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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돼지콜레라 발병 제주 농가들 “확산 우려에 조마조마”

피해 양돈농가 인근 주민 ‘울상’…육가공도축업자도 ‘한숨’

(제주=뉴스1) 안서연 기자 | 2016-06-29 15:58 송고 | 2016-06-29 16:15 최종수정
29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모 양돈농가에서 돼지콜레라가 발생해 방역당국이 방역을 하고 있다.2016.6.29/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29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모 양돈농가에서 돼지콜레라가 발생해 방역당국이 방역을 하고 있다.2016.6.29/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이 동네 돼지가 20여만두 정도 있는데 전부 살처분한다고 하면 피해를 감당 못하죠.”

29일 오전 10시쯤 돼지열병(돼지콜레라)이 발생한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모 양돈농가 인근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집 밖에 나오지 않고 대문으로 고개만 빠끔히 내민 채 방역 현장을 바라보던 A씨는 “혹시나 우리 농가 돼지들까지 감염이 될까봐 문도 열지 않고 있다”면서 “마을에 60여 농가가 돼지를 키우고 있는데 여기 돼지들을 모두 살처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이거(돼지열병) 때문에 한숨도 못 잤다”며 “3주간은 문제가 없어야 위험지역이 풀린다고 하는데 3주 후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 내일부터가 문제다. 돼지를 놓을 곳도 없고 신경 쓸 게 한두 개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팔짱을 끼고 방역현장을 바라보던 주민 C씨는 “지난달 도내 모든 돼지가 이상 없는지 알아본다고 피를 뽑아갔는데 개별적으로 답변을 받은 상황이었다. 바로 우리 농가 인근에서 이런 일이 터지니 당황스럽다”며 혀를 내둘렀다.
29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모 양돈농가에서 돼지 열병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방역을 하고 있다.2016.6.29/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29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모 양돈농가에서 돼지 열병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방역을 하고 있다.2016.6.29/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피해 농가로 들어서는 골목은 ‘긴급초동방역’이라는 입간판이 내걸린 채 사람과 차량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 멀찍이 100m 거리에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현장에 있던 서귀포시 관계자는 “해당 농가에 있던 돼지 423마리에 대한 살처분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지난밤부터 밤새 한림읍 금능농공단지로 옮겨 렌더링 작업(열처리)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피해 농가를 중심으로 400m가량 떨어진 양 지점에는 돼지의 이동을 통제하고 오가는 차량에 대해 방역을 하기 위한 통제초소 2곳이 설치되고 있었다.
29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모 양돈농가에서 돼지 콜레라가 발생해 제주시 애월읍 한 야산에 방역당국이 돼지 살처분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2016.6.29/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29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모 양돈농가에서 돼지 콜레라가 발생해 제주시 애월읍 한 야산에 방역당국이 돼지 살처분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2016.6.29/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한 야산에서는 어음리 도축장에서 오는 돼지들을 매몰하기 위한 탱크 매립 작업이 오전 11시쯤 마무리되고 있었다.

피해 농가에서 지난 28일 어음리 도축장에 돼지 37마리를 출하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도축장에 함께 계류 중이던 돼지 924마리를 매몰하기 위한 것이었다.

밤샘 작업을 벌인 제주도 관계자는 “어젯밤 폭우가 쏟아져서 땅에 물이 차 탱크가 둥둥 뜨는 바람에 작업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전염병은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밤새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이어 “도축장 예냉실에 보관됐던 3393여두는 대정농공단지에서 렌더링을 해 폐기처분했지만 작업물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계류중이던 돼지들은 매몰하기로 했다”며 “제주에서 탱크를 이용해 돼지를 매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0t급 탱크 1개와 25t급 탱크 7개 등 모두 8개 탱크(250t)를 매립했다”며 “어음리 도축장에서 오는 920여두의 돼지와 부산물을 충분히 매립 가능하다”고 말했다.
29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모 양돈농가에서 돼지 콜레라가 발생해 방역당국이 살처분 된 돼지를 제주시 애월읍 한 야산에서 매몰 하고 있다.2016.6.29/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29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모 양돈농가에서 돼지 콜레라가 발생해 방역당국이 살처분 된 돼지를 제주시 애월읍 한 야산에서 매몰 하고 있다.2016.6.29/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이윽고 돼지 사체를 실은 트럭이 하나 둘씩 매몰장으로 들어왔고, 포크레인 2대가 트럭에서 돼지를 한두 마리씩 끄집어내서 탱크 안에 집어넣었다. 야산에는 기계소리만 울려 퍼졌고 드나드는 차들을 향해 방역작업이 분주히 이뤄졌다.

이날 낮 12시쯤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도축장(제주시축산물공판장)은 자물쇠로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긴급방역’ ‘이동통제 가축방역’이라는 입간판이 돼지열병이 휩쓸고 간 흔적을 보여줬다.

도축장 직원으로부터 살처분 소식을 들은 육가공도축업자 D씨는 “돼지열병이 발생하면서 돼지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육가공쪽은 난리가 났다”며 “아시다시피 제주는 청정지역이라 이미지가 큰데 당분간은 물량이 계속 모자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씨는 이어 “금악리에서 양돈농장을 하는 형님이 생계가 막막해지니까 성질만 내고 있다”며 “검역소에서 농가마다 찾아가서 혈흔을 채취해서 갔다는데 출하도 못하고 검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인근 양돈농가의 막막함을 전했다.
29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모 양돈농가에서 돼지 콜레라가 발생해 방역당국이 방역을 하고 있다.2016.6.29/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29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모 양돈농가에서 돼지 콜레라가 발생해 방역당국이 방역을 하고 있다.2016.6.29/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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