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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강간 만 16세로"…채팅앱 조건만남 사라질까

미성년자 성매수 느는데…만 13세부터 '성적 결정권' 행사
의제강간 피해자 연령 만 13세→16세 상향 법안 발의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016-07-17 06:15 송고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최근 학교전담경찰관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한 사실이 논란이 되면서 미성년자의 성보호를 위해 의제강간죄 피해자 기준연령을 상향조정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현재 성적(性的) 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다고 보는 연령이 만 13세부터인데 이 탓에 이들이 성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법안이 통과되면 협박이나 위계, 위력 없이도 중학생에 해당하는 만 13~15세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은 성인에 대한 강간죄로 처벌이 가능해진다. 또 이들의 성을 매수한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져 10대 성매매의 온상인 랜덤 채팅앱을 통한 조건만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성보호 사각지대 만 13~15세, 성범죄 타깃

현행 형법상 협박이나 위력 없이도 만 13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면 강간죄에 준해(의제강간) 처벌받는다. 하지만 만 13세부터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다고 보고 협박·위력 없는 성관계는 처벌하지 않는다. 지난 2011년 당시 만 15세였던 여중생을 임신시킨 40대 연예기획사 대표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 대표적 예다. 법원은 여중생이 '사랑한다'고 편지를 쓴 점을 들어 성관계는 여중생의 주체적인 선택이라고 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들이 성범죄의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안을 발의한 김승희 의원(새누리당)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2014년 미성년자 성매수 범죄 피해 청소년 566명 중 절반에 가까운 48%(270명)가 만 13~15세 사이 중학생 연령대다. 지난 2011년 11명에 불과했던 13~15세 성매수 범죄 피해 청소년은 2014년 144명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의제강간 연령을 높여 미성년자의 성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10대 성매매의 경우 주로 가출로 오갈 데 없는 청소년이 범행 타킷이 되는데 이를 자발적 성적 결정이었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법안을 발의한 김 의원은 "만 13~15세 중학생 연령대의 성매수 범죄는 가정폭력과 성폭력으로 길거리에 내몰린 아이들이 절박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성매수자의 형량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만 13세 이상 청소년을 성매수하면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벌률(아청법) 제13조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의제강간죄를 적용하면 형법 305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무조건 징역 3년 이상의 형을 받는 것이다.

또 성매매 피해 청소년의 경우 법률·의료·심리치료 등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성매매를 한 만 13세 이상 청소년들은 '자발적 선택'이었다는 이유로 법률상 '피해청소년'이 아닌 '대상청소년'으로 분류돼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한다.

◇법안 발의만 수차례…경찰·정부 모니터링·단속으론 한계  

물론 의제간강 연령을 높이는 것만이 해결방안은 아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외국의 경우 온라인 함정 수사 등으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수자들을 적발한다"며 "적극적인 수사와 10대 성매매 장인 랜덤 채팅앱에 대한 강력한 제재로 범죄 사전 예방에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와 경찰은 10대 청소년들의 성매매 유입 통로로 여겨지는 스마트폰 랜덤 채팅앱에 대한 모니터링과 단속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함정수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앱을 통한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본인인증 절차없이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과 적발해도 과거 앱에서 작성한 글이나 쪽지, 대화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아 수사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채팅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여가부와 경찰청은 지난 2월22일~5월31일 약 100일간 온라인 조건만남을 유인하는 사이트·앱에 대한 집중단속을 처음으로 벌이기도 했다. 단속 결과 성인 419명이 청소년의 성을 사거나 유인한 혐의로 적발됐다. 

그러나 채팅앱을 통한 성매수는 끊이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성매매 제안·유도 등 불법 정보를 발견하면 게시자의 앱 이용해지나 이용정지를 앱 운영자에게 요구한다. 그러나 개인 간 주고받은 쪽지나, 대화방 내용은 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이용해지를 당해도, 본인인증 없이 가입이 가능한 채팅앱 특성상 얼마든지 재가입이 가능하다.

불법 정보가 유통된 채팅앱을 폐쇄 조치하거나 청소년 접근을 막을 수도 없다. 여가부 관계자는 "채팅앱 자체는 성매수가 아닌 친구 사귀기 등 대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거나 폐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실 의제강간 연령을 높이는 법안 발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19대 국회 때 세 차례 같은 취지의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청소년의 성의식 수준이 발달했다"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안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사이 지난 5월에는 만 13세 2개월인 A양이 채팅앱을 통해 만난 6명의 성인 남성들에게서 성폭행과 추행을 당하고도 '자발적 성매매'라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적 장애를 가진 A양은 당시 핸드폰 액정이 깨져 엄마에게 야단맞을까봐 가출을 했고 오갈 데가 없자 채팅앱에서 재워줄 사람을 찾았다. A양을 만난 어떤 남성도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조 대표는 "투표권은 물론이고 법률상 어떤 권리도 없는 미성년자에게 성적 자기결정권만 인정하고 있다"며 "이들과의 성관계는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성인들의 성착취"라고 강조했다.


letit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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