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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 한복판 플랜트 '대역사'…삼성엔지, 남미시장 개척

[다시 뛰는 해외건설⑦·끝] 볼리비아 YPFB 비료 플랜트
'기록적 폭우' 극복한 세계최고 기술력…연계수주 기대감↑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2016-08-02 07:30 송고 | 2016-08-02 09:26 최종수정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예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저유가와 발주량 감소, 심화하는 수주 경쟁으로 건설기업에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하지만 우리 건설기업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부동산경기 악화 속에서도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저가 수주로 경쟁력을 잃었던 동남아 시장에서는 연일 수주 낭보가 들려오고 있으며 안전과 특수 기술을 통해 발주처의 신뢰를 얻고 있다. 다시 뛰는 한국 해외 건설·인프라 현장을 찾아 이러한 노력들을 생생하게 조명해 본다.<편집자주>

볼리비아 YPFB 비료 플랜트 전경 © News1
볼리비아 YPFB 비료 플랜트 전경 © News1

볼리비아 산타크루스 공항에서 서쪽을 4시간여를 달리다 보면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정글 한가운데, 복잡하게 배관이 얽힌 플랜트가 위용을 드러낸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시공 중인 볼리비아 YPFB 비료 플랜트다.

볼리비아 코차밤바주 엔트레 리오스시에 위치한 YPFB 비료 플랜트는 삼성엔지니어링이 2012년 수주한 약 1조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플랜트가 완공되면 하루 1200톤의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가공해 2100톤의 비료를 생산하게 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볼리비아 사업 연계 수주 등 남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사업관리를 맡고 있는 정문희 수석은 "멕시코 등에서 중미지역에서는 프로젝트 경험이 많긴 하지만, 남미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볼리비아의 국가적 관심이 몰려있는 사업인 만큼 성공 수행으로 발주처와의 신뢰를 다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볼리비아 첫 비료 프로젝트…"남미진출 교두보"

볼리비아 YPFB 비료 플랜트 전경 © News1
볼리비아 YPFB 비료 플랜트 전경 © News1

이번 프로젝트는 볼리비아의 국가적 관심이 높은 첫 비료 프로젝트로 국가적 관심이 높은 사업이다.

볼리비아는 송유관을 통해 가스를 수출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가스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하고 비료로 가공한다는 계획이다. 비료는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남미 대륙에 농업용으로 수출된다. 볼리비아는 이 사업으로 연간 3억달러의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국가적 관심을 방증하듯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2013년 9월 △2014년 4월 △2015년 8월 등 해마다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해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보였다.

삼성엔지니어링에게도 기회다. 남미시장은 역사와 경제적 여건상, 스페인 등 유럽 업체들이 독식하던 시장이다. 자원이 풍부한 데다 미개발 지역이 많이 남아 있어 삼성엔지니어링의 시장다변화 전략에서 중요한 지역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의 발주처는 국영 석유 기업 YPFB로 볼리비아 최대의 발주처다. 볼리비아 프로젝트에 회사에서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산 넘고 물 건너"…밀림 한가운데 짓는 대규모 플랜트

볼리비아 YPFB 비료 프로젝트 초기 벌초작업 현장 © News1
볼리비아 YPFB 비료 프로젝트 초기 벌초작업 현장 © News1

프로젝트의 수행환경은 처음부터 녹록지 않았다. 기존 정유단지가 있던 곳이 아니라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던 밀림 한가운데 플랜트를 건설해야 했다.

통상 플랜트는 원유가 생산되는 사막에 짓거나, 운송에 유리한 해안에 짓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밀림 한가운데서 진행된 탓에 땅을 다지는 부지정지 작업 전에 벌목부터 시작됐다.

플랜트 건립을 위한 물류를 나르는 것도 문제였다. 총 3만5000톤(중형차 2만5000대 무게)의 기기와 자재들을 내륙 한가운데로 옮겨야 했던 것이다.

그나마 가까운 것은 칠레 아리카항을 경유해 내륙 900㎞를 운송하는 경로였다. 하지만 대부분이 비포장 도로인데다가 중간중간 다리들도 있어 중기기들을 전부 운송하기에는 리스크가 컸다. 특히 한라산 높이의 2.5배에 달하는 해발 4800m 규모 안데스 산맥이 중간에 버티고 있어 이를 넘는 것도 장애 요소였다.

