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손예진 "청순한 여자, 시대가 원하지 않아요"(인터뷰)

(서울=뉴스1스타) 유수경 기자 | 2016-06-30 12:08 송고
2000년대 초반 스크린과 브라운관은 손예진의 청순미가 강타했다. '여름향기',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 지금도 멜로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 모두 이 시기에 나왔다. 그때의 손예진은 티없이 맑았다. 광채가 나는 미모에 여리여리한 눈웃음까지, 뭇남성들의 이상형으로 떠오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어연 1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강산도 변한다는 기간인데 당연히 사람도 변할 수밖에 없다. 신기한 건 사람의 얼굴은 지나온 세월을 담는다는 거다. 어린 시절의 풋풋함은 흐려졌으나 대신 손예진의 얼굴엔 기품이 흐른다. 부드러운 미소와 깊어진 눈빛이 그의 심성을 대변해준다.

최근 '비밀은 없다' 개봉을 맞아 취재진들을 만난 손예진은 "부쩍 장르물을 많이 하는 것 같다"는 반응에 "시대의 흐름 때문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손예진이 '비밀은 없다'에서 열연을 펼쳤다. © News1star/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손예진이 '비밀은 없다'에서 열연을 펼쳤다. © News1star/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제가 데뷔했던 때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여성 캐릭터의 대다수가 청순하고 여성스럽고 아프고 그랬어요. 그 모습이 드라마든 영화든 마찬가지였죠. 이제는 여배우들이 독립적이고 남자보다 강하고, 시대가 바뀐 흐름도 분명히 있어요. 건드리면 울 거 같은 캐릭터를 안 좋아하잖아요.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것들만 봐도 그런 캐릭터는 없어요. 저도 그런 흐름상에서 같이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비밀은 없다'에서 손예진은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에 휘말리며 극심한 감정의 파동을 겪는 인물을 연기한다. 남편으로 등장한 김주혁과 거칠게 따귀 세례도 주고 받으며 역할에 몰입했다.

"따귀 장면은 음향 효과가 아닌 진짜 소리에요. 정말 아팠어요. 권투 선수들도 때리고 맞고 할 때는 모른다고 하잖아요. 아마 아드레날린 분비 상태였던 거 같아요. 사실 맞는 연기도 되게 두려운데 맞고서 나도 모르게 '악' 소리를 냈죠. 그리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같이 때렸어요. 하하."

손예진이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 News1star/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손예진이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 News1star/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손예진은 '따귀신'을 당일 아침부터 찍을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셋팅을 다 바꾸게 됐다고 회상했다. 보통 그 시간까지 염두에 두고 감정을 잡는데, 갑자기 바뀌면 소위 '멘붕' 상태가 된다며 웃었다.

"리허설하고 점심을 먹고 찍어야 했어요. 저는 배가 부르면 연기가 잘 안되거든요. 감정을 다시 끌어올려서 원신 원테이크로 찍어야 해서 되게 예민한 상황이었어요. 김주혁씨도 아마 되게 아팠을 거에요."

과거 손예진은 '아내가 결혼했다'를 통해 김주혁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지금껏 만난 배우 중 가장 웃긴다"며 김주혁의 유머러스함을 언급한 손예진은 8년 만의 재회가 반가웠다고 털어놨다.

"같은 부부 역이라 해도 워낙 옛날이고 장르가 너무 달라서 선택했어요. 저도 처음엔 우리가 부부 역할을 또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새로운 모습에 관객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있으니 새롭겠다는 생각을 했죠."

8년 전과 이번엔 영화 현장의 분위기도 달랐다. 그때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부부였지만 '비밀은 없다'에서는 심각한 부부의 모습을 그려야 했다.

"그땐 재밌게 찍었어요. 연애하는 모습, 결혼해서 알콩달콩 사는 거를 보여주다 보니 아기자기한 느낌이었어요. 이번엔 서로 격한 감정을 완전히 부딪혀야 하는 신들이 많다보니까 그때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하나도 어색하진 않았죠. 기본적으로 김주혁씨가 배려심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어색하거나 불편함은 없었어요."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온 손예진은 날이 갈수록 연기에 대한 애정이 짙어지는 느낌이다. 30대 여배우로 독보적 길을 걷고 있음에도 만날 때마다 조금씩 더, 배우라는 직업에 애착이 깊어지고 있다.

"오래오래 하고 싶은게 저의 목표에요. 나이가 들어서도 연기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멘토는 딱히 없어요. 여러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보며 행복한 지점을 고민하죠.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고두심 선배님이 엄마로서 딸을 바라볼 때의 그 표정이 너무 좋아요. 제가 나중에 엄마가 되고, 그 나이가 되면 선배들이 보여주는 눈빛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uu84@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