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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씨병 전문치료제, 전문가·환자는 없다는데 식약처만 "있다"

[버거씨병 줄기세포치료제 논란①] 대체의약품의 존재여부
식약처 "대체의약품 있다" vs. 전문가·환자 "없다"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음상준 기자 | 2016-07-27 06:00 송고 | 2016-07-29 13:42 최종수정
편집자주 바이오회사 알바이오가 개발한 버거씨병 성체줄기세포치료제 '바스코스템'에 대한 희귀의약품 지정 문제가 좀처럼 매듭을 못짓고 있다. 대체의약품의 존재여부에서 유효성, 안전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쟁점에서 식약처와 개발사는 다른 입장으로 대립하고 있다. 임상1·2상이 종료된 지 벌써 3년이 다됐다. 그사이 새로운 의약품의 탄생을 갈망하던 중증 환자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수차례에 걸친 토론과 심의에도 결론을 못내고 있는 바스코스템의 쟁점에 대해 하나하나 정리해본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정에 의하면 '국내 환자수가 2만명 이하이면서 적절한 치료방법과 의약품이 개발되지 않은 질환에 사용할 경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할 수 있다. 말하자면 특정 질환이나 증상을 없애거나 억제하는 데 유의미한 효과를 발휘하는 대체의약품의 존재가 희귀의약품 지정의 대전제다. 만약 대체의약품이 있으면 그것보다 현저히 안전성 ‘또는’ 유효성이 개선됐음을 입증해야 한다.

희귀의약품은 다른 전문의약품과 달리 임상2상만 거쳐도 시판허가가 이뤄질 수 있다. 희귀난치 질환자의 고통을 고려해 예외를 둔 것이다.
식약처 "버거씨병에 선행 대체의약품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알바이오가 줄기세포 치료제로 개발해 희귀의약품 지정을 신청한 버거씨병에 대해 선행 대체의약품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약처 허가사항에 오리지널 의약품성분 11개에 대해 버거씨병이 적응증의 하나로 인정·등재돼 있다는 게 근거다. 알바이오는 코스닥상장사 네이처셀 관계사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실로스타졸과 베라프로스트다. 이외 니케메테이트, 에르골로이드 등 어려운 이름을 가진 약물이 9개 있다.
7월12일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정청에서 열린 공개토론을 버거씨병 환우들이 지켜보는 모습 2016.7.1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br><br>
7월12일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정청에서 열린 공개토론을 버거씨병 환우들이 지켜보는 모습 2016.7.1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물론 버거씨병 하나만을 겨냥한 약물로 돼 있는 것은 아니다. 실로스타졸에 대한 식약처 허가사항에는 효능효과중 하나로 '만성동맥폐색증(버거씨병, 폐색성 동맥경화증, 당뇨병성 말초혈관병증 등)에 따른 궤양, 동통 및 냉감 등 허혈성 제증상의 개선'이라고 명기돼 있다.

말하자면 이유야 어떻든 사지동맥이 막혀서 아프고 궤양이 생기는 따위의 증상(만성동맥폐색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약물이라는 것이다. 베라프로스트를 포함, 여타 10개 오리지널 성분도 거의 같은 문구가 들어있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버거씨병 환자를 포함하는 임상을 거쳐 정상적으로 승인된 약물이라는 주장도 곁들인다.

전문가 "적절한 버거씨병 치료제는 아직 없다"

그러나 이같은 식약처 주장에도 불구하고 실로스타졸이 적어도 버거씨병에 '적절한' 치료제로서 의미가 있는지 전문가들은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버거씨병이 고혈압, 당뇨 등 심혈관 위험요소에 의한 말초동맥질환과 발병기전이 전혀 다른 염증성 혈관질환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유명철 한국인체조직기증원 이사장. 2015.8.6/뉴스1 © News1
유명철 한국인체조직기증원 이사장(전 경희대 의무부총장 겸 경희의료원장)은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실로스타졸은 혈전을 방지하고 혈관을 확장시키는 기능이 있다"며 "버거씨병이 심해지면 염증에 의해 혈관내벽이 부으면서 혈전이 생겨 혈관이 막힐 수 있는데 실로스타졸을 쓰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겠지만 임시방편일 뿐 의미있는 버거씨병 치료약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실로스타졸이 정확한 치료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버거씨병 환자 처방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에서 버거씨병 진단 기준을 만든 두 석학 중 한명인 제프리 W. 올린(Jeffrey W. Olin) 교수(미국 마운트 사이나이병원 혈관진단센터장)도 <뉴스1>과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 존재하는 어떠한 약으로도 버거씨병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제프린 올린 교수© News1 
국내서 허가된 성분들에 대해서도 그는 “실로스타졸은 버거씨병치료제로서 효과가 임상으로 입증된 적이 없고  복용 환자들 중 60%는 여러 부작용으로 약물을 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가트로반 등 다른 약물도 버거씨병 치료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뉴스1>이 임상전문가에 의뢰해 확인한 결과 미국과 유럽에서 실로스타졸은 적응증을 '간헐성 파행증'정도로 해서 허가가 나있다. 버거씨병 환자를 포함, 어떤 이유로 말초동맥이 막힌 사람이 오래 걸으면 다리가 많이 아파 더이상 보행을 하기 어려워지는데 이를 파행증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경우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없어지는게 정상이다. 그러나 버거씨병은 심해지면 움직이지 않을 때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 

또다른 약물인 베라프로스트는 미국서는 아예 허가가 이뤄진 적이 없다. 유럽에서는 베라프로스트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나머지 9개 약물은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버거씨병에 대해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 것은 없다.

