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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벽지 女 근무자에 '스마트 워치'…정말 스마트한 대책?

교육부, 도입이유로 '심리적 안정' 꼽아
전문가·교원 …"가해자 배제한 '수비'정책"

(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2016-06-22 18:11 송고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6.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6.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정부의 스마트 워치를 활용한 도서벽지 여성근무자 안전대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사생활 침해까지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도서벽지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은 최근 전남 신안군 섬마을에서 발생한 여교사 집단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도서벽지의 여성근무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책은 도서벽지 학교나 우체국, 지자체 관사에 혼자 거주하는 여성근무자 1366명 전원에게 '스마트 워치'를 보급해 전담 경찰관과 핫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학교장과 지역 읍·면·동장은 각각 학부모와 지역주민을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토록 했다. 또 지은지 25년이 넘어 안전시설이 취약한 단독관사를 초·중·고 통합관사로 우선 전환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본래 각 관사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사생활 침해논란과 사후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 비교적 비싼 가격으로 인한 예산문제 등으로 원하는 관사 거주자에게만 우선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스마트 워치, 심리적 안정 줄 것"

이번 대책의 핵심인 손목시계 형태의 호출기 '스마트 워치'는 본래 범죄를 당한 피해자나 신고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지급되는 기기다. 사용자가 스마트 워치의 긴급버튼을 누르면 112 상황실 신고와 동시에 인근 경찰서 담당 경찰관 등에게 긴급상황 문자가 발송된다. 상황실에서는 여성근무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여성근무자가 전화를 받지 않을 경우 강제 전화수신과 음성청취도 가능하다.

교육부는 이러한 기능이 도서벽지에 혼자 거주하는 여성근무자들에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신익현 교육부 학교정책관은 "스마트 워치는 누군가 나를 지켜준다는 '심리적 안정'과 함께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연결하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며 "최선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차선으로서는 나름대로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충호 경찰청 성폭력대책과장은 "실외는 10미터 범위까지 위치가 정확히 나오고 코드제로(최우선 출동) 상태에서는 형사팀 등 외근 가용인력까지 총 투입돼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스마트워치로 신고된 신고건수 28건 중 현장 민원해소와 검거가 이뤄진 것은 총 21건이다.

◇"근본대책 될 수 없어"…교원·전문가들 우려

하지만 전문가들과 교원단체는 이 같은 방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스마트 워치는 범죄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방편에 불과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또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스마트 워치를 이용한 안전대책에 대해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 워치는 발생하는, 이미 벌어지는 범죄를 막는 '수비'(守備) 측면일 뿐 잠재적 가해자의 의식변화가 먼저 일어나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나머지 요소는 전혀 건드리지 않은 것"이라며 "'수비해야 한다'는 식으로 문고리를 고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바라봤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도 "스마트 워치가 없어서 문제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되짚으며 "과연 근본적인 대책이 될까. (예방)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스마트 워치를 늘 차고 다닐 경우 개인이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다 드러나 개인감시가 될 경향이 있다"며 "'전자발찌'를 여자에게 채우는 것과 비슷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계를 차지 않았을 경우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릴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결국 잠재적 가해자를 포함한 국민의 인식전환을 문제 해결의 열쇠로 꼽았다. 법제화로 잠재적 가해자에 '억제효과'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미경 소장은 "성폭력 예방교육에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인권 감수성'에 대한 내용도 포함해야 한다"면서 "여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이같은 폭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재혁 대변인은 "양질의 강의를 제공하는 성폭력 예방교육 강사풀을 각 시도교육청이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책임있는 자세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원에 대한 (성)폭행이나 명예훼손 때 검찰·법원이 '가중처벌원칙'을 적용하고 심각한 사건인 경우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양형기준을 높이는 '무관용원칙'을 적용하는 등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hlee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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