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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에 이어 한양대도 '학부모 성적열람 시스템' 도입

개인정보 안정성 확보취지…학생들 "여기가 초등학교인가"

(서울=뉴스1) 김현정 기자 | 2016-07-01 14:00 송고 | 2016-07-01 15:57 최종수정
한양대 '학부모 성적열람 시스템' 공지 내용 캡처© News1
한양대 '학부모 성적열람 시스템' 공지 내용 캡처© News1
고려대에 이어 한양대도 종이성적표 발송을 중단하고 학부모가 자녀의 성적을 인터넷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학부모 성적열람 시스템'을 도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양대는 홈페이지 전체공지를 통해 올해 1학기부터 학생(서울캠퍼스·에리카캠퍼스 학부생)의 동의를 구한 후 학부모에게 '학기별 성적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1일 밝혔다.
한양대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올해 1학기부터 성적이수표 우편발송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 학사경고 연속 3회자 또는 학사경고 제적자는 기존처럼 등기우편 발송된다.

학부모 성적조회 서비스는 오는 12일 만들어지는 한양대 홈페이지 '바로가기 배너'를 통해 접속할 수 있다. 사전 동의를 구하는 차원에서 학생들은 직접 포털시스템에 들어가 신상정보를 정정해 학부모서비스제공 동의를 선택하고 비밀번호를 설정해야 한다. 학부모는 '학부모 서비스 인증절차' 화면에서 자녀의 생년월일, 학번, 학부모용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자녀의 성적을 확인할 수 있다. 성적은 학기별 성적이수표를 제공할 방침이다.

학부모 성적조회 서비스 시행이 알려지자 한양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비난여론이 거세다.
한양대생들의 익명제보 페이스북 페이지 '한양대학교 대나무숲'에서 한 학생은 "좋은 것들은 벤치마킹할 생각을 안 하고 이런 걸 왜 벤치마킹하냐"고 비판했다. "여기가 초등학교인가"  "(대학 성적표가) 가정통신문이 됐다" 등 냉소적인 반응이 많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았지만 제도적으로 정착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학생의 동의하에 학부모에게 성적열람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편으로는 성적표 우편발송제도가 사라져 기뻐하는 학생도 있다.

한 학생은 "학생의 동의절차에서부터 Fail(실패)"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생도 "(집으로) 성적표가 우편발송 안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앞서 고려대도 지난 2013년 학부모가 자녀들의 성적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학부모 성적열람 시스템을 도입했다. 2013학년도 1학기부터 학부모가 직접 인터넷을 통해 자녀의 성적을 상시적으로 열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도입 당시 학생들의 찬반논란이 일었으나 현재는 문제가 불거지는 일 없이 제도가 잘 정착했다는 반응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자취 등의 이유로 적을 자주 옮기기 때문에 신상이 표기된 서류가 본인에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자기 성적표를 못 받아보고 엉뚱한 사람이 열어보는 경우도 생겨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학생들이 주로 쓰는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나 페이스북에서 제도를 문제 삼거나 비판하는 학생은 없다"며 "도입된 지 몇 년이 지났고 이제는 제도가 잘 정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대학으로까지 학부모 성적열람 제도가 확대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학번을 부모님께 일러주면 충분히 온라인상으로 확인할 수 있어 특별히 학부모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대학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성적표를 우편발송하지 않고 대학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지 몇 년이 지났다"며 "학번과 비밀번호만 알면 부모도 자녀의 성적을 열람할 수 있어 굳이 시스템을 만들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hjkim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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