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정부 반려동물산업 육성 방안에 반발하는 동물단체들…왜?

경매업 양성화·온라인 판매 허용·반려동물 범위 확대 등 문제로 지적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2016-07-08 11:50 송고 | 2016-07-08 11:55 최종수정
유기동물과 만남의 날 행사에 나온 반려견. (자료사진)/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유기동물과 만남의 날 행사에 나온 반려견. (자료사진)/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정부가 내놓은 반려동물산업 육성 방안을 두고 동물보호단체들이 잇따라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7일 동물 생산업의 허가제 전환을 비롯 경매업 신설, 온라인을 통한 동물 거래 허용, 반려동물의 범위 확대, 동물병원 개설 규제 완화, 동물간호사제도 도입 등을 통해 반려동물 분야를 '신산업'으로 육성하고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물단체들은 정부의 이번 발표가 동물을 오직 상품으로 보고, 수익 창출의 도구로 삼겠다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대표 임순례),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 케어(대표 박소연), 동물을위한행동(대표 전채은) 등은 잇따라 의견을 내놓으면서 정부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허울뿐인 생산업 허가제…거꾸로 가는 경매업 양성화

최근 '강아지공장(퍼피밀)'의 잔인한 동물학대가 공론화된 후 불법 번식장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15일부터 시작된 전국의 생산업소 4600여 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토대로 반려동물 생산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반려동물 번식장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불법 생산업소에 대해 신고 유예기간을 주고 양지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 반려동물 생산업을 양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생산∙판매두수의 제한 없는 생산업 허가제는 허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허가를 받은 생산업소도 세부적인 운영기준이 없다면 현재와 같은 동물학대 문제 등은 완전하게 근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매장 양성화 계획에는 더욱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경매업을 신설하고 올 하반기까지 수의사 점검 의무화 등의 관련 기준을 마련해 반려동물 경매장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20여개의 경매장에서 매주 5800마리 가량이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30만 5000마리 수준이다. 국내에서 매월 평균 8300마리 유기동물이 발생하는데, 경매장에선 이보다 3배 가까이 많은 2만 3000마리가 공급되는 셈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경매장이 반려동물의 고통을 무한 증폭시키는 '고통의 허브'라는 오명과 함께 불법 강아지공장 출신 개들의 '신분세탁 통로'로도 활용되고 있어 하루빨리 폐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하림 팜스코 소유 애견경매장 폐쇄 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자료사진)/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동물보호단체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하림 팜스코 소유 애견경매장 폐쇄 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자료사진)/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반려동물 온라인 판매 허용…무분별 거래 부추겨

정부는 무법지대와 다름없는 반려동물 온라인 판매에 대한 기준도 마련하고, 판매업 등록 업체에 한해 반려동물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표준계약서 서식을 마련하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세부기준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동물단체들은 동물의 온라인 거래를 허용할 경우 무분별한 거래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야생동물 택배' 등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행법상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는 '반려동물'로 지정돼 있으며, 반려동물 판매자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판매업' 등록을 해야 한다.

동물판매업 등록을 위해서는 일정기준 이상의 환경을 갖춰야 하고, 판매자는 대한수의사회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반면 야생동물 판매자는 대부분 '통신판매업'으로 등록돼 있어 반려동물 판매자처럼 교육을 이수하거나, 적정환경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야생동물 판매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어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을 비롯한 많은 야생동물들이 인터넷상에서 무분별하게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현행법상 상업적 목적으로 거래되는 야생동물의 운송에 대한 규정이 전무해, 일부 업체는 살아있는 동물을 일반택배로 배송하기도 한다. 국제적멸종위기종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 동물보호단체가 발간한 '야생동물 개인 거래 및 사육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동물거래 웹사이트(2곳)에서 이뤄진 3792건의 동물 분양 가운데 직거래 판매가 34%였고, 고속버스 택배 13%, 우편택배 6%, 거래방법 미기재 47% 등으로 조사됐다.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 200개 이상의 야생동물 인터넷쇼핑몰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자료사진)© News1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 200개 이상의 야생동물 인터넷쇼핑몰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자료사진)© News1

◇반려동물의 범위 확대…정부의 '과욕'

반려동물 보유가구는 2015년 21.8%로 관련 산업이 고속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12년 90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20년 5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반려동물의 종류를 조류, 파충류, 어류까지 확대해 시장의 성장을 돕기로 했다.

이를 두고 동물보호단체들은 정부의 '과욕'을 지적하고 있다.

개와 고양이를 제외한 나머지 동물들이 완벽하게 반려동물로 정착되었는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많은 상황에서 반려동물 범위를 확대할 경우 이들 동물의 무분별한 판매로 이어져 향후 관리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류 파충류 어류는 사육기준이나 방법 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임상 수의사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데, 이를 배제하고 현재 사람들이 키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반려동물로 포함시키겠다는 것은 정부의 일천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또한 현재 국제적 멸종위기종조차 감당 안되는 정부가 조류와 파충류, 어류까지 반려동물로 만든 후 이들을 어떻게 관리·감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이밖에 야생성이 살아있는 개체와 종일수록 질병확산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이들을 함부로 거래하고 사육하면서 인간의 건강과 동물의 복지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번식장, 경매장, 판매업소에서는 동물들이 관리의 손길조차 받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다"면서 "현재의 반려동물산업은 '양적 팽창' 아닌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신산업 육성이라는 미명 하에 동물을 상품화, 도구화 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wooklee@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