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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바라던 바다는?”…제주 바다쓰레기가 예술작품으로

예술창작활동가 모임 재주도좋아, 비치코밍 워크숍 개최

(서귀포=뉴스1) 안서연 기자 | 2016-06-11 17:22 송고
11일 제주 서귀포시 사계 해안에서 ‘재주도 좋아’ 주최로 ‘비치코밍(beachcombing) 위크샵’이 열리고 있다. ‘비치코밍’은 해변에 쓸려온 물건이나 쓰레기 줍기를 의미하며, 워크샵을 통해 인테리어 소품이나 바다악기 등으로 만들어 진다.2016.6.11/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11일 제주 서귀포시 사계 해안에서 ‘재주도 좋아’ 주최로 ‘비치코밍(beachcombing) 위크샵’이 열리고 있다. ‘비치코밍’은 해변에 쓸려온 물건이나 쓰레기 줍기를 의미하며, 워크샵을 통해 인테리어 소품이나 바다악기 등으로 만들어 진다.2016.6.11/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11일 낮 12시 안개가 자욱히 내려앉은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해수욕장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즐거운 표정으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재주도좋아 주최로 열린 ‘바라던 바다-비치코밍(beachcombing)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해 체험비인 ‘쓰레기 한 봉지’를 모으는 것이었다.

‘비치코밍’은 바다(beach)를 빗질(combing)한다는 뜻으로 해변에 쓸려온 물건이나 쓰레기를 줍는 행위를 말한다.

예술창작활동가 모임인 재주도좋아는 비치코밍을 통해 얻은 바다쓰레기를 쓸모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4년째 일반인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제주 바다가 소비의 대상이 아닌 아끼고 지켜야 할 ‘바라는 바다’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치코밍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는 재주도좋아는 젊은 예술인 6명으로 구성됐다.

출신지도 다르고 유리공예부터 목공, 일러스트, 영상까지 전공도 제각각인 이들이 만난 것은 2013년 한수풀 해녀학교에서였다.

운영진 중 한 명인 조원희씨(33·여)는 “물질을 배우고 바다에 들어갔는데 기대했던 해산물보다 쓰레기들이 더 많았다”며 “망사리(채취한 해산물을 담는 그물)에 전복 대신 쓰레기를 담아 나오기 시작했고 예술의 힘을 빌려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뜻을 가진 이들이 모이게 됐다”고 밝혔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빈집 프로젝트’ 사업 지원으로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감귤 선과장을 개조해 ‘반짝반짝 지구상회’라는 공방을 만들었고, 이곳은 환경과 예술을 잇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바닷가에서 주은 유리조각은 고온의 가마에 구워져 브로치나 반지로 재탄생했고, 떠밀려온 부표들에는 모래가 채워져 소리를 내는 악기로 변신했다.

‘쓸모 없는 것들을 쓸모 있는 것으로 만들자’는 취지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워크숍을 진행하게 됐다는 조씨는 “플라스틱의 경우 굉장히 유용한 장점이 많은 재료인데 재활용되지 못하기 때문에 쓰레기로 남는 것”이라며 “버려지는 것 없이 자원의 가치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을 공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기존 환경정책은 일시적이고 거시적인 게 많았는데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서 이게(해양정화활동) 별스러운 행동이 아니라 놀이처럼 느껴졌으면 한다”며 “손에 잡히는  행동부터 시작해서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 년간의 과정을 거쳐 이제는 분리수거가 일상화됐듯이 비치코밍도 일상화되길 바란다”며 “확산성을 갖기 위해서는 행정과 기관도 함께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11일 제주 서귀포시 사계 해안에서 ‘재주도 좋아’ 주최로 ‘비치코밍(beachcombing) 위크샵’이 열리고 있다. ‘비치코밍’은 해변에 쓸려온 물건이나 쓰레기 줍기를 의미하며, 워크샵을 통해 인테리어 소품이나 바다악기 등으로 만들어 진다.2016.6.11/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11일 제주 서귀포시 사계 해안에서 ‘재주도 좋아’ 주최로 ‘비치코밍(beachcombing) 위크샵’이 열리고 있다. ‘비치코밍’은 해변에 쓸려온 물건이나 쓰레기 줍기를 의미하며, 워크샵을 통해 인테리어 소품이나 바다악기 등으로 만들어 진다.2016.6.11/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남편과 아이들, 친청 부모님까지 3대가 함께 참가한 박인선씨(44·여·제주시 애월)는 “블로그를 통해 이런 게 있다는 걸 알고 참가하게 됐는데 가족들이 모두 즐거워하고 있다”며 “바다 청소도 의미가 있지만 쓰레기로 무언가로 만들 수 있어서 아이들 교육에도 유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계해수욕장 인근에 사는 송유미씨(43·여)는 “가끔씩 남편과 산책할 때마다 쓰레기를 줍긴 하는데 그걸로 무언가를 만들 생각은 못해봤다”며 “이런 활동들이 활성화된다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주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비치코밍 워크숍은 매년 5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공식 행사로 진행되며, 이외에도 반짝반짝 지구상회를 찾아가면 기획전과 체험 프로그램 등을 즐길 수 있다.


asy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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