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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엽·자가혈....문란한 주사시술 C형 간염 집단감염 온상(종합)

"과거 다나의원·한양정형외과의원 두 개 사례 합친 양상"
어르신용 비급여 주사로 성업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 김태환 기자 | 2016-08-23 23:00 송고 | 2016-08-24 08:38 최종수정
서울현대의원(현 제이에스의원) 내부 모습./© News1
서울현대의원(현 제이에스의원) 내부 모습./© News1

'치매 예방과 혈액순환 개선에 좋은 은행엽 주사....은행잎에서 추출한 생약제제로...'
C형 간염이 집단 발생한 서울 동작구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에 붙어 있는 건강주사 포스터다. 

<뉴스1>이 23일 동작구 노량진1동 인근 의원과 상가 등을 통해 취재한 결과, 서울현대의원은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병원을 운영하며 비만치료, 포도당주사, 은행엽 주사, 통증주사, 자가혈피부재생술(PRP) 등 다양한 주사를 투여하며 유명세를 탔다.

노인들의 건강욕구를 상술에 활용하는 문란한 주사시술이 C형 간염 같은 혈액감염병 집단발병 온상이 되고 있다. 건강목적 보조제 주사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는 비급여 항목이다.

제이에스의원 인근의 한 상인은 "어제까지만 해도 운영하던 병원이 일순간에 문을 닫았다"면서 "노인들 허리와 무릎 통증에 맞는 주사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이 퍼져 인천에서 찾아온다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의원이 위치한 동작구의사회에 따르면 서울현대의원은 지난 2006년 대표원장 K씨를 중심으로 2013년까지 운영되면서 하루 평균 200여명의 환자가 모여 들었다.

동작구의사회 고석주 회장은 "하루에 내방 환자가 200여명으로 많다보니 대용량 백이나 병을 통해 여러명 몫의 주사액을 미리 만들어 놓으면서 집단 감염 문제가 일어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고 회장은 이어 "보통의 경우라면 2cc로 개별 포장된 앰플을 환자에게 따로 투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 "양천구 다나의원, 원주 한양정형외과 합친 꼴"

이날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서울현대의원은 그 동안 비만치료는 물론, 마늘주사, 통증주사, 자가혈시술(PRP) 등 상당히 많은 주사시술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며 "양천구 다나의원과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C형간염이 발생했던 사례를 모두 합한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날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을 포함해 주사제 혼합 과정과 PRP시술 등에 대한 모든 C형간염 바이러스 오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지난해 발생했던 서울 양천구의 다나의원 사례의 경우 올 4월 역학조사전문위원회가 일회용 주사기재사용과 연관성이 있다고 결론냈다. 다나의원은 정맥 수액 주입방식으로 투여하는 마늘 주사나 비타민 주사 등 영양주사를 집중 처방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 사례는 PRP 시술이 C형간염 집단감염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났다.

PRP시술은 자신의 혈소판풍부혈장을 인대나, 상처부위에 주입해 낫게 하는 주사법이다. 혈소판만 따로 원심분리하면 이 안에 들어있는 성장인자가 치료효과를 낸다는 원리로 혈액을 담는 용기의 재사용이 의심됐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번 서울현대의원은 보험적용이 안되는 PRP 등을 시행한 뒤 건보가 적용되는 통증질환 등으로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청구한 정황도 포착됐다.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이 셔터를 내린 채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이 셔터를 내린 채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2011~2012년 내원자 항체양성률 국내내 평균의 최대 30배"

보건당국이 서울현대의원으로부터 C형간염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정황을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C형간염 평균 유병률보다 월등히 높은 항체양성률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2일 2006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0년간 서울현대의원 내원자 3만4327명 중 C형간염 항체검사나 유전자 검사, 유전자형 검사 이력 혹은 검사결과를 받은 5713명을 조회한 결과 508명 항체양성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아직 조사 중인 서울 양천구의 다나의원 항체 양성자 100명과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 항체 양성자 435명에 비해 훨씬 많다.

특히 질병관리본부는 현재까지 심평원 자료 등 조사에서 서울현대의원 2012~2013년 내원자들의 항체양성률이 가장 높아, 감염된 C형간염에 대한 항체가 검출되기 시작한 시점을 고려했을 때 2011~2012년 집중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C형간염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최대 6개월이다.

2012년 서울현대의원을 내원한 환자들 중 C형간염 검사 이력이 있는 사람 923명 중 항체양성자는 163명으로 나타났다. 항체양성률 17.7%다. 2013년의 경우 537명 중 항체양성자 71명으로 13.2%의 항체양성률을 나타냈다. 둘 다 우리나라 평균 C형간염 항체양성률 0.6%보다 최대 30배 수준이다.

윤승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마약 투약자 같은 특정한 그룹을 치료하는 곳이 아닌 일반 의료기관에서 이처럼 높은 항체양성률은 분명 비정상"이라며 "주사기 재사용 같은 비정상 의료행위가 아니면 설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가 역학조사를 통해 양성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의료인 대상 교육을 강화하고 문신 등 관리 사각지대의 불법 의료행위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형간염 검사 이력이 있는 서울현대의원 내원자 대상의 조사결과(자료 :  질병관리본부) /뉴스1 © News1

◇보건당국, 25일부터 과거 내원자 1만1000여명 C형간염 집중 검사


질병관리본부는 치료가 필요한 감염자 수와 감염 매개물 파악을 위해 항체 양성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2011~2012년 서울현대의원 방문자 1만1306명을 대상으로 25일부터 본격 C형간염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당시 해당의원에서 어떤 시술을 집중적으로 받았는지 조사해 이번 C형간염 집단발생의 명확한 이유를 파악할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많은 주사시술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정밀한 C형간염 감염 매개물이 뭔지 조사를 해야 한다. 주사기 재사용과 소독여부, 의약품용액 혼합과정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비슷한 시술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이번 항체양성자 508명 중 유전자 유형은 한국인에 많은 2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제로는 소발디와 리바비린 병용요법이 보험적용된다.

C형간염 바이러스 잠복기는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6개월이며,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가 만성으로 갈 확률이 60~80%에 달한다. 바이러스가 면역기능에 의해 자발적으로 없어질 확률은 15~30%에 불과하다.

서울현대의원 2층에 노인성 질환에 효과를 광고하는 건강주사 포스터. /뉴스1 © News1
서울현대의원 2층에 노인성 질환에 효과를 광고하는 건강주사 포스터.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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