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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없어 깔창으로…'저소득층 청소녀' 지원해야

생리대 후원 크라우드펀딩에 7일간 960여명 참여…성남시도 지원사업 추진
시민단체 "생리 얘기는 '쉬쉬' 분위기에 여성 경험 반영 안 된 정부 정책"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016-05-31 19:38 송고 | 2016-05-31 19:50 최종수정
자료사진. © News1


최근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이나 휴지를 대신 사용한다는 저소득층 청소녀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들이 생리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3일 국내 생리대 시장점유율 1위 업체 유한킴벌리가 6월부터 신제품 생리대의 가격을 약 8%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서 이를 두고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생리대를 사지 못해 신발 깔창으로 대신했다거나, 일주일 동안 학교를 결석하고 수건을 깔고 누워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업체의 생리대 가격인상에 대한 성토와 함께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생리대 가격은 평균 6000~9000원으로 월평균 구매비용이 2만~3만원 정도다. 

이에 저소득층 지원 소셜벤처인 이지앤모어가 진행한 저소득층 청소녀 생리대 후원 크라우드펀딩이 크게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지앤모어에 따르면 7일간 960여명이 참여해 약 1200여만원이 마련됐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도 SNS에 저소득층 여학생들의 생리대 구입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지원은 일시적이고 약 10만명으로 추정되는 국내 저소득층 가정 소녀들을 모두 지원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 황은숙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 회장은 "돈이 없어 생리대 대신 다른 물품으로 대체했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며 "10여년 전부터 생리대 부족과 위생 문제에 대해 정책제안을 해왔고 한 지자체에서 관련 사업을 하기도 했지만 일시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리대는 청소녀의 건강과 대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본권과 같다"며 "정부가 나서서 생리대를 살 수 없어 고통받는 모든 청소녀에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리 이야기 터부…사용법 모르는 청소녀도

일각에서는 이처럼 뒤늦게 논란이 발생한 까닭이 생리 이야기를 꺼리는 사회 분위기와 관련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2002년 생리대의 부가가치세 면세를 주장하며 '월경대 Up&Down 캠페인'을 벌여 실제 성과를 거두기도 했던 한국여성민우회 정슬아 여성건강팀 팀장은 "생리는 잘못된 게 아닌데 쉬쉬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있다"며 "저소득층 지원에 여성의 경험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생리에 대한 수치심 등 터부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이번 논란이 생리대 물품 지원에서 그칠 게 아니라 논의가 생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모든 여성에게 생리대 무상지급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하윤정 노동당 전 후보는 "생리는 여성이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 숨기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번 기회에 사회에서 여성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함께 해야 한다는 인식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앤모어는 생리대 지원 이후 생리대 사용법 등 엄마가 자녀에게 알려주어야 할 성교육을 포함한 초경 커리큘럼을 마련해 진행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학교 성교육시간에도 이런 내용의 교육은 하지 않아 저소득층, 특히 가족 중 여성이 없는 청소녀들은 생리대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란에 대해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는 해당 사업의 필요성에는 동의를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마련에는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etit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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