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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만 누구를 만나고 싶진 않다"는 20대…그들의 심리는?

20대, 관계+권태기='관태기' 신조어 등장
4명 중 1명은 새로운 인간관계 필요성 못 느껴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2016-07-30 07:00 송고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외롭지만 누구를 만나긴 싫어요. 누군가 오면 겁부터 나요. 사람을 새로 사귀고 만나긴 귀찮아요"

26살에 6년간의 연애를 마친 A씨(29)는 이후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겁이 난다고 한다. 이후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났지만 모두 한 달 안팎의 짧은 기간 안에 헤어졌다.

A씨는 "단순히 연애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느 순간 힘들어졌다"면서 "누군가를 깊이 알아가기는커녕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과정도 시간과 노력, 내 감정을 낭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감을 많이 얻고 있는 게시글의 일부다. 주간잡지 대학내일의 부설 연구기관이자 20대 대학생과 직장인을 연구하는 연구기관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 따르면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토로하는 20대가 늘고 있다. 이른바 '관태기'를 겪고 있는 이들이다.

관태기는 '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인간관계에 권태를 느끼는 20대 모습을 가리키는 용어다.

최근 20대를 중심으로 관태기를 겪고 있는 청춘들이 확산되고 있다. 새로운 인간관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20대들은 더는 혼자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20대들이 느끼는 새로운 인간관계에 대한 태도 및 인식. (대학내일20대연구소 제공) © News1
20대들이 느끼는 새로운 인간관계에 대한 태도 및 인식. (대학내일20대연구소 제공) © News1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3월30일부터 4월6일까지 6일간 전국 20대 남녀 64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서베이를 벌인 결과 20대 4명 중 1명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직장인이 대학생보다 더 높은 수치다.

또한 처음 만났거나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50.1%, 그런 만남에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이 41.7%, 그런 만남에서 대화가 끊겼을 때 불안감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이 41.7%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어려워하고 이에 피로감을 느끼는 20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학생 김선영씨(25·여)는 "누군가와 쉽사리 친해지기가 어려운 것 같다"면서 "그럴 노력과 시간, 정성을 들여서 새로운 사람과 친해졌다고 해도 늘 마음 한쪽에는 훗날 다투게 되지는 않을까 늘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성규씨(29) 또한 "매일 보는 회사 사람과 친구, 여자친구와 가족을 제외하곤 새로운 사람을 만난 적이 언제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매일 보던 사람만 보니 한 편으론 달라진 게 없어 보이지만 그들과 함께할 때가 가장 편하다"고 밝혔다.

또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회적인 문제로 불린 '아웃사이더'에 대해서도 20대들은 "혼자 보내는 시간은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실제 응답자 중 79.9%가 혼자 보내는 시간에 느끼는 감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설문을 진행한 이재흔 연구원은 "지금 20대에게 '혼자'는 더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라면서 "20대 과반수가 여가를 혼자 보내는 것을 즐기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하기도 하는 등 당당한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대들이 다른 사람과 전혀 교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설문에 응답한 20대들은 인적네트워크 형성을 위해라기보다 자기 계발을 위해 동호회 등 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다.

또한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자기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익명 소셜 서비스를 통해 오프라인에서는 말하지 못했던 고민과 일상을 공유하며 소속감과 위안을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42.9%는 온라인 인간관계가 고민 해결과 스트레스 해소에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대학생 김서연씨(23·여)는 "학교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리카 TV 등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 고민을 종종 털어놓는다"면서 "나를 아는 사람이 아닌 제3자가 내 고민을 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도움이 되는 것 같고 위안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 조언 서비스를 운영하는 B씨는 "주 고객층은 20대와 30대"라면서 "주된 고민으로는 연애 문제, 사람 관계 등 이른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B씨는 "요즘 20대들은 오히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소통에 익숙한 세대이자 집단보다 개인을 더 중시하는 세대"라면서 "다만 이같이 온라인과 개인에 집중하는 경향은 직장인이 됐을 때 또 다른 벽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에 마냥 바라볼 문제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20대 인간관계 인식 변화가 보여주는 단면에는 20대의 가치관의 변화와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 방식도 있지만 현재 20대들의 삶이 팍팍하고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ddakb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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