중증 버거씨질환자 "기존 약물 복용중에도 사지 일부 절단"

버거씨병은 면역세포가 이상물질이라고 인식해 공격하는 현상인 '염증’에 의해 동맥이 막히고 파괴되는 병이다. 흡연이 원인중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발병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다. 흡연자 모두에서 발병하는 것도 아니고 담배를 끊어도 증상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이에 비해 동맥경화로 인한 혈관폐색은 고지혈증으로 혈관내 콜레스테롤이 쌓이거나 고혈압 등으로 내피세포 증식이 일어나 혈관이 막히는 경우다. 실로스타졸 등은 이같은 심혈관 질환요인에 의해 혈관이 막힐 경우 통증이나 보행거리 등을 의미있게 개선하는 데 약효를 발휘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설사 11개 약물 일부 또는 전부가 버거씨병을 포함해 초기단계 말초동맥질환자에 의미가 있다고 인정해도 중증 버거씨병에 대해서는 아예 치료 의미가 없다는 정황도 많다. 

이성희 버거씨병환우회 대표는 공개토론회 등에서 "34년동안 투병생활을 하면서 안먹은 약이 없다. 하루하루 고통속에 살았다"며 "식약처에서는 실로스타졸처럼 대체의약품이 있다고 하지만 복용중에도 괴사가 지속돼 사지 일부를 절단했다"고 말했다.버거씨병 환우중 같은 증언을 하는 사례를 찾기는 어렵지않다.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권태원교수는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실로스타졸은 원인이야 어떻든 동맥이 막혀 아프고 걷지 못하는 증상을 개선하는 약효가 있다고 알려진 약물"이라며 "원인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고 동맥이 막히는 증상을 좋게해주는 대증적 치료법 내지 증상개선제"라고 말했다.

알바이오 "허가사항 자구적 해석보다 실체적 진실을 봐달라"

알바이오의 바스코스템은 이같은 중증 버거씨병 환자의 증상개선을 목표로 임상을 진행했다. 알바이오가 밝힌 바스코스템 임상 주목적은 '답차(트레드밀) 보행거리 개선'과 '휴식기 통증완화'다. 임상에서 정의된 중증 버거씨병 환자란 가만히 있어도 아프거나 궤양/괴사가 있고 혈관 우회술 등 외과적 치료술이 불가능한 환자다.

알바이오는 이같은 증상개선이 줄기세포가 가진 조직재생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기존 약제와 달리 버거씨병 치료제로서 차원이 다른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알아비오가 주장하는 조직재생능력이란 혈관신생, 그러니까 혈관을 새롭게 재생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식약처에 대해 허가사항에서 버거씨병이 적응증으로 등재돼 있다는 자구적인 해석에 집착하지 말고 최소한 중증 버거씨병 환자에는 기존 약제가 효과가 전무하다는 실체적 현실과 줄기세포가 보여주는 가능성에 주목해달라고 주문한다. 

줄기세포치료 면허를 가진 일본 니시하라클리닉에서 처방 받고 있는 국내 버거씨병 환자. /뉴스1 © News1
줄기세포치료 면허를 가진 일본 니시하라클리닉에서 처방 받고 있는 국내 버거씨병 환자. /뉴스1 © News1

최소한 중증 버거씨병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치료효과가 의문시되는 실로스타졸 등이 어떤 이유로 버거씨병에도 적응되는 약물로 등재됐는지 지금으로서는 정확히 추적하기 힘든 상황이다. 

개발사 알바이오의 대리 법무법인은 식약처에 실로스타졸 등의 임상연구 자료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보관 의무기간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없다”는 답을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허가를 내줄 당시 다른 대체약품이 없어서 버거씨병에도 사용하도록 한 것 아닌가하는 추측도 나온다.

버거씨병은...

어떤 이유로 '염증'에 의해 혈관이 막혀 사지 말단에 궤양이 생기고 피부조직이 괴사하는 희귀난치 질환이다. 심할 경우 가만히 있어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 따르고 환부를 절단하는 외과적 수술외에 방법이 없다.

서울대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흡연이 원인으로 유력하지만 정확한 발병기전은 규명되지 않았다. 발병자 모두가 흡연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흡연자 모두에게서 발병하는 것도 아니고 금연한 후에도 없어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흡연과 자가 면역체계 이상이 결합된 것이라는 추정도 있지만 검증된 것은 없다.

지역적으로 서양보다는 한국, 일본 등 극동지방, 중동, 인도 등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또한 왜 그런지 규명된 것은 없다. 


l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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