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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서 대규모 '성소수자 축제'…"퀴어 아이 엠"

오후 4시30분부터 을지로~퇴계로 일대 퍼레이드
보수단체들 곳곳서 예배·집회…"예수 믿고 구원받으라" 구호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2016-06-11 15:47 송고
11일 오후 '제17회 동성애 퀴어축제'가 열린 서울 중구 서울광장이 참가자들로 북적이고 있다.2016.6.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11일 오후 '제17회 동성애 퀴어축제'가 열린 서울 중구 서울광장이 참가자들로 북적이고 있다.2016.6.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가 11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돼 진행 중이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광장에서 '2016년 제17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를 개최했다.
이번 축제는 지난해 제16회 행사에 이어 서울의 중심인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 단체가 단독으로 여는 두 번째 행사다.

올해 공식 슬로건은 '퀴어 아이 엠(QUEER I AM), 우리 존재 파이팅'이다.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계속되고 있지만 성소수자들은 계속 여기에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행사가 열린 서울광장에는 폴리스라인이 둘러쳐졌지만 여느 축제와 다를 바 없이 여유와 즐거움이 넘쳤다.
오전부터 진행된 부스 행사에는 인권단체와 정당, 14개국 대사관, 대학동아리, 기업 등 100여개 단체가 참여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구글코리아는 이날 행사를 기념하는 한정판 티셔츠를 판매했다. 행사 수익금은 성소수자를 위해 전액 후원금으로 전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성애자 단체도 이번에 처음으로 부스 행사에 참여했다. '에이로그(A-LOG)'팀 부스에서 만난 팀 멤버 케이씨는 "무성애자의 존재를 알리고 가시화하기 위해 나왔다"며 "무성애라는 성적 지향을 부정하고자 하는 태도가 줄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는 오전 11시 1부 부스행사에 이어 오후 2시 개막무대 순서로 이어졌다.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목표로 만들어진 성소수자 기독인 합창단 '아멘 더 레인보우'의 찬송가 합창 공연으로 포문을 연 개막무대 행사는 댄스팀과 밴드 등의 다양한 무대가 이어졌다.

행사를 찾은 시민들은 각 부스에서 기념 배지나 기념품을 구입하기도 하고, 음료와 먹거리를 사들고 잔디밭에 둘러앉아 무대 공연을 보며 주말 오후의 여유를 즐겼다.

친구들과 함께 이날 행사를 찾은 시민 이모씨(24)는 "지난해 서울광장에서 열린 행사에 이어 올해도 참여하게 됐다"며 "주변에서 시끄럽게 하는 혐오 단체들 덕분에도 행사가 더 즐겁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부모 모임 소속이라는 호수씨(56·여)는 광장을 돌아다니는 시민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프리허그'를 진행했다. 호수씨는 "내 딸이 동성애자다. 나도 사랑하고 인정하는 내 딸을 왜 다른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막말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고 속상해서 나왔다"고 밝혔다.

행사 중간에는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포함한 14개국 대사들이 무대에 올라 성소수자를 응원하고 행사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참가자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오후 행사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굵은 빗줄기가 퍼붓기도 했지만 참가자들은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축제를 즐겼다.

중심 행사인 퀴어퍼레이드(행진)는 오후 4시30분부터 시작돼 약 1시간30분 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2가, 회현사거리, 롯데백화점 본점을 지나 서울광장으로 되돌아오는 역대 최장 코스(총 2.9㎞)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강명진 조직위원장은 "예전에는 장소와 일정을 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보수 단체 등에서 같은 날과 장소에 집회 신고를 시도하면서 일정 확정이 늦어지고 업무에 차질이 있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행사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대한문 앞과 을지로 일대 곳곳에서는 반대단체의 집회도 열렸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2016 서울광장 동성애 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는 교회 연합기도회로 진행됐다.

식전행사와 예배, 국민대회, '생명-가정-효 페스티벌'로 진행된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목사의 설교에 맞춰 연신 "아멘" 하고 외쳤다.

환구단 앞에서는 한국교회 보수교단 연합 주최의 퀴어반대 기도회가 열렸다. 이들은 "젊은 여러분들, 하느님 믿고 구원받으십시오", "하느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날 서울광장 일대 등에 기동대 54개 부대 4300여명과 여경 5개 제대, 교통 4개 중대 등을 배치했다.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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