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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 이행해도 5600억 부족", 한진해운 법정관리 초읽기

채권단 실사 결과 "내년까지 최소 9600억 부족"
자구안 4000억, 채권단 "5600억 자금지원 어려워"

(서울=뉴스1) 오상헌 기자 | 2016-08-26 15:39 송고 | 2016-08-26 15:58 최종수정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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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이 채권단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최종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진그룹이 전날 제출한 실효성 있는 유동성 지원 규모(4000억원)와 산업은행이 추산한 부족자금(9600억원)의 갭(5600억원)이 워낙 커 자구안이 수용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법정관리 신청 후 청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한진해운 실사 결과 부족자금 '최소 9600억원'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회계법인 실사 결과 올 상반기 말 결산실적 기준으로 한진해운은 내년까지 '최소 9600억원'의 부족자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용선료 조정(25%)과 선박금융 채무재조정(최대 3000억원 상환유예)를 전제로 해도 1조원에 가까운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최근 실사 결과 2분기 영업적자와 운임하락 등으로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용선료 조정 및 선박금융 유예 전제)이 애초 추정됐던 '7000억~9000억원'보다 3000억원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정용석 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장(부행장)이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이 1조에서 최대 1조3000억원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실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예상보다 한진해운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얘기다.   
◇5600억원 중 실효적인 자구안 '4000억원' 불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전날 56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총액 기준으로는 두 달전 퇴짜를 맞은 자구안(4000억원)보다 1600억원 늘어난 숫자다. 한진그룹이 자구안 제출 후 "최대한 노력했다"고 강조한 이유다.

하지만 최종 자구안은 한진해운의 부족자금과는 최소 4000억원 이상의 차이가 있다. 산은은 특히 5600억원 중 실효성 있는 자구금액은 4000억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이 올해 말과 내년 두 차례에 걸쳐 2000억원씩 한진해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내용이다. 정 부행장은 "한진그룹의 유증 참여 시기가 올해 12월부터여서 채권단이 6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먼저 투입해야 하는 구조"라고 했다.

◇조양호 회장 "채권단 지원하면 개인 자격 증자 추진" 

한진그룹은 채권단 신규자금 지원을 조건으로 '유증 후 부족자금이 발생하면 계열사와 조양호 회장이 1000억원 한도로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한진그룹이 '유증 증액'과 '포괄적 사재출연'이라고 밝힌 내용이다. 아울러 (주)한진이 추진 중인 한진해운 미국 롱비치 터미널(TTI) 지분(54%) 매각대금 600억원도 넣겠다고 했다. 

채권단은 그러나 1600억원의 자구안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조 회장 개인 자격의 유증을 '추진'한다는 것이어서 확실히 담보된 자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TTI 지분 매각도 언제, 얼마가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정 부행장은 "1000억원 한도 지원은 예비적 성격에 불과하고 터미널 지분 매각은 담보 문제로 얼마가 가능한지 알 수 없다"고 했다. 

◇"6000억 지원" 안건 부의, 통과 가능성 낮아

채권단 일각에선 4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증에 대해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룹 부실 전이 리스크와 신용등급 하락 우려, 사외이사들의 완강한 반대 등 여러 장애물이 있다는 점에서다. 채권단 관계자는 "''사정변경'으로 판단할 만한 진전된 내용이 있어야 채권단도 지원 여부를 논의해 볼 수 있는데, 바뀐 내용이 거의 없는 최종 자구안을 제출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날 오후 3시 한진해운 실사결과와 자구안에 대한 설명회를 연 뒤 자율협약 지속 여부와 6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 지원 의향을 묻는 안건을 부의할 계획이다. 산은은 개별 은행들로부터 오는 30일까지 답변을 받을 계획이지만 75%의 동의를 얻어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정 부행장은 "신규 자금 지원은 부동의 채권단의 반대매수청구권 문제도 걸려 있다"고 했다. 채권단이 자구안 수용을 거부하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bbo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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