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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알고 보면 더 재밌다 ⑤ IOC와 FIFA의 '밀당'이 만든 축구 와일드카드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6-07-25 06:00 송고
편집자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접하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다 안다고 자신했는데 아직도 모르는 게 많은 올림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뉴스1이 길라잡이를 마련했습니다. 각 종목의 역사나 복잡한 경기 규칙 그리고 낯선 용어들까지, 올림픽과 관련된 크고 작은 궁금증을 쉽게 풀어드립니다. 올림픽, 알고 보면 더 재밌습니다. [편집자 주]
올림픽에서 축구는 이례적으로 나이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3명은 예외다. '와일드카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올림픽에서 축구는 이례적으로 나이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3명은 예외다. '와일드카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올림픽에서 축구 종목은 이례적으로 '나이 제한'을 두고 있다. 다른 종목의 경우에는 오직 '실력'만이 참가의 기준이나 축구만큼은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24세 이상이면 출전할 수 없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을 U-23대표팀이라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타 종목들과는 다른 규정이 존재하는 것은 그만큼 축구라는 종목의 위상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힘이 큰 까닭이다.

올림픽은 부인할 수 없는 지구촌 최대의 축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올림픽의 아성을 뛰어 넘을 단체나 스포츠 이벤트는 없었다. 적어도 과거에는 그랬다. 그런데 조금씩 이상 기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 틈을 만든 종목은 축구이고 FIFA는 월드컵이라는 대회와 함께 점점 더 몸집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올림픽 축구에 와일드카드(WILD CARD)라는 특별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것은 그러한 흐름 속에서 나온 산물이다.

1980년대 이전의 올림픽은 아마추어 선수들만 나설 수 있었다. 축구도 마찬가지였다. 프로선수는 참가 금지였다.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국가들이 올림픽 축구에서 호성적을 거두고 심지어 일본이 1968년 멕시코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프로가 나서지 않았던 영향이 적잖다.

그러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때부터 프로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FIFA는 당시 IOC의 결정에 고분고분 응하지 않았다. 적어도 축구는 연령제한을 도입하도록 요청했다. 만 23세 이하로만 한정해 달라는 요구였다. 궁극적인 이유는 FIFA 월드컵과의 차별화 때문이었다.

연령 제한 없이 모든 프로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하게 되면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또 다른 메이저대회가 만들어지는 셈이 됐고 이는 월드컵을 통해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이는 FIFA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IOC로서는 불쾌한 일이었으나 그렇다고 FIFA의 입김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IOC가 강력한 권한으로 찍어 누른다거나 퇴출시킬 수도 없었다. 축구라는 인기 스포츠가 빠진 올림픽은 IOC도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축구 종목은 프로와 아마의 구분은 없어지되 대신 23세 이하 선수들만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대회 만에 수정작업이 들어갔다. 대회가 끝난 뒤 계산해보니 IOC의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23세 이하 선수들만으로는 수준 높은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고 스타들의 출전도 한정돼 흥행면에서도 손해가 컸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와일드카드다.

IOC는 전체 엔트리 중 3명은 연령에 구애 받지 않는 선수들을 포함시킬 수 있도록 규정을 풀자고 FIFA에 제안했다. 그리하여 합의한 내용이 '지역별 예선이 아닌 본선에 한해서는 연령에 관계없이 세 명의 와일드카드 선수를 출전시킨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부터 '와일드카드'로 불리는 24세 이상의 선수 3명이 함께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의무적으로 써야할 규칙은 아니다. 1명만 써도 되고 전혀 쓰지 않아도 된다.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으나 한국 역시 올림픽 때마다 와일드카드를 활용해왔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비쇼베츠 감독은 황선홍, 하석주, 이임생(2차전 후 이경춘으로 교체)을 와일드카드로 썼다. 2000년 시드니 대회 때 허정무 감독은 김도훈, 강철, 김상식을 와일드카드로 활용했고 2004년 아테네 대회 때는 유상철과 정경호가 후배들과 함께 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는 김정우와 김동진이 24세 이상 선수로 대회에 임했으며 동메달 금자탑을 쌓은 2012 런던올림픽 때는 박주영, 정성룡, 김창수가 홍명보호에 탑승했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과 석현준, 장현수를 와일드카드로 점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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