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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세계 아마 무대 평정한 성은정 "도쿄 올림픽 금메달 욕심나요"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16-08-27 06:30 송고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성은정. (USGA 제공)© News1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성은정. (USGA 제공)© News1

한국 여자골프는 '화수분'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인재'가 넘쳐난다. 박세리를 시작으로 김미현, 신지애, 박인비, 김세영 등 세계무대를 호령하는 골퍼들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22일 폐막한 리우 올림픽에서도 116년만에 부활한 여자골프 금메달은 한국의박인비가 차지했다.

현재 여자골프 세계랭킹만 보더라도 20위권 내에 9명이 한국인일 정도이고, KLPGA투어에서도 매년 빼어난 기량의 신인들이 등장한다.

아직 프로는 아니지만 성은정(17·영파여고)은 현재 한국의 '10대 골퍼' 중 가장 핫한 선수다. 앞서 언급했던 대선수들도 아마추어 시절 기록하지 못했던 대업들을 일구고 있는 성은정을 지난 25일 만나봤다.

성은정은 올해 미국무대에서 연거푸 '일'을 냈다. 성은정은 7월 US 주니어 여자 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US 아마추어 챔피언십까지 제패했다.

US 주니어 선수권은 만 18세 미만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다. 지난해에도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성은정은 역대 세 번째로 2연패에 성공했다.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은 연령 제한이 없다. 대학교에 재학 중인 골퍼들도 숱하게 출전하는 아마추어 최강을 가리는 대회다. 이 대회까지 우승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아마추어 최강자'가 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인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15세 때인 2012년에 이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다.

지난 1895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 초대 대회가 열린 이래, 같은 해에 주니어선수권과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동시에 제패한 선수는 성은정이 최초다. 성은정은 여자 아마추어 골프의 새로운 역사를 쓴 셈이다. 아마추어 때의 성적이 성인무대로 직결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현재의 성은정이 '될성부른 떡잎'인건 누가봐도 자명한 사실이다.

엄청난 일을 해냈지만 막상 본인은 큰 감흥은 없었다고 했다. 성은정은 "이틀 전에 트로피가 도착했는데 그것을 보니 조금 실감이 나더라"면서 "예전부터 목표로 생각했던 건데 막상 이루고 나니 오히려 큰 기쁨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위닝 퍼팅'을 성공시킬 때는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성은정은 US 아마추어 챔피언십 결승에서 마지막 36번째 홀에서 12m 짜리 장거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성은정은 "가까이 붙이겠다는 게 첫 번째 생각이었지만 최대한 집중해서 기회를 주지않으려고 했다"면서 "갤러리들의 함성이 너무 커서 소름이 끼치고 닭살도 돋더라"고 떠올렸다.

성은정은 이 퍼팅을 성공시킨 뒤 양 손을 번쩍 치켜들어올렸다. 평소 표정이나 액션에 큰 변화가 없는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는데, 성은정은 '의도한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날 인터뷰를 하는데 내 리액션이 별로 없다고 하더라"면서 "마지막 퍼팅이 들어가려는 찰나 그 생각이 나서 의도적으로 액션을 취해봤다"며 웃어보였다.

아마추어 골퍼 성은정 선수가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태광컨트리클럽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8.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아마추어 골퍼 성은정 선수가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태광컨트리클럽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8.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번의 US 주니어 챔피언십과 올해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 모두 1대1 매치플레이 승부였다. 성은정 스스로도  매치플레이에 강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상대선수와의 심리전이 중요하다. 상대 표정을 보고 심리를 파악하고 스스로 자신감을 얻는다. 매치플레이를 자주하다보니 요령도 생기고 멘탈도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마 무대를 평정한 성은정은 어느덧 프로 전향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 KLPGA 무대에는 초청선수로 자주 출전했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다. 그는 "자주 보는 언니들이 있는 대회니까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미국 무대를 먼저가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먼저 조건이 갖춰지는 쪽에서 경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박인비의 금메달을 획득이 큰 계기가 됐다. 

성은정은 "부상도 있었고 압박감이 정말 많았을텐데 그 상황에서도 '넘버원'이 된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지금껏 특별히 우상이 없었는데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박인비 프로를 존경하고 우러러보게 됐다"고 말했다.

4년 뒤에는 자신이 그 자리에 서 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성은정은 "원래는 올림픽에 출전해야겠다는 마음이 특별히 없었는데, 박인비 프로가 금메달 따는 것을 보니까 욕심이 생겼다. 금메달을 한 번 깨물어보고 싶다"면서 "물론 한국에서 국가대표가 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1년, 1년을 잘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리우에서 박인비가 해낸 '금빛 스윙'을 지켜본 성은정은 벌써부터 4년 뒤를 기약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성장 속도를 생각해본다면, 분명 성은정은 그 자리를 노려볼만한 '우량주'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starbury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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