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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에 낚인 이주열, "발권력 동원 안 되긴 한데…"

기재부 출신 여당 김광림·추경호 의원 발끈

(서울=뉴스1) 신수영 기자 | 2016-06-30 18:42 송고 | 2016-07-01 06:56 최종수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2016.6.30/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2016.6.30/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재정에서 하는 것이 맞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금이라도 추경을 편성하고 자본확충펀드를 없던 일로 하는 것이 어떠냐"며 은근한 질문을 던진 데 대한 답이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재위 한국은행 업무보고에서 "이런 식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한은의 발권력이 동원되고, 재정 투입이 마땅한데도 발권력을 동원하면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자본확충은 재정 먼저'라는 원칙을 들고 나왔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질의하고 있다. 2016.6.30/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질의하고 있다. 2016.6.30/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유 의원은 "한국은행은 이런 식으로 가게 내버려둬선 안 되는데, 과정을 보니까 기재부 등의 압력으로 이런 결론이 난 것 같다"며 슬쩍 한은의 동의를 구했다. 이어 "마침 정부가 10조원의 추경을 한다는데 어제 (업무보고에서) 물어보니 아직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에게 "이럴 때는 적극적으로 동의를 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 총재는 얼결에 "동의합니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오전 업무보고에서 이 총재는 정부의 자본확충펀드 조성 계획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뜻을 보였다. "중앙은행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론도 제시했다. 원칙론과 자본확충펀드의 적법성 사이를 맴돌 뻔했던 오전 질의의 분위기를 바꾼 것이 유승민 의원의 '재정 먼저 투입' 주장이다.

유 의원은 "한은이 저항을 못 해서 나쁜 선례를 만들면 국회가 뒤늦게라도 바로잡고, 야당도 질타만 하지 말고 이런 모순적 상황을 막아야 한다"면서 야당까지 끌어들였다
그러자 같은 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진화에 나섰다.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가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신속하게 대응하려고 펀드를 만들기로 한 것인데, 결정이 뒤집힐 수 있다는 인식을 시장에 줬다"며 이 총재의 해명을 요구했다.

같은 당 김광림 의원도 한은법 4조(물가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통화정책과 정부정책 공조 가능)를 들고나와 금융안정 차원에서 한은이 정부와 공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결국 "재정이 충분히 역할을 하면 펀드가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 것이란 원칙을 말한 것"이라며 물러섰다. 곧이어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구조조정은 국책은행 중심으로 가는 것이 맞지만, 금융안정 문제가 불거질 때를 대비해 한은이 불가피하게 참여하는 것"이라며 "공식절차는 내일 금통위에서 하지만 실제로 여러 협의를 거쳤다"고 재빨리 상황을 요약했다.

결국, 오후 질의에서 초점은 자본확충펀드의 적법·편법성으로 옮아갔고, 총재는 '적기의 금융안정 역할'을 되풀이해 대답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부담이 되는 문제를 정부가 국회를 피해 한은과 추진하려 하기에 옳지 않다는 것"이라며 "총재가 입장을 변경한 점이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iml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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