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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조윤선 장관 내정자의 너무 짧은 브리핑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2016-08-16 17:09 송고 | 2016-08-16 18:25 최종수정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내정 소감을 말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16.8.16/뉴스1 © News1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내정 소감을 말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16.8.16/뉴스1 © News1

16일 오전 10시 3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부분 개각 발표가 청와대 발로 나왔다. 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는 조윤선(50)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내정됐다.

오전 11시 30분경이 되자 문체부에서 안내 문자메시지가 왔다. 이날 오후 2시 조 내정자가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자 브리핑을 한다는 공지였다. 아무리 여성가족부 장관을 이미 지냈던 조 내정자라지만, 내정 발표 당일에 별도 기자 브리핑을 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미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국 배치 결정 이후 일고 있는 문화콘텐츠·관광 분야에서 중국 측의 보복 움직임이나 사실상 폐지 순서를 밟고 있는 게임 '셧다운제' 등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힐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브리핑이 시작되자 조 내정자는 인사말을 제외하면 단 세 문장으로 된 발표문을 읽고선, 그 어떤 질문도 받지 않은 채 약 1~2분 만에 바로 자리를 떴다. 발표문 내용은 이랬다.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국정 기조하에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는 시기에 주무부처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어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낍니다. 앞으로 문화융성으로 우리 국민이 행복하고 윤택하게 그리고 우리나라를 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길에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국회 청문회 준비를 충실하게 하고 의원님들의 질문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날 브리핑을 진행하기 위해 중앙부처 국장급인 문체부 대변인 등 공무원 3명이 나섰고, 30여명이 넘는 언론사 기자들이 새 문체부 수장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자리에 모였다. 그런데도 어찌 보면 '고위 공직자로서 당연한 각오'일 뿐인 세 문장의 말밖에는 없었다.

더구나 아무런 질문도 받지 않았다. "왜 질문을 받지 않느냐"고 문체부 대변인에게 문의했다.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있어서 그렇다. 죄송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갑작스러운 브리핑을 한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문화융성 정책 담당인 문체부 장관은 국가정책 홍보 업무의 책임자이자, 정부 전체의 대변인 역할도 한다. 과거 여당 내에서 대통령의 '입' 노릇을 하다가 이제 정부의 '입'으로 역할이 바뀐 조 내정자의 첫 브리핑에서 '소통이 안 된다'는 비판을 듣는 현 정부의 모습이 비쳤다. 정부의 고위 공직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꽃 사이를 오가는 나비나 벌 없이 꽃이 피지 않는 이치처럼, 활발한 소통 없이는 어떤 정부 정책도 성공하기 힘들다. 문화융성은 특히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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