-08-31 05:50 송고
편집자주 국내 체류 외국인이 지난 6월 기준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실질적인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이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외국인 노동자 밀집구역은 다문화 시대가 만든 이색지대다. 실재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외딴 섬으로 존재하고 있다. 뉴스1은 1개월간의 '서울의 다문화섬' 관찰 기록을 정리해보았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자 숙제 꺼내 보세요. 슬이(가명)는 왜 또 안 했어."

왁자지껄 시끄럽던 교실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한 명씩 선생님 앞에 숙제를 들고 가 숨죽인 채 점수를 확인하는 아이들 표정이 가지각색이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 구로구 다문화센터가 운영하는 '움틈교실'을 찾았다.
이곳에는 매일 아침 11~19세 중국 동포 청소년 10여명이 모여 한국어를 공부한다. 이들은 모두 '중도입국 자녀'들로, 일반 학교에 진학할 형편이 못 되거나 진학한 뒤 적응하지 못하고 학업을 멈춘 청소년들이다.

◇학교에서 밀려난 아이들…언어 장벽 '심각'

움틈교실은 '희망이 움트길 바란다'는 뜻에서 따온 이름이다. 학교 밖 중도입국 자녀들을 위해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중도입국 자녀란 외국에서 나고 자라다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온 자녀를 말한다. 이들은 한국어와 사회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입국해 대부분 일반 학교에 적응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움틈교실 사업 초기에는 센터 관계자들이 공부할 학생들을 찾으러 동네 PC방이나 오락실을 며칠씩 누비기도 했다고 한다.
위윤경 구로구 다문화센터 간사는 "학교에 가지 않는 이주 자녀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 PC방"이라며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들을 '밥먹자'고 데려와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모두 자원하거나 부모의 추천으로 다니는 학생들이다. 위 간사는 "이주민 커뮤니티에서 알음알음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매년 수백명의 다문화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학업중단율은 1% 정도로 6만7806명 중 688명이 학업을 중단했다.

문제는 중도입국 자녀 상당수가 곧 성인이 돼 대학에 가거나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툰 우리말 때문에 대학과 취업 어느 쪽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움틈교실에도 만 18세 아이 2명이 한글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 나이로 고등학교 3학년인데도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의 받아쓰기나 말하기 수업도 어려워할 정도로 한국어가 미숙했다.
지난 2014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다문화 학교인 용산 보광초등학교 학생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DB.
지난 2014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다문화 학교인 용산 보광초등학교 학생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DB.
◇다문화 인력 부족 해결해야…전문 양성과정 필요

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경우엔 사정이 좀 나은 편이지만, 언어와 문화 장벽 앞에 힘들어하는 건 마찬가지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다문화 전담 교사 A씨는 '전담 인력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교사 A씨는 "지난해 1학년으로 편입한 한 학생은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을 못해 바지에 실수를 한 적도 있다"며 "기본적인 의사표현도 안 되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움츠러들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문화학생들을 전담해서 돌봐줘야 하지만, 북한 이탈주민과 다문화 자녀 등 수십명을 교사 혼자 돌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일반 교사 입장에서는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학생이 난감하다.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도 어려운 학생에게 수업 내용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다문화학생 교육지원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 시내 다문화언어(이중언어) 강사는 총 87명(78개교)에 불과했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 전체 다문화학생은 1만1642명으로 다문화언어 강사 1명이 학생 134명을 맡는 셈이다.

국내 다문화학생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다문화학생 수는 9만9186명으로 2007년(1만4654명)보다 8만4532여명 늘었다. 6년새 6.7배 증가한 수치다.

다문화학생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지원책 마련도 필요하다. 미국, 캐나다 등 이민 선진국에서는 학교 내 전문 상담인력을 배치해 수시로 다문화학생이 받는 스트레스나 압박감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정지윤 명지대 국제교류경영학과 교수는 "이주민과 자녀들의 한국사회 적응을 돕는 다문화 전문가들을 양성해야 한다"며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등 시스템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광석 이주민사회통합센터장은 "이주민들을 혜택을 받는 대상으로만 보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며 "그들 스스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구성원으로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solidarite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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