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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균필터 '무용지물'…"15일만에 항균물질 모두 사라져"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실험결과 '15일간 항균력 유지'
3M 항균필터 국내서만 판매…美·EU, 법때문에 판매못해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 2016-07-26 13:54 송고 | 2016-07-26 18:09 최종수정
서울 여의도 한국3M 본사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 여의도 한국3M 본사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항균필터의 항균물질이 제품 가동 15일이면 공기 중으로 모두 날아가 항균력을 잃는 것으로 조사됐다. 필터에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하는 시점은 사용후 한달 이후부터인데 이때는 이미 항균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항균필터 자체가 무용지물인 셈이다.  

환경부로부터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항균필터에 함유된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의 인체 위해성 조사를 맡은 연세대학교 환경공해연구소는 실험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양지연 연세대학교 보건학박사는 "공기청정기를 24시간 가장 강한 바람세기로 15일 동안 가동했더니 항균필터에 함유된 OIT가 필터에서 모두 떨어져나와 공기 중에 노출됐다"며 "필터에서 항균물질이 다 떨어져나와 일반필터가 돼 버렸고, 인체 위해성이 우려되는 화학물질이 공기 중에 노출되는 부작용만 발생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항균필터 시장은 국내에서만 유독 크게 형성돼 있다. 위생에 대한 관심은 높은데 살생물질에 대한 안전성 평가기준이 없기 때문에 값싼 항균필터를 이용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탓이다.

살생물제법이나 농약법으로 살생물질의 안전기준을 평가하는 유럽이나 미국은 항균필터 시장이 전무하다. 3M이 제조한 항균필터 역시 국내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양 박사는 "유럽에서는 균을 죽이는 향균물질을 제품에 사용하려면 안전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엄청난 연구비와 실험비가 소요된다"며 "국내 유통되고 있는 항균필터는 선진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나 우리처럼 살생물제 관리법망이 허술한 중국 등으로만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항균필터에서 떨어져 나온 OIT는 인체 위해를 가할 만큼 독성물질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양 박사는 "OIT는 독성이 낮은 항균물질이고, 공기중으로 노출된 OIT는 3시간 후 소멸 또는 분해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다만 3시간동안 노출됐을 때 인체에 미치는 위해도를 평가 중인데 위해도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항균필터 내 OIT가 공기중으로 노출됐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문가 평가를 지난 6월말부터 진행하고 있다. 조사결과는 이르면 오는 10월쯤 나올 예정이다.

홍정섭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장은 "OIT가 유럽연합(EU) 분류기준에는 피부 과민성 물질로 돼 있지만 고농도로 노출될 경우에만 해당된다"며 "공기청정기를 제일 강한 바람으로 5일간 24시간 가동하는 등 가혹한 조건에서도 위해도가 우려되는 수준으로 평가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나 차량에어컨 사용시 자주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강한 바람보다는 낮은 온도에서 약한 바람세기로 사용하면 인체 위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환경부 입장이다.

홍 과장은 "항균필터를 사용해봤자 항균기능이 없고, 인체 위해를 입힐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사용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며 "3M이 제조한 공기청정기, 에어컨, 차량용에어컨 내 항균필터를 모두 회수하고, 회수 진행률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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