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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쇄업계, 김영란법 여파 사외보 줄폐간 우려 '초비상'

정보전달과 독자소통 목적 사외보도 언론 분류
일부 기업은 이미 폐간 결정, 출판인쇄업 타격 우려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6-07-25 15:01 송고 | 2016-07-25 15:37 최종수정
아모레 퍼시픽의 사외보 '향장' (아모레퍼시픽 공식 웹사이트 캡처)
아모레 퍼시픽의 사외보 '향장' (아모레퍼시픽 공식 웹사이트 캡처)
출판 인쇄업계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이 사외보를 발행할 경우 사외보 발행인인 기업 대표와 사외보 업무담당자 등을 '공직자' 범주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활동 제약을 우려, 사외보 폐간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외보는 기업과 사회단체, 정부기관이 대외 홍보를 목적으로 발행해 외부에 무료로 배포하는 간행물을 말한다. 주로 제품 정보와 독자의 편지 등이 담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언론으로 규정되어 김영란법에 의해 규제가 가해질 예정이어서 이미 몇개 기업이 사외보를 폐간하거나 전자출간으로 방향을 바꾸기로 결정, 이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출판인쇄산업이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정기간행물 발간하는 7000여곳 언론사로 분류
오는 9월 28일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준해 언론사를 규정한다. 언론중재법 제2조 제 12호에 따르면 본래 설립 목적 및 주된 업무가 언론인 고유한 언론사외에도 사보, 협회지 등을 발행하여 부수적으로 언론활동을 하는 일반기업, 각종 협회 등도 언론사에 해당한다. 다만 생활정보지 등의 정보간행물과 전자간행물은 언론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2일 발간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해설집'은 이 기준에 따라 방송 345곳, 신문 3221곳, 잡지 등 정기간행물 7098곳(잡지 4839, 기타간행물 2259)을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언론사로 분류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해설집' 23쪽 © News1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해설집' 23쪽 © News1

하지만 정기간행물 7000여개 중 상당수가 여론형성 역할과는 거리가 먼 기업이나 단체의 사외보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사외보로서 긴 역사와 발행부수(80만부)를 자랑하는 아모레퍼시픽의 '향장'이나 유한양행이 펴내는 '건강의 벗'(17만부) 등에 당장 불똥이 튀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22일 뉴스1에 "법령상으로는 언론사로 분류되지만 정말 법리해석도 그렇게 되는지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유한양행 측은 "법리해석이 정확하게 나온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기사를 따로 작성하지는 않고 외부원고를 받아 편집해서 내보내는 건강정보지일 뿐인데도 언론으로 분류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객 서비스일뿐 언론 아니다"…일부 기업 발빠르게 폐간 결정

기업 이미지 제고나 독자 서비스 목적인데도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다면 차라리 사외보 폐간이 낫다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현재 A기업은 발빠르게 사외보 폐간을 결정했고 B기업은 이번달 호를 마지막으로 내고 전자간행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외에도 몇개 기업이 폐간 또는 전자간행물 전환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이나 예술의전당 등의 정부산하 기관들은 분주하게 법 해당 여부를 알아보고 있다. '문화+서울'이라는 사외보를 발행하는 서울문화재단 측은 "고문변호사에게 자문을 맡겨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서울문화재단은 "어차피 준공무원 신분이라 김영란법이 아니어도 청탁 등에 관련해 지켜야할 엄격한 지침 등이 있다"면서도 "우리가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언론사에 해당하는지, 어떻게 규제가 차이가 나는지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술의 전당 역시 법무팀이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회사들의 사외보도 비상이 걸렸다. 기업 특성상 기업과 투자자 대상의 영업활동이 활발한 곳이 증권사 등 금융회사기 때문이다. 'Magazine Create'라는 사외보를 발행하는 삼성증권은 "김영란법에 관련해 진행되는 과정을 봐야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증권사들 대여섯 군데가 사외보를 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헌재, 오는 28일 김영란법의 헌법 위배여부 결정

헌법재판소는 오는 28일 김영란법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최종 결정한다. 사립학교 교사와 언론인 같은 민간인 등이 포함된 법 적용 대상이 너무 광범위한 건 아닌지가 주된 쟁점이다.  '월간 참여사회'를 발행하고 있는 참여연대는 김영란법의 입법취지에 동의하면서도 "언론으로서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인 대상의 규제가 목적인데도 과도하게 범위가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모호한 규정 때문에 자사가 발행하는 사외보가 언론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기업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국민권익위 홈페이지의 자료에는 두 식품회사가 각각 간행하는 'XX건강정보지'라는 비슷한 제호에도 언론사 해당여부가 갈렸다. 두 호텔업체가 각각 내는 'XX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간행물의 내용의 차이라기보다는 단지 등록이 기타간행물이냐 정보간행물로 되어있냐에 따라 달라진 결과다. 언론이냐 아니냐의 판단이 너무 자의적이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청탁금지법 바로알기' 설명·홍보자료  화면 캡처 © News1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청탁금지법 바로알기' 설명·홍보자료  화면 캡처 © News1


시민단체, 기업 등은 언론사로 분류되었다 해도 정기간행물 발행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만 적용대상인 점, 사외보를 외부에 맡겨 제작하는 경우 외주제작사는 언론으로 분류되지 않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언론사의 경우 보도·논평·취재 외에 행정, 단순 노무 등에 종사하는 자도 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 등에 해당되는 데 비해 차별적이지 않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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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출판업자는 "몇개 기업이 아예 사외보 폐간을 결정했다는 말이 돌면서 인쇄업계가 술렁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인쇄기업인 우진테크에 따르면 사외보 출판은 1990~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였다가 IMF, IT버블 등을 거치며 다수가 폐간되어 가뜩이나 위축된 상태다.

우진테크 관계자는 "2000년에 사외보 10개가 있었다면 현재는 1~2개 있는 수준"이라면서 "여기에 김영란법 적용으로 사외보들이 폐간됨으로써 인쇄업자들의 타격은 물론 출력사, 디자인업체, 기획편집사 등 사외보 제작에 관련된 업체들의 타격도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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