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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장군 19대손 카멘 남 소피아대 교수 "여동생 상봉,행복 그 자체다”

29일 이복 여동생과 상봉…경기도청서 기자회견

(경기=뉴스1) 진현권 기자 | 2016-08-29 16:32 송고 | 2016-08-29 16:36 최종수정
남이 장군의 19대 후손이자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교 남승남 전 교수의 아들인 카멘 남(Kamen Nam) 불가리아 소피아국립대 교수가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탈북자 동생인 남율주씨와 공동 인터뷰를 마치고 포옹을 하고 있다. . 2016.8.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남이 장군의 19대 후손이자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교 남승남 전 교수의 아들인 카멘 남(Kamen Nam) 불가리아 소피아국립대 교수가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탈북자 동생인 남율주씨와 공동 인터뷰를 마치고 포옹을 하고 있다. . 2016.8.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정말 떨린다. 이 순간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행복 그 자체다’”

남이 장군의 19대 후손인 카멘 남(Kamen Nam) 불가리아 소피아국립대 교수(지리학 및 국가안보학)가 29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꿈에 그리던 여동생과 만난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다.

카멘 남 교수는 1989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62세로 숨진 고 남승범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수와 불가리아인 예카테리나 소피아국립대 교수 사이에서 태어난 외아들이다.

카멘 남 교수의 방문은 지난 5월 불가리아를 방문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불가리아에서 카멘 남 교수를 만난 남 지사는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카멘 남 교수의 가족사를 듣고 한국 방문을 제안했다.

카멘 남 교수는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서 북한에서 탈북한 이복 여동생 남율주(가명)씨와 감격의 상봉을 한 뒤 오후 경기도청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카멘 남 교수는 “저를 초청해준 남경필 지사에게 특별히 감사드린다. 바로 제 꿈이 실현됐기 때문이다. 아내와 함께 초청된 것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말문을 꺼냈다.

카멘 남 교수는 “저에 대해 몇가지 소개 말씀 드리겠다. 1957년 (불가리아에서) 태어났으며, 어린시절을 정말 힘들게 보냈다. 아버지가 불가리아에서 북한으로 추방될 때 저와 어머니 둘만 남아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해선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카멘 남 교수의 아버지 남승범씨는 한국전쟁 직후 불가리아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당시 북한은 부상당한 군인들을 요양과 교육 목적으로 여러 동유럽 공산국가들로 보냈으며, 남씨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남씨는 이곳에 5년 동안 거주하면서 불가리아 정부 장학금으로 소피아대학교에서 공부를 했으며, 부상 치료를 위해 다녔던 재활센터에서 예카테리나 씨와 만나 카멘 남 교수를 낳았다.

카멘 남 교수가 2살이던 1959년 남씨는 귀국 명령이 떨어져 평양으로 복귀하게 됐다. 졸지에 가족들은 이산가족이 됐다.

남편은 잃은 예카테리나 씨는 북한으로 가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등 부단한 노력 끝에 북한 주재 불가리아 대사관 비서직에 선발됐고 북한을 방문해 남편과 극적인 재회를 하게 됐다. 당시 카멘 남 교수는 너무 어려 불가리아 외할머니 댁에 맡겨졌었다.

어렵게 다시 만나게 된 남씨 부부의 북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부인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았던 남씨는 대학교수 자리까지 빼앗기는 등 고초를 겪었다. 남편의 고통을 볼 수 없었던 예카테리나 씨는 2년 만에 홀로 불가리아 복귀를 결정했다.  

불가리아로 돌아온 예카테리나 씨는 소피아대학 지리학과 교수가 됐고 북한 체류기간 동안 수집한 북한 지리에 관한 자료를 정리해 ‘코리아’란 제목의 책자를 집필했다. 카멘 남 교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고, 헤어지기 직전 두 살 때 아버지와 찍은 사진만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카멘 남 교수는 “아버지가 북한으로 돌아간 뒤 연락이 끊어졌다. 이후 어머니와 저는 불가리아 대사관과 다른 나라 대사관을 통해 아버지와 관계되는 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러나 그 어떤 사실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카멘 남 교수는 이어 “마지막으로 지나간 시간에 대한 보상을 여동생에게 해주고 싶다”며 말문을 맺었다.

카멘 남 교수는 남율주씨와 3년전부터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남을주씨는 “18년 동안 한국에 와서 제사상을 차려놓고 눈물로 지새운다. 나의 아빠는 영원한 아빠이고, 잊어본 적이 없다”며 “분단의 아픔이랄까, 이렇게 남한에 와서 오빠를 만나게 됐다. 있는 동안 기쁘게 해 드리고 싶다. 잘 해드리고 싶다”고 말한 뒤 카멘 남 교수와 감격의 포응을 나눴다. 

카멘 남 교수는 30일 오전 9시 ‘제315회 21세기 희망의 경기포럼’ 강사로 나서 ‘지리학자로서 본 불가리아 발칸 비경과 한국으로의 여정’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카멘 남 교수는 이날 한국인로서 발칸 산맥을 누비는 지리학과 교수의 이야기와 냉전과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자신의 인생 여정 이야기 등을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DMZ, 임진각, 도라산 전망대, 판교테크노밸리, 화성행궁, 경복궁 등을 돌아본 뒤 다음달 3일 불가리아로 돌아갈 예정이다.


jhk1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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