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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가 오염원이라면 콜레라 환자는 왜 2명뿐일까

환자접촉자 모두 '음성'…"역학조사 골든타임 지났다"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2016-08-30 08:06 송고 | 2016-08-30 09:05 최종수정
지난 25일 두번째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경남 거제에서는 콜레라 대책반과 긴급상황실을 가동했다.© News1 이경구 기자
지난 25일 두번째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경남 거제에서는 콜레라 대책반과 긴급상황실을 가동했다.© News1 이경구 기자

국내에서 15년 만에 발생한 콜레라균이 바닷물에서 비롯됐다면 왜 콜레라 환자는 2명뿐이었을까. 해수오염에 의한 콜레라균 감염이라면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뒤늦은 역학조사로 콜레라균이 사멸되는 바람에 조사대상자들이 '음성' 판정이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30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첫번째 환자(남·59)와 접촉한 사람은 모두 38명이다. 가족 3명과 조리종사자 5명, 병원 접촉자 30명은 콜레라 감염검사에서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두번째 환자(여·73) 접촉자는 58명으로, 삼치회를 함께 먹은 11명과 병원 접촉자 37명, 교회 접촉자 8명 모두 콜레라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첫번째 환자의 환경 검체 18건, 두번째 환자와 관련된 환경 검체 7건도 모두 음성이 나왔다. 아직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콜레라균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콜레라에 감염되기 위해서는 균이 묻어 있는 해산물 부위를 먹고 동시에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콜레라균은 바다에 사는 플랑크톤에 주로 기생해 산다. 물고기가 아가미로 플랑크톤과 접촉하기 때문에 특히 아가미, 껍질 등에 균이 묻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콜레라균이 몸속으로 들어갔다 해도 위산 때문에 대부분 죽는다. 일부 균이 살아서 장으로 내려간다고 해도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무증상이거나 아주 경미한 설사 정도만 앓고 지나간다는 주장이다.
곽효선 질병관리본부 수인성질환과장은 "환자와 함께 해산물을 먹은 사람들에게 균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균이 전체적으로 퍼져 있지 않았고 수도 많지 않았던 것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두번째 환자의 경우 냉동된 삼치회를 해동해 먹었는데 냉동된 환경에서는 균의 활동력이 떨어져 기력이 없는 상태였을 것"이라며 고령인 두번째 환자의 낮은 면역력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콜레라균은 염분이 있는 물의 수온이 24~35도일 때 가장 활발하게 번식한다. 보통 17도 이상에서 증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너무 낮거나 높은 온도에서는 활동성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쉽게 죽는다.  

© News1 장수영 기자
© News1 장수영 기자

일각에서는 역학조사 자체가 너무 늦게 이뤄져 콜레라균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역학조사 골든타임이 이미 지났다는 주장이다.

첫번째 환자의 경우 8월 7~8일 날것의 해산물을 섭취하고 9일 하루 10회 이상의 설사 증상이 시작돼 11일 광주광역시 소재 미래로21병원에 입원해 진료를 받았다. 5일 후인 17일부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19일에 퇴원했다.

신고가 이뤄진 시점은 22일이고 접촉자에 대한 콜레라 검사는 23~24일 실시됐다. 8일 해산물을 함께 먹은 가족, 11일 입원 후 접촉한 의료진에게서 콜레라균을 확인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14일 삼치회를 먹고 콜레라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두번째 환자도 24일에야 방역당국에 신고가 됐고 당일 바로 접촉자 검사가 이뤄졌지만 이미 열흘이 지난 상태였다.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면역력이 특별히 약한 환자가 아니라면 보통 이틀의 잠복기를 거쳐 48~72시간 내에 회복한다"며 "접촉자 검체 검사가 이뤄질 때쯤에는 이미 균이 사멸한 후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거제에서 발견된 콜레라균은 엘토르 생물형 균으로 증상이 약하고 감염자의 2~3%만 증상을 나타낸다. 감염이 됐다 해도 며칠사이 완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해수검사에서 콜레라균을 발견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는 입장이다. 보건당국은 콜레라 오염원과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통영시와 거제시 등 남해안 지역 바닷물 채집 시기를 2주에서 1주로 좁혔다.

엄 교수는 "콜레라균은 17도 이상에서 번식 가능하지만 기온이 떨어진 지금은 폭염 당시 균 번식 상황과 다르다"며 "검사를 해도 균을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m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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