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현대상선 기사회생까지 9부 능선 넘어…내주초 결판(종합)

"압도적 지지 감사"…내주초 용선료 협상결과 발표 시사
6300억원 규모 채무조정안 3건 가결…남은 2건도 통과될듯
용선료 협상 타결 임박…제3 해운동맹체 합류에도 청신호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현대상선과 처지 뒤바뀐 한진해운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2016-05-31 18:19 송고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빌딩에서 열린 '제177-2회 무보증사채 사채권자집회'에서 법인 채권자들이 집회를 마친 뒤 나서고 있다.2016.5.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빌딩에서 열린 '제177-2회 무보증사채 사채권자집회'에서 법인 채권자들이 집회를 마친 뒤 나서고 있다.2016.5.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현대상선 회생에 청신호가 켜졌다. 31일 열린 3건의 릴레이 사채권자집회에서 내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공모사채 8042억원 중 78.3%에 해당하는 6300억원의 채무조정안 의결에 성공했다.

용선료 협상도 최종 조율만을 남겨둔 상황이어서, 내일 상정되는 두 건의 채무조정안이 통과되면 기사회생을 향한 9부 능선을 넘는 셈이다.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은 당초 목표로 했던 28%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20% 안팎에서 막판 세부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주말께에는 현대상선의 운명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 "법정관리 가면 손해"…채무조정안 압도적 찬성·가결

현대상선은 이날 오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연지동 본사에서 사채권자집회를 열고 △177-2회차(2400억원) △179-2회차(600억원) △180회차(3300억원) 등의 채무조정안을 상정했다.
채무조정안 가결에는 참석금액의 3분의 2이상, 총 채권액의 3분의 2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2400억원 규모의 177-2회차 공모사채는 2075억원의 투자자들 전원이, 이어 600억원 규모의 179-2회차도 513억4000만원의 투자자들이 참석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3300억원 규모의 180회차 공모사채도 2631억7000만원에 해당하는 투자자들이 참석해 반대가 1000만원에 불과, 99.9%의 압도적 지지로 찬성·가결됐다.

채무조정안 승인에 따라 이들 공모사채는 50% 이상 출자전환과 더불어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 조건에 만기는 5년 연장된다. 원금에 대한 이자율은 연 1%이며 주식 매각은 신주 상장 후 즉시 가능하다.

3건의 채무조정안이 손쉽게 통과된 것은 용선료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덕분으로 풀이된다. 현대상선 회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가도 연일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3건의 공모사채 채권자들이 대부분 지역농협 및 신용협동조합 등 기관투자자들인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 채권자는 집회 뒤 기자들과 만나 "매우 좋은 분위기에서 집회가 열렸고, 현대상선이 회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법정관리로 가봐야 결국 우리에게만 손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충현 현대상선 CFO는 집회 뒤 기자들과 만나 "저희 회사가 지금 용선료라든가 얼라이언스 가입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도 사채권자들께서 회사를 밀어주시고 거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지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 개인투자자 설득과 용선료 재조정 '도장찍기'만 남아

사채권자집회 이틀차인 내달 1일에는 542억원 규모의 186회차, 1200억원 규모의 176-2회차 공모사채의 채무조정안을 각각 상정, 의결을 시도한다.

이중 186회차의 경우 금액은 542억원으로 가장 적지만, 개인투자자들 비율이 높아 이번 릴레이 사채권자집회의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현대상선은 그간 개인투자자들을 개별 접촉해 참석을 당부하는 한편, 채무조정안 승인을 읍소해왔다.

현대상선의 회생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전날 3건의 채무조정안이 통과된 만큼 개인투자자들도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이 여전히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져 낙관할 수만은 없다.

176-2회차 공모사채의 경우 지난 3월 사채권자집회에서 사채만기 3개월 연장안이 한번 부결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엔 용선료 협상이 한창인데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조건부 자율협약을 승인하기 전이었다. 지역농협과 새마을금고, 신협 등 상호금융기관이 75% 이상 보유하고 있는 176-2회차 사채의 채무조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공모사채 채무조정안이 마무리되면 용선료 협상의 마침표를 찍는 것만 남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상당히 진전이 있고, 컨테이너선의 경우 의미 있는 진전이 있다"며 "선사들과 기본적인 방향에서 합의했고 세부적인 부분을 논의 중"이라고 호언할 정도로 협상 타결이 임박한 상황이다.

변수는 용선료 인하 규모다. 당초 28% 기대목표치 보다 낮은 20% 안팎 인하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조선·해운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실기(失機)로 뭇매를 맞고 있는 정부와 산업은행은 용선료 인하 폭이 20%에 크게 못미칠 경우 지원을 머뭇거릴 수 있다.

김충현 상무는 용선료 인하폭이 20%에도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선 저희가 지금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용선료 협상결과 발표와 관련해선 "월요일이 미국과 영국은 휴일이라 그런 것들까지 다 감안해 진행해야 한다"고 내주초 발표를 시사했다.

용선료 인하 폭이 공개된 이후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이 가시화될 경우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THE 얼라이언스'의 좌장격인 하팍로이드를 비롯한 3개 선사와 내달 2일 회동한다.

용선료 협상 타결이 임박한데다, 채무재조정도 순조롭게 마친 상태에서 모임을 갖는다면 현대상선의 'THE 얼라이언스' 조기 합류발표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김충현 상무는 "(2일)해운동맹 미팅은 기존에 가입하고 있는 G6 얼라이언스의 하반기 운영에 관한 회의"라며 "거기서 얼라이언스 얘기가 나오긴 하겠지만 공식적인 협의는 별도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현대상선과 처지 뒤바뀐 한진해운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하지 않나. 현대상선이 어려운 과제였던 용선료 인하를 이끌어내면 한진해운 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이같이 말했다. 법정관리 문턱까지 내몰렸던 현대상선이 기사회생 조짐을 보이면서 이를 지켜보는 한진해운의 심경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용선료 협상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제3 해운동맹 명단에도 빠졌던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처지가 180도 뒤바뀐 모양새다. 벌크선이 억류되는 등 최악의 유동성 위기 상황이 대내외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한진해운은 앞으로 가시밭길이 예고돼있다.

한진해운은 팔 수 있는 자산은 이미 거의 다 매각한데다, 조양호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며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한진그룹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다.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매각으로 1조원 넘는 실탄을 마련, 유동성에 숨통을 틔웠던 것과 대비된다.

용선료 협상은 더욱 첩첩산중이다. 현대상선은 극심한 선주들 간 눈치싸움 속에 조율에 어려움을 겪으며 협상기간 내내 마음을 졸여왔다. 한진해운은 현대상선보다 더 많고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힌 선주들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THE 얼라이언스 가입이 확정되면 한진해운과의 합병론도 다시 고개를 들 전망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미주 노선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국적해운사 두 곳이 같은 동맹체 내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합병으로 몸집을 불려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양대 해운사 모두를 대상으로 자금지원에 나서는데 대한 국민적 반감이 상당한 것도 정부로서는 고민되는 대목이다.


eonki@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