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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동사이에서' 터키의 비애…잇단 테러 관광업 질식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6-06-29 16:30 송고
28일(현지시간) 밤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공항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한 뒤 공항 터미널 옆에 부상자들이 누워있다. © AFP=뉴스1
28일(현지시간) 밤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공항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한 뒤 공항 터미널 옆에 부상자들이 누워있다. © AFP=뉴스1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공항에서 28일(현지시간) 밤 3차례 자폭과 총기 난사로 최소 36명이 사망했다. 올해 들어 이스탄불에서만 4번째 발생한 테러이다. 두차례 수도 앙카라 테러를 더하면 벌써 6번째다.

자신의 소행이라고 발표한 곳은 아직 없지만 터키 정부는 이슬람국가(IS)가 불특정 다수와 관광객 등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을 겨냥한 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언론의 관심을 크게 받지는 못했지만 터키 남동부에서는 터키군을 겨냥한 2차례 폭탄 테러가 발생해 군인 2명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터키 국영 아나돌루통신은 터키 반정부 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소행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두곳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는, 이웃국 시리아의 내전 등으로 인해 IS와 쿠르드계 분리주의 세력의 표적이 된 터키의 상황을 여설히 보여준다.

최근 여름 휴가 시즌을 앞두고 러시아, 이스라엘과 관계 회복으로 한줄기 희망을 빛을 봤던 관광업계는 다시 울상을 짓고 있다.
◇터키에 칼가는 IS와 PKK

터키에서는 지난 수개월 동안 수차례 폭탄 공격이 발생했다. 대다수 공격은 남동부 지역에서 쿠르드 세력이 터키군을 겨냥한 것이다. 전면에 드러난 조직은 PKK와 연계된 무장단체 '쿠르드자유매파(TAK)'이다. 이 조직은 지난 2~3월 앙카라에서 두차례 폭탄 테러를 벌였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PKK는 터키 남동부에서 자치권을 획득하기 위해 30년 넘게 무력항쟁을 계속해왔다. 1984년 이후 쿠르드와의 사실상 내전으로 수만 명이 사망했다. 이에 터키와 PKK는 휴전협정을 체결했고, 2년 이상 안정이 유지됐다.

하지만 IS가 쿠르드에 공격을 가하면서 지난해 7월 협정은 파기됐다. 쿠르드는 터키 정부가 IS를 비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후 PKK는 터키 군경을 공격했고 터키는 PKK를 반국가 테러단체로 규정한후 적극적인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

시리아에서 쿠르드와 싸우고 있는 IS는 터키가 미국 주도 IS 격퇴 작전에 동참하자 터키 내 시민과 관광객을 상대로 테러를 벌이기 시작했다. 수니파 국가인 터키는 당초, 시아파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를 최대 위협으로 봤기 때문에 IS의 등장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입장을 바꿨다. 터키는 지난해 미군 항공기가 시리아와 이라크 공습에 나설 수 있도록 남부 인시르릭 공군기지를 개방했다. 미국 주도 공습이 이라크와 시리아 내에서 IS를 밀어내는데 성과를 내면서, IS는 터키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테러로 대응하고 있다.

유럽의 관문으로 시리아를 중심으로 한 난민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상황도 테러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EU 가입을 원하는 터키는 최근 EU와의 협정을 통해 유럽 유입 난민의 '핫 스팟'을 맡았다. 그리스, 이탈리아 섬에 도착한 난민들이 터키로 송환되고 이곳 수용소에서 지내며 유럽행 심사를 받는다. 자연 터키땅은 중동 여러지역의 난민들로 넘쳐나며 에르도안 정부가 자랑거리로 내세웠던 치안에는 구멍이 뚫렸다.  

지난 1월 이스탄불의 관광명소인 술탄아흐메트 지구에서 시리아 출신 자폭 테러범에 의해 독일 관광객 11명 사망했다. 범인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IS 대원으로 난민을 가장해서 터키에 입국했다.

29일(현지시간) 이스탄불 공항 인근 경찰 건물 밖에서 테러로 친척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는 한 여성을 사람들이 돕고 있다. 이날 테러로 최소 36명이 사망했다. © AFP=뉴스1
29일(현지시간) 이스탄불 공항 인근 경찰 건물 밖에서 테러로 친척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는 한 여성을 사람들이 돕고 있다. 이날 테러로 최소 36명이 사망했다. © AFP=뉴스1


◇급감하는 해외 관광객수


이에 터키는 IS 용의자를 대거 체포하고 PKK에 강경 대응하는 식으로 맞섰지만 이로 인해 관광객들은 크게 감소했다. 2014년 터키를 찾은 관광객은 3700만명이다. 세계 6위이다. 하지만 올해는 최소 40% 감소할 것으로 BBC는 최근 예상했다. 이스탄불 공항 테러 여파를 감안하지 않은 전망치다.

터키 안탈리아 인근에 있는 4성급 가든 리조트 베르가모트의 오너 수하 센은 BBC에 6월 중하순이면 객실 중 70%가 나가야 하는데, 현재 233개 객실 중 사용중인 곳은 25개에 그친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수를 80명에서 50명으로 줄였고, 방값은 3분의 1 인하했다"며 "이 상태로 내년까지 간다면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관광객수는 지난 4월에 전년대비 28% 감소했다. 5월에는 34.7% 감소한 240만명이었다. 1990년대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특히 러시아 관광객은 95% 줄었다. 지난해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터키군이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시키면서 양국관계가 악화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테러 우려로 서방 관광객수도 급감했다. 독일은 31.5%, 영국은 29.4%, 이탈리아는 56.2% 줄었다.  최근 터키 정부가 러시아, 이스라엘과 관계회복을 시도하면서 터키 관광업계는 한줄기 희망의 빛을 봤다. 하지만 이날 테러로 인해 관광업계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allday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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