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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우직하게 뚜벅뚜벅, 멀리보고 자신들의 길을 가는 전북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6-07-01 06:00 송고
전북이 17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무승부가 많다고 폄훼하는 시선도 있으나 그 '패하지 않는' 우직함이 결국 챔피언을 만드는 힘이다. © News1
전북이 17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무승부가 많다고 폄훼하는 시선도 있으나 그 '패하지 않는' 우직함이 결국 챔피언을 만드는 힘이다. © News1

약 10개월을 소화해야하는 정규리그는 장기 레이스다. 사실상 1년을 다 쓰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긴 호흡으로 판을 크게 봐야한다.

어차피 한 시즌 내내 잘할 수는 없고 어느 팀이든 롤러코스터처럼 기복의 주기가 찾아오게 마련이다. 좋을 때와 나쁠 때의 간극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잘 나가는 시간은 최대한 길게, 나쁜 시기는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누구든 반짝은 잘할 수 있다. 미안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지난해 K리그 챌린지에서 올라온 수원FC도 개막 후 5경기 동안 1승4무, 무패행진을 달렸다. 하지만 17라운드 현재 그들의 위치는 최하위다.

전력이 평준화 돼 어떤 팀과의 경기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한 K리그 클래식의 특성상 꼬박꼬박 승점을 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17경기를 치렀는데 아직도 3승 이하에 그치고 있는 팀이 4개나 된다. 그런 측면에서 디펜딩 챔프 전북현대의 우직한 행보는 분명 박수가 아깝지 않다.

전북이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막 후 17경기 무패다. 누군가는 승리만큼 많은 무승부를 지적하며 가치를 깎아 내리기도 한다. 남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당사자인 최강희 전북 감독도 "이런 승률은 바람직하지 않다. 3무를 하는 것보다 1승1패를 하는 게 낫다"는 말로 비기는 경기가 많은 것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무승부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전북은 22승7무9패(승점 73)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2014년에는 더 좋았다. 24승9무5패(승점 81)로 역시 정상에 올라섰다. 그런데 올 시즌은 17경기에서 벌써 8무다. 특히 6월 들어 주춤했다. 총 6경기에서 전북은 2승4무에 그쳤다. 하지만 '주춤'과 '그쳤다'라는 표현이 그리 적절한 상황은 아니다.

30일 현재 전북은 9승8무 승점 35점으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는 9승3무5패 승점 30점의 FC서울이다. FC서울은 올 시즌 초반 '아데박 트리오'를 앞세워 큰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 1골을 넣는 것도 어려워 '이진법 축구'라는 비아냥을 들어야했던 서울이 3경기 연속 3골을 터뜨리는 등 확 달라진 모습으로 2016년 K리그의 흥행을 주도했다.

그랬던 서울보다도 전북이 5점이나 앞서고 있다. 전북은 버텨냈고 서울은 패했던 5경기가 고스란히 5점이라는 격차가 됐다. 이런 포인트가 결국 나중에 챔피언을 만드는 중요한 힘이다. 시즌 전부터 안팎의 잡음이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도 전북은 우직하게 자신들의 걸음을 내딛고 있다. 멈춤 없이, 소처럼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사실 초반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보경과 김신욱을 비롯해 고무열, 이종호, 로페즈, 최재수, 임종은, 김창수, 최규백 등 확실한 선수 수급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에 비하면 많이 삐걱거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최강희 감독은 선수들을 다양하게 기용했다는 점이다. 당장에 급급해 좋은 선수, 괜찮은 조합만 계속 내보내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는 불안했지만, 그 덕분에 지금은 다양한 카드를 손에 쥐게 됐다.

선배들을 제치고 꾸준히 최강희 감독의 선택을 받은 신인 센터백 최규백은 결국 신태용호에 합류해 리우 올림픽에도 출전한다. 시즌 초 전혀 존재감이 없었던 '광양 루니' 이종호는 최근 결정적인 순간 골을 터뜨리면서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이동국이 부상으로 빠져도 전북의 전방은 그리 흔들리지 않고 있다.

왜 영입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일부의 비아냥까지 있었던 김신욱도 서서히 팀에 녹아들고 있다. 동료들이 무조건 머리만 겨냥하지 않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심하면서 상대도 김신욱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식이다.

2005년 여름부터 전북의 지휘봉을 잡았던 K리그 최장수 감독 '강희대제'의 긴 안목 속에서 전북은 시즌 끝 지점을 보고 자신들의 길을 가고 있다. 현재의 전북이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쓰러지지 않고 있다. 전북은 분명 강팀이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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