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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잔쯤" 자전거 음주운전급증…시민의식 '빨간불'

뉴스1기자, 뚝섬 한강공원 현장취재
매년 평균 자전거사고로 280명 사망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2016-07-24 05:30 송고
21일 서울 광진구 뚝섬 한강공원에 시민들이 마신 술병이 뒹굴고 있다. /뉴스1 DB.
21일 서울 광진구 뚝섬 한강공원에 시민들이 마신 술병이 뒹굴고 있다. /뉴스1 DB.

"힘들고 땀도 나니 맥주 한두캔은 마시죠."
"과음만 아니면 문제 없다고 봐요."

연일 찜통더위가 지속됐던 21일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을 찾았다. 자전거를 세우고 술을 마시는 시민 대부분이 이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술을 마신 채 자전거를 타면 위험하지 않냐는 물음에는 "문제 될 게 없다"고 답했다.
자전거 인구가 1200만을 넘어섰다. 동호회나 친목 중심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전거 음주운전'으로 인한 이용객들의 안전사고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지난해 자전거 교통사고는 1만7366건으로 2011년(1만2121건)보다 약 5000건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280여명이 매년 자전거사고로 사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대로 된 처벌·단속규정이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벌규정 부재·단속 근거 없어…시민들 "과음 아니면 문제 안 돼"

푹푹찌는 날씨에도 한강공원에는 자전거 등 여가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일부 시민들은 햇빛을 피해 편의점 앞 테이블이나 천막 아래에 자리를 잡고 대낮부터 음식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돗자리 주변에도 소주병과 막걸리병이 뒹굴었다.

이들은 술기운에 얼굴이 벌겋게 변했는데도 자전거운행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동호회에서 왔다는 장모씨(67)는 "술 마시고 자전거 타는 게 위험하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며 "소주 2~3병을 마시고도 아무 문제없이 집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모씨(52)도 "자전거를 타다보면 힘들고 땀도 난다"면서 "맥주캔 1~2개 정도는 마신다"고 말했다.

아예 도로변의 간이포장마차에서 본격적으로 술판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노모씨(40)는 "저녁 무렵이 되면 자전거도로변에 '간이포장마차'가 문을 연다"며 "동호회나 친구끼리 그곳에서 술을 마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하다는 인식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술을 마시지 않은 이용객들도 반응은 비슷했다. 박모씨(64·여)는 "동료들이 술을 못 해 술은 마시지 않는다"면서도 "마시는 사람을 종종 보는데 만취할 때까지는 마시지 않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술을 사가는 자전거 이용객이 하루에 20~30명은 넘는다"면서 "음주 후 공원에서 몇시간씩 쉬었다 가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회식 후 술을 마신 상태로도 자전거로 귀가한다는 직장인도 있다.

회사원 김모씨(31)는 "새벽쯤 회식자리가 끝나면 대중교통도 끊기고 택시도 안 잡혀 집에 가기 곤란하다"며 "종종 '따릉이(서울시공공자전거)'를 타고 가면 시원하고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술 기운에 두 손을 놓고 타다가 넘어질 뻔한 적도 있다"면서도 "술자리가 잦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이용한다"고 말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국내법상 자전거 음주운전에 대해 단속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는 게 문제다. 도로교통법 제50조 8항은 '자전거의 운전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처벌할 수 없는 훈시규정이다.

또 도로교통법 제44조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의 취한 상태로 자동차 등(건설기계 포함) 운전을 금지'하고 있지만 여기에 자전거는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자전거 음주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음주운전으로 처벌 받을 수는 있다고 한 일선 교통경찰은 말했다.

◇단속·처벌 조항 없어…도로교통법 개정 필요


해외는 관련 처벌 조항이 엄격하다. 일본의 경우 자전거 음주운전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엔(약 1064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프랑스에서는 최대 750유로(약 94만원)의 벌금을 받을 수 있으며 독일도 자동차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19대 국회에서 이재오 전 의원과 주영순 전 의원 등이 자전거 음주운전에 벌금을 물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못한 채 자동폐기됐다.

전문가들은 자전거 음주운전이 생각보다 위험해 처벌 규정 등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주석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벌칙금 등으로 처벌 규제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이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예상 돼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자전거는 자동차처럼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하는 등 별도의 행정처벌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인력부족으로 자동차 음주운전 단속도 어려운 상황에서 범위를 자전거까지 늘리는 것에 대한 현실성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solidarite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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