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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매트 한장에 하루 한끼…화장실서 숨진 원영이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07-12 08:08 송고 | 2016-07-12 14:55 최종수정
‘ 계모 김모씨(38), 친부 신모씨(38)가  경기 평택시 청북면의 한 야산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뉴스1


'락스학대' 끝에 사망한 '원영이' 친부와 계모의 살인 혐의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이 11일 평택지원에서 열렸다.
옥색수의와 황토색 수의를 입은 계모 김모씨(38)와 친부 신모씨(38)가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는다.

계모와 친부는 숨진 원영이의 환한 웃음과 밝은 원영이를 어둡게 가뒀던 화장실 사진 앞에 끝내 고개를 들지 못한다. 사람들은 나지막이 비명을 내질렀다. 누군가는 비집고 나올 낮은 비명이 걱정돼 손으로 자기 입을 막는다. 


숨진 신원영군이 감금생활을 했던 화장실은 채 한평이 되지 않는다. .(평택지청 제공)@news1 

법정 안 모두의 눈시울이 붉다. 계모 김씨와 친부 신씨를 법정까지 호송한 교도관들마저 법정 왼쪽 벽면을 가득 채운 아이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최종 논고를 위해 검사가 법정 한쪽에 띄워둔 PPT 화면에 모두가 숨죽여 눈물을 흘린다. 검사는 "(원영이는) 추운 겨울 욕실에 갇혀 고작 장미모양 매트 하나만 제공받아 자기 몸을 보호할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정 질서유지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던 경위도 법원 서기도 제 할일을 멈추고 사진을 본다. 
PPT 속 나란히 붙어 있는 사진 두장이 어린 원영이 삶의 고단함을 얘기한다. 몇달 새 아이는 눈에 띄게 말라 있다. 한창 자랄 나이에 키는 크지 못하고 몸은 야위었다. 여섯살 원영이의 몸무게는 15.3㎏ 키는 고작 112.5㎝였다. 앙상한 다리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사진 속 원영이는 그래도 활짝 웃는다. 밝은 웃음에 법정이 어둡게 물든다.  

11일 오후 1시 30분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 고 신원영 군 학대 살인 사건에 대한 3차 공판이 열렸다. 공판은 4시간여 진행됐다. 여섯살 원영이는 2년여 모진 학대를 받았다. 한평짜리 베란다에서 누나와 꼭 붙어 웅크린 채 세탁기에 기대 잠을 잤다. 누나가 할머니 집으로 보내진 뒤에는 계모 김씨의 광적인 학대를 혼자서 감내해야 했다.
계모 김씨는 원영군에게 밥과 반찬을 한데 담아 원영이에게 하루 한끼만 제공했다. 계모 김씨가 원영이 식사에 사용했던 식기와 숟가락(평택지청 제공)@news1

검사는 "감금장소는 베란다에서 화장실로 바뀌었고 하루 두 끼였던 끼니는 한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조그만 식기와 숟가락 하나. 계모 김씨는 밥과 반찬 등을 뒤섞어 어두운 화장실에 밀어넣었다. 아이는 항상 배가 고팠다.

계모 김씨는 "집에서 냄새가 나는 것이 싫다며 화장실 환풍기를 24시간 틀어두었다"고 진술했다. 

계모는 술을 마시고 자신의 폭행으로 찢어진 원영이의 상처위로 락스를 퍼붓고 아이가 설사를 하자 옷을 모두 벗긴 뒤 찬물을 뿌렸다. 많은 사람들이 유달리 추웠다고 기억하는 어느 영하의 밤. 환풍기가 돌아가는 한평짜리 욕실 안 차가운 바람이 들이치는 환풍기 밑 장미모양 매트위에서 아이는 숨을 거뒀다.

원영이가 차가운 욕실 바닥을 피해 앉아있던 매트 위는 24시간 환풍기가 작동하고 있었다. (평택지청 제공)@news1 


아이가 고통과 배고픔 추위와 사투를 벌이던 그때 계모 김씨와 친부 신씨는 따듯한 방안에서 배달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게임을 했다. 

검사는 계모 김씨의 행동을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수용소에서나 행해질 고문 수준의 잔혹함"으로 표현했다.

검사는 "(원영이는)죽기 직전까지 자신을 '엄마'라 부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김씨는 외면했다"며 고개숙인 김씨를 바라봤다. 검사가 힘주어 읽은 논고서의 '엄마'라는 말에 김씨는 바르르 몸을 떨었다.  

11일 검찰은 계모 김씨에게 살인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친부 신씨에게는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원영이 친부와 계모에 대한 1심 선고는 8월 10일 오후 2시에 이뤄진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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