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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북중 '180도 딴판' 회담…남북 쥐락펴락 하는 中

北엔 핵 압박하며 南 의식한 '우호' 과시
南엔 '사드 패' 쥐고 '견제, 압박' 카드로 활용

(비엔티안(라오스)=뉴스1) 홍기삼 기자 | 2016-07-26 06:00 송고 | 2016-07-26 08:13 최종수정
북한 리용호 외무상(좌측 2번째)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우측)이 25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연례 외무장관 회의 및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회담을 했다.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북한 리용호 외무상(좌측 2번째)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우측)이 25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연례 외무장관 회의 및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회담을 했다.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25일 오전 11시59분(현지시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관련 연례 외교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는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의 국립컨벤션센터(NCC) 1층 행사장.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성큼성큼 복도를 걸어가며 북중 회담장이 위치한 15호실로 먼저 들어갔다.

2분 뒤인 12시1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회담장 안으로 들어가 왕이 부장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이보다 몇분 전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한국 언론에 북중 회담장 안으로 들어가 취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인가를 한국 언론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리용호 외무상과 왕이 부장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들을 향해 회담장에 입장하기 전 문앞에서 서로 악수하는 포즈를 취했다. '북중 우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됐다.

이어 회담장 안에서 왕 부장은 리 외무상에게 "(외무상으로) 취임하신 걸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리 외무상은 "축전 보내주신 것 감사히 받았습니다"라고 화답했다. 55분간 진행된 북중회담의 분위기는 덕담이 오가며 시종 화기애애했다.

바로 전날 이뤄진 한중 외교장관 회담과는 그야말로 딴판이었다. 전날인 24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 대표단 숙소가 있는 비엔티안 돈찬팰리스호텔 14층으로 윤병세 외교장관을 비롯한 우리 대표단을 불렀다.
왕 부장은 한국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번도 끊지 않고 작심한 듯 속사포같이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냈다.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쌍방의 호상 신뢰의 기초를 손해(훼손)시켰다. 이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통상 양자회담에서 의례적이고 호의적인 인사말을 주고받는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왕 부장은 상대방 국가 언론이 지켜보는 공개 장소에서 하고싶은 말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윤병세 외교장관이 중국 고사성어까지 인용하며 "사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핵해결이 우선"이라고 응수했지만, 이날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리가 중국에 끌려가는 것만은 명약관화해 보였다.

이처럼 한중, 북중 회담 분위기는 180도 딴판이었다. 이를 통해 중국은 남북 각각의 '키(Key) 메시지'를 틀어쥐며 한반도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는 모양새다.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비롯된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불변의 북중 우호관계를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한국과는 사드 배치로 비롯된 갈등요소를, 향후 '견제, 압박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5일 뉴스1 기자와 만나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안보리 제재를 엄격히 준수해 나가겠다고 얘기했다"며 "따라서 북한이 원한다고 해도 북중러-한미일, 이런 구도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과도하다"고 말했다.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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