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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챙기고 잠적’ 영어캠프…사기 재판중 또 참가자 모집

제주교육당국, '속지 마라' 전국에 피해 주의 공문 발송
피해 학부모들 “수년째 피해 양산…막을 방법 없나”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2016-07-08 13:53 송고
 
 

영어캠프 부실운영 논란에 따른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A교육업체 대표가 또다시 여름캠프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어 피해자 양산이 우려되고 있다.
제주시교육지원청은 A업체가 무등록 상태에서 영어캠프를 운영한 혐의(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위반)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멈추지 않자 전국에 ‘영어캠프 주의보’를 내렸다.

제주시교육지원청은 최근 전국 시·도교육청에 ‘방학 중 영어캠프 운영에 따른 학부모 피해주의 안내’라는 제목으로 공문을 발송했다고 8일 밝혔다.

해당 공문에는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업체가 제주도에서 여름방학을 이용해 영어캠프를 운영하겠다며 수강생들을 모집해 참가비를 받았으나 운영하지 않고 참가비도 제대로 환불되지 않아 피해 학부모들이 전화민원을 제기했다”며 “더 이상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지원청 담당자는 “지난주부터 공문을 받아본 학부모들이 전국 각지에서 문의 전화를 걸어오고 있다”며 “이미 참가비를 낸 학부모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우리는 협조공문을 보내는 것 외에 별다른 제재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A업체 측의 부실 운영과 파행 등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수년째 피해를 입고 있지만 캠프가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는 사전에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교육지원청의 설명이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에 따르면 수강생 10명 이상, 30일 이상 수업을 운영하는 경우 학원으로 등록해 반드시 해당 지역 교육청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A업체는 등록도 하지 않은 채 2011월 1월 조천읍 북촌리 소재 펜션, 2012년 1월 구좌읍 하도리 소재 리조트, 2013년 1월 봉개동 유스호스텔, 2013년 8월 한경면 소재 폐교, 2014년 8월 서귀포시 표선면 소재 박물관, 2015년 1월과 7월 조천읍 소재 펜션 등으로 자리를 옮겨 다니며 캠프를 운영해왔다.

당초 전문적인 시설과 외국인 강사진을 확보한 것처럼 홍보했으나 실제 수업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고, 세월호 참사, 메르스, 태풍 등을 이유로 캠프를 코앞에 두고 일방적으로 문자를 이용해 취소통보를 하기 일쑤였다.

참가비를 선불로 지급하고 제주행 비행기 티켓까지 구매해놓은 학부모들은 황당함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해당 업체 대표는 연락을 두절하고 이후 캠프 취소에 대한 공지도 올리지 않았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결국 전국 각지에서 피해를 당한 학부모 일부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A업체 대표는 2013년 4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학부모 34명으로부터 총 5500만원을 송금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지난 2월 8일 A업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재범 방지를 위한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재판 과정에서 A업체 대표는 “태안 해병대 캠프나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수강생이 잘 모이지 않아 일부 운영내용이 바뀌었을 뿐 학부모들을 속여 돈을 가로채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광고대로 캠프를 운영할 능력이 없음에도 학원 등록 및 교습소 신고가 어렵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했고 많은 피해자가 생겼다”며 유죄로 판시했다.

재판부는 교육지원청이 2012년부터 6차례에 걸쳐 무등록 학원으로 고발하면서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고 벌금형을 여러 차례 선고 받은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학원법에 따르면 관할 교육청에 등록·신고 없이 학원·교습소를 설립·운영한 경우 폐쇄나 교습 중지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으며(19조), 등록 없이 학원을 설립·운영한 자에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이 내려진다(22조).

A업체 대표는 이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기했고 오는 8월 11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법원이 명령한 보호관찰 명령은 형이 확정된 후에야 집행된다.

당장 오는 25일부터 여름캠프가 열릴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이 소식을 접한 전국 각지의 피해 학부모들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떻게 막을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환불을 받기 위해 업체에 전화해서 화도 내보고 하소연도 했지만 아직까지 전액을 환불받지 못했다”며 “이제는 돈을 안 받아도 그만이지만 우리 아이와 나 같은 피해자를 또 만들지 않기 위해 인근 경찰서에 신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서울에 있는 회사가 대놓고 제주라는 이름을 내걸고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는데도 제주도나 경찰, 교육청 등 어느 곳에서도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피해를 지켜보고만 있다”며 강력한 단속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여름캠프가 합법적인 지 묻는 질문에 A업체 직원은 “수련원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A업체 대표는 통화가 되지 않았다.


asy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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