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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엄마 검객' 남현희, 에리고 벽 넘으면 '하이의 메달' 보인다

<리우 라이벌, 너를 넘어야 내가 산다 ⑪> 펜싱 남현희, 사상 최초로 올림픽 4회 출전

(서울=뉴스1) 김지예 기자 | 2016-07-31 06:00 송고 | 2016-08-02 18:56 최종수정
한국 펜싱 사상 최초로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플뢰레의남현희(35·성남시청)가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 News1 이광호 기자
한국 펜싱 사상 최초로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플뢰레의남현희(35·성남시청)가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 News1 이광호 기자

펜싱은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역사 깊은 스포츠다. 전통적으로 유럽이 강세를 보여왔고 한국이 펜싱에서 빛을 본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자 플뢰레 김영호가 따낸 금메달로 첫 메달의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2012년 10개 종목 중 남자 플뢰레 단체전을 제외한 9개 종목에 출전해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 등 6개의 메달을 쓸어담으며 날아올랐다.

하지만 리우 올림픽에서의 상황은 좋은 편이 아니다. 훨씬 높아진 상대 견제의 벽을 넘어야 하고, 지난 런던 올림픽 당시 금메달을 땄던 남자 사브르 단체전과 동메달을 거뒀던 여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출전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종형 펜싱 대표팀 감독은 "현실적인 목표로 메달의 색을 떠나 최소 2개를 가져오겠다"고 밝혔다.

그중 유력한 후보는 한국 펜싱 사상 최초로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플뢰레의 '엄마 검객' 남현희(35·성남시청)다.

남현희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아 8위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여자 펜싱 사상 최초의 메달을 신고했다.

당시 남현희가 결승전에서 맞붙은 상대는 2000·2004·2008년 올림픽에서 우승한 이탈리아의 발렌티나 베찰리라서 더욱 인상 깊었다.

이후 남현희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거뒀고 지난 3월 쿠바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플뢰레 그랑프리에서 동메달을 수확해 자력으로 이번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현재 세계 랭킹은 13위다.

그동안 남현희는 154cm라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민첩성과 순발력으로 승부해왔다.

대한펜싱협회 관계자는 남현희의 가장 큰 라이벌로 세계 랭킹 1위 아리안나 에리고(28·이탈리아)를 꼽았다.

180cm라는 장신의 좋은 신체 조건을 갖춘 에리고는 국제 무대 경험도 풍부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플뢰레에서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2013·2014년 세계선수권에서도 개인전 2연패를 달성했고 2015년에는 개인전 동메달, 단체전 금메달을 추가했다.

남현희는 에리고와 국제 무대에서 7차례 맞붙었는데 상대 전적에서 1승6패로 크게 열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서울에서 열린 SK텔레콤 그랑프리 개인전 결승에서 에리고를 15-3로 꺾은 것이 유일한 승리다. 가장 최근 맞대결은 지난 3월 쿠바 그랑프리 준결승으로 남현희는 8-15로 졌다.

그러나 펜싱은 기록보다 경기 당일 컨디션과 멘탈이 가장 중요한 만큼 남현희 본인은 담담하게 준비해왔다.

남현희는 "런던 올림픽 이후 대부분 선수들이 세대교체가 됐다. 신예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많이 연구해야 한다"며 "모두가 경쟁상대"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선수와 맞붙더라도 최선을 다해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내심 이번 올림픽에서는 그동안 걸어본 적 없는 금메달을 따내고자 한다.

남현희는 "올림픽에서 1위를 못해봐서 아쉬웠다. 이제 가장 큰 과제가 남았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서 딸 하이의 목에 걸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엄마'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힘이 컸다. 남현희는 지난 2011년 사이클 선수 공효석과 결혼해 2013년 딸 공하이 양을 낳았다.

남현희는 "딸이 나이는 어린 데 메달 색깔을 구분한다"며 " 주변에서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에서 주는 것이라고 하던데 최대한 노력하고 운도 따라 금메달을 하이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이의 메달'을 따내고자 하는 남현희에게 에리고를 꺾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가 주어졌다.


hyillil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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