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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고민 원스톱 해결"…관악署 '무료 법률상담소' 입소문

운영 한달새 12명 방문…성범죄 피해 상담 증가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6-07-29 06:10 송고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 위치한 관악경찰서 여성 무료 법률 상담소. © News1

#30대 직장인 여성 A씨는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 있는 '여성 무료 법률상담소'를 찾았다.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했는데 신고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던 중 우연히 퇴근길에 지하철 개찰구 벽에 붙어 있는 상담소 현수막을 보고 문을 두드린 것이다.

A씨는 이미 놓친 성추행범을 잡기는 어렵다고 보고 앞으로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한참 상담을 하고 돌아갔다. A씨는 경찰관과 변호사가 일러준 성추행 대응 방법을 주변 동료들에게도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서울 관악경찰서(서장 최종문)에서 운영하는 '여성 무료 법률상담소'가 운영 약 한달째를 맞았다. 지난 1일 출범한 상담소는 수사 전문 경찰관과 변호사 등이 투입돼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성추행, 성폭력, 데이트 폭력 등을 무료 상담하고 민·형사상 대응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마련됐다.

매주 수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운영되는 상담소에는 그동안 총 12명의 여성들이 다녀갔다. 접근성이 좋은 지하철역에 있고,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성범죄 관련 피해 여성들의 방문이 잦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담소를 총괄하는 신재문 관악경찰서 수사민원상담센터장(38)은 28일 "처음에는 단순한 민사 관련한 상담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성범죄 피해 관련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점점 취지에 맞게 상담소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소개한 사례 외에도 직장 내에서 동료와 헤어졌는데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사연도 있다. 전 남자친구가 직장동료들이 모여있는 카톡방에 부적절한 얘기 등을 올린 것이다. 상담소에서는 명예훼손과 성추행 요건이 성립된다며 고소 및 신고 방법을 안내했다.

신 센터장은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고소를 하고 싶긴 하지만 과연 실익이 있을지, 2차 피해를 입지는 않을지 대부분 그런 고민을 갖고 상담을 한다"며 "상담을 하는 것도 상당히 조심스러워 이름이나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상담만 받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이러니 일반 여성이 경찰서에 직접 찾아가 신고하기는 더더욱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어려워 보이는 성범죄 피해 신고를 가깝고 쉽게 느끼게 해주는 게 상담소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소는 '원스톱 치안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게 신 센터장의 설명이다. 상담소는 상담 과정에서 피의자의 범죄혐의가 발견되면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해당 경찰서 부서에 통보해 즉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 관악경찰서의 경우 여성청소년과로 바로 인계할 수 있게끔 통로를 열어놨다.

피해자들의 고소 방법을 상담하기 위해 변호사들도 상주하고 있다. 여성 변호사 3명이 돌아가면서 상담소에 출근해 무료 법률 상담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날 상담을 맡은 이은주 변호사(법률사무소 금강)는 "보통 피해를 당한 여성들에게 '증거를 모으라'고 하지만 막상 증거를 어떻게 모으는지 막막해 하는 경우가 있다"며 "녹취, CCTV 영상 확보 등 법적으로 어떤 증거 확보로 범죄에 대처할 수 있는지 그런 부분을 설명하고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상담소는 8월까지는 일단 시범적으로 운행을 하고 있지만 9월부터는 점차 규모를 확대해 운영할 예정"이라며 "여성 범죄 피해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상담소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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