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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책]엄마 손예진의 폭주, 히스테리컬 스릴러 '비밀은 없다'

영화 '비밀은 없다' 리뷰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2016-06-16 09:10 송고 | 2016-06-17 15:47 최종수정
여성의 천분인 모성은 극한 상황에서 어떤 얼굴을 드러낼까. 이경미 감독은 엄마에게 닥칠 수 있는 최대의 위기, 그 상황에서 엄마는 어떤 극한의 감정을 보여줄지 '비밀은 없다'를 통해 그려내려 했다. 전작 '미쓰 홍당무'의 양미숙 캐릭터를 통해 여성의 미묘한 심리를 대변하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던 그가 '비밀은 없다'에서는 어떤 여성 캐릭터를 보여줄지 주목을 받았고, 관객들은 여전히 그 지점이 궁금하다.

이경미 감독이 지난 2008년 개봉한 '미쓰 홍당무' 이후 8년 만에 내놓는 신작 '비밀은 없다'는 국회 입성을 노리는 종찬(김주혁 분)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 분)에게 닥친, 선거 기간 15일 동안의 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이다. 배우 손예진, 김주혁이 출연한다. 손예진과 김주혁은 '미쓰 홍당무'와 같은 해 개봉한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 부부로 재회했다. 
'비밀은 없다'가 오는 23일 개봉한다. © News1star / 영화 '비밀은 없다' 스틸
'비밀은 없다'가 오는 23일 개봉한다. © News1star / 영화 '비밀은 없다' 스틸

결과적으로 감독의 연출 의도는 십분 이해되지만, 영화 속 연홍 캐릭터는 양미숙처럼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다소 어려웠다. "엄마에게 가장 극한 상황은 아이를 잃어 버렸을 때"라는 생각에서 이 영화는 출발하고, 그 출발점은 단연 공감대를 형성하지만, 그 이후 연홍의 결단에 관객들은 의문을 품게 된다. 아이가 실종된 직후 연홍은 '갑작스레'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드러내며 갈수록 히스테릭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것. 딸을 걱정하면서도 선거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종찬과 전에 없던 부부싸움까지 하게 되고 갈등을 겪기도 한다. 

물론 연홍은 실종된 아이를 찾으려 모든 방법을 동원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는 남편의 야망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극한 현실은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아이의 행적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분노와 절망 속에 점차 이성을 잃어가며 광기를 폭발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관객들은 이에 몰입하지 못하고 거리를 두게 된다. 모성으로 시작된 엄마의 본능적인 추적이 광기와 집착으로 치환되는 과정은 이성적으로 이해되긴 하지만, 연홍 캐릭터에 대한 서사를 초반 충분히 할애 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전개로 치달은 비약은 관객들을 온전히 영화로 전이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히스테리컬한 에너지에 기대 영화를 만든 탓이다. 

감독의 주체적인 개성이나 색깔이 상업 영화에 조화롭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는 점도 아쉬운 지점이다. 자신만의 주체적인 세계관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려 했으나 이는 '비밀은 없다' 서사에서 겉도는 결과를 낳게 된다. 상업 영화의 형식과 내용에만 집중하지 않고 자신의 독창성을 영화에 남기고 싶었다면 넘치지 않는 적정 선과 톤앤매너를 지키면서 자신만의 화법과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찾아야 했을 것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언급이 어렵지만, 불필요하다 느껴질 정도로 굳이 저런 장면을 삽입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지점이 많았다. 
손예진이 '비밀은 없다'를 통해 연기 변신에 도전한다. © News1star / 영화 '비밀은 없다' 스틸
손예진이 '비밀은 없다'를 통해 연기 변신에 도전한다. © News1star / 영화 '비밀은 없다' 스틸

'비밀은 없다' 연홍 캐릭터는 손예진에게 있어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이라 사료된다. 불친절한 미스터리와 혼돈 속에서 영화의 결말이 궁금해지는 이유는 홀로 영화의 에너지를 끌고 가는 손예진의 열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극적 감정과 상황에 놓인 캐릭터였던 만큼, 직관적 감정에 의존해 연기해야 했을 터. 특히나 중학생 엄마 역할에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초반 연기 역시 돋보이는 장면이 많았다. 손예진에게 의외의 모습을 기대한 이경미 감독의 캐스팅 의도가 십분 이해됐고, 그에게서 더욱 폭넓은 스펙트럼이 감지됐다. 

그럼에도 영화 후반에 도사리고 있는 서사의 반전은 스릴러 장르의 미덕을 더한다. 서사적인 재미나, 맥거핀에 가까웠던 관객의 눈속임을 위한 함정, 이를 긴장감 있게 끌고 가는 손예진, 김주혁의 열연은 충분히 상업 영화로서의 미덕을 다하고, 정서적인 파장도 크지만 영화의 주관적 가치를 고집한 감독의 과욕이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예술성이나 주체성에 대한 강박을 내려놨다면 한결 부담 없는 상업영화가 됐을 것 같다. 그리고 시놉시스에 '15일간'이라고 제한적으로 명시된 시간은 스릴러 영화에서 아무런 긴장감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는 23일 개봉.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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