고심하던 프로젝트 담당자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파라나 강이었다. 파라나 강은 브라질에서 시작해 파라과이·우루과이·아르헨티나를 거쳐 대서양으로 흐르는 세계에서 14번째로 긴 강이다.

중량물 등 안데스 산맥을 넘기 힘든 기기들은 바지선을 통해 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 옮기기로 했다. 강으로만 2600㎞, 내륙운송 포함 3500㎞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물류 대장정을 기획했다.

◇수십년만의 기록적인 폭우…자연을 이겨낸 기술력

볼리비아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중량물 운송용 가교가 물에 잠겼다. © News1
볼리비아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중량물 운송용 가교가 물에 잠겼다. © News1

위기도 있었다. 볼리비아에는 2014년 말부터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수십 년만의 폭우에 볼리비아 현지에서도 이례적인 폭우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몇 달씩 이어진 폭우로 물류 운송과 현지 공사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중량물 이동은 속도를 내기가 어려웠다. 교통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심야시간을 이용해야 했다. 200톤의 암모니아 변환기를 운송할 때는 모든 프로젝트 관계자가 밤잠을 설쳐가며 이동 소식에 집중하기도 했다.

중량물 운송을 위해 강에 설치했던 가교가 폭우에 휩쓸려 유실되는 일도 발생했다. 그동안의 기후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설계한 다리였지만, 이상기후 앞에서는 도리가 없었다. 중량물 운송은 가교를 3번이나 다시 설치한 끝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같은 장애에도 삼성엔지니어링은 공기에 맞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동안 세계 현장에서 쌓아왔던 비료 프로젝트 수행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비료 프로젝트는 △EO/EG △에틸렌 △GSP/GOSP 등과 함께 삼성엔지니어링이 자랑하는 4대 주력사업 중 하나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그동안 △베트남 Phu My 비료 △사우디아라비아 Ma’aden 암모니아 △UAE Fertil 2 암모니아 비료 등에서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아제르바이잔에서도 SOCAR 암모니아 비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볼리비아 YPFB 프로젝트 현재 공정률은 약 94%이며, 2016년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젝트 총괄(PM)을 맡은 조재덕 상무는 "프로젝트에 앞서 진행한 면밀한 분석과 사전준비, 그동안의 경험에서 쌓아올린 위기 대처 능력이 있었기에 공기를 맞추는 것이 가능했다"며 "현재 플랜트의 성공적 완공을 위해 임직원이 땀 흘려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공을 넘어 상생으로…연계수주 기대

삼성엔지니어링 희망도서관 사회 공헌활동 © News1
삼성엔지니어링 희망도서관 사회 공헌활동 © News1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단순 플랜트 건립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상생도 챙기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 공사 기간 동안 현지 인력 4000여명을 고용해 일자리 창출 효과를 이뤘다. 또 기술이관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프로젝트에 접근해 코차밤바와 불로불로 지역에 트레이닝 센터를 열고, 현지에 기증했다. 센터에서는 용접사·전기공 등에 대한 기술 훈련을 진행했다.

이밖에 사회공헌사업도 진행했다. 2014년에는 현장 인근의 엔트레 리오스에 기존 도서관을 리모델링해 희망도서관을 건립하고 교육기자재와 도서 1800여권을 기증했다. 삼성엔지니어링 환경프로그램 '찾아가는 환경교실'과 학용품·교육기자재를 지원하는 장학사업도 진행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남미 사업을 확대해 간다는 계획이다. 중남미 시장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비중에서 전체의 10%도 미치지 못하는 시장이다. 특히 남미 지역은 스페인 등 기존 유럽 건설사들의 지배력이 강해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볼리비아 국영 석유 기업 YPFB이 이번 프로젝트의 완공시점과 발맞춰 신규 발주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호재다. 기록적 폭우와 어려운 사업여건에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조재덕 상무는 "올해 말에 발주처인 YPFB에서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발주할 예정"이라며 "끝까지 프로젝트 수행에 만전을 기해 연계 수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덕 삼성엔지니어링 볼리비아 YPFB 비료 플랜트 총괄(PM) 상무 © News1
조재덕 삼성엔지니어링 볼리비아 YPFB 비료 플랜트 총괄(PM) 상무 © News1



do